김성주 새누리당 공동선대위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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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요판/특집] 여성 후보, 박근혜를 보는 시각
김성주 새누리당 공동선대위장 인터뷰
“세계가 열광할 일, 한국 국격이 올라갈 일”
1972년에서 79년까지 유신시대는 국가가 종교화되는 우리 역사의 돌출된 시기였습니다. 전통적 유교이념이 근대국가의 통치 이데올로기로 위장돼, 학생들과 노동자들은 국가와 가족을 동일시하는 교육을 받았습니다. 국민교육헌장을 달달 외고 국기에 대한 경례를 하지 않았다고 퇴학당할 때입니다. 당시 사단법인 구국여성봉사단의 총재로 여공과 학생들에게 ‘새마음 이념’을 전도한 박근혜 새누리당 대통령 후보는 자수성가한 여성 경영인 김성주 성주그룹 회장을 선거캠프에 데려왔습니다. 그리고 김 회장은 여성 리더십의 시대가 도래했다고 말합니다.
10월11일 김성주(56) 성주그룹 회장이 새누리당 공동 중앙선대위원장에 임명됐을 때 당과 선대위 인사들의 반응은 “신선하다”와 “불안하다” 두 갈래로 나뉘었다. 부모의 뜻을 거스르고 외국인과 결혼해 집에서 쫓겨나다시피 한 재벌가의 막내딸, 독일 패션 브랜드였던 엠시엠(MCM)을 인수해 대표적인 한국의 매스티지 브랜드로 키워낸 여성 최고경영자라는 독특한 성공신화의 주인공이 무엇을 보여줄지에 대한 기대와 우려였다.
여의도 입성 첫날부터 주목을 받았던 김 위원장은 최근 새누리당에서 내세우는 ‘여성 대통령론’을 앞장서 설파하고 있다. 12일 오후 서울 여의도 새누리당 당사 6층에서 김 위원장을 만나 ‘여성 대통령론’에 관한 생각 등을 물었다. 검은색 스키니진에 스카프와 가방, 운동화를 모두 새누리당 상징색인 붉은색으로 맞춘 그는, 9㎝ 높이 구두를 신은 기자에게 “글로벌을 뛰어다니려면 그런 높은 굽으로는 힘들다”고 조언했다.
지난 10월 박근혜 새누리당 대통령 후보의 공동 중앙선거대책위원장에 임명된 이후 김성주 성주그룹 회장은 앞으로 다가올 수 있는 ‘여성 대통령 시대’의 여성 역할모델로 그려지고 있다. 그는 12일 인터뷰에서 “박근혜 후보는 나와 마찬가지로 남자 세계에서 힘겹게 자랐다”며 “박 후보에게 여성성을 이야기하는 것은 공정하지 않다”고 말했다. 강재훈 선임기자 kha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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콘크리트 천장처럼 굳건한
가부장제가 하루아침에 사라져
여성이 인정받을 수 있는
가장 빠른 지름길 될 거다 그렇다면 왜 여성 대통령인가? (박 후보는) 준비가 됐으니까. 준비가 됐는데, 여성이니까 여성 대통령이 된 거다. 하다 보니까 여성 대통령이 된 거지. 유리천장 얘길 하는데, 한국은 콘크리트 천장이다. 아예 위에 뭐가 있는지 보이지가 않을 정도로 가부장적인 제도와 척박한 정치·경제·사회적인 환경에서 여성들이 인정을 받지 못했다. 유교의 잔재다. 21세기에는 두 가지 인터넷 혁명이 일어났다. 하나는 글로벌라이제이션, 즉 돈과 정보가 영토의 아무런 제약 없이 막 움직인다. 또 하나는 가부장제적인 톱다운(하향식) 방식이 아니라 횡적인 네트워크 사회가 됐다. 그래서 여성적인 리더십이 필요한 시기가 됐다. 오프라인 비즈니스가 아니라, 이-코머스(e-commerce, 전자상업)가 무한대로 커지고 있다. 콘텐츠가 중심이다. 여기서 중요한 게 여성의 브레인이다. 제조업이 근력과 지력이라면, 이젠 지력 플러스 감성이다. 나는 ‘아이큐(IQ) + 이큐(EQ) = 더블유큐(WQ, Woman Quotient)’라고 본다. 이게 21세기가 원하는, 감성지수가 높은 소프트파워 브레인이며, 이건 여성이 갖고 있다. 통치자가 여성이면 나머지 콘크리트 천장은 하루아침에 없어진다.” -김 위원장이 정의한 그런 여성적 리더십을 박 후보가 갖고 있나? “여성 대통령을 이야기하니까 ‘생물학적 여성’이니, 입에 담지 못할 저속한 표현이 나와 너무 놀랐다. 그건 가부장적 스테레오타입이다. 미니스커트 입고 애교 부리는 게 여성성이냐. 바지 입고 남성 세계에 들어가 투쟁해서 (성과를) 보이는 게 여성성이냐. 난 둘 다 여성성이라고 본다. 저나 박 후보는 남자 세계에서 자란 사람이다. 저도 22년 전에 사업을 시작했을 때 시이오 저녁 회동에 가면 여자는 저밖에 없었다. 제 공장에 (바이어가) 찾아와 ‘사장 어딨냐’고 묻길래 나라고 했더니 화가 나서 그냥 가버린 적도 있다. 남자 사장인 줄 알고 왔던 거다. 저는 그때부터 스커트를 못 입었다. (남성들이) 다리부터 쳐다보니까. 애 놓고 나서는 펑퍼짐해져서 그런 것도 있지만.(웃음) 험악한, 남성 중심의 마초문화에서 살다 보니 여성성을 죽여야 되는, 여성성이 핸디캡이 되는 사회에서 살았다. 박 후보에게 여성성을 이야기하는 건 페어(공정)하지 않다고 본다. 박 후보가 독보적인 건 굉장히 정직하다는 거다. 말을 한번도 바꾸지 않은 정치인으로 유명하다. 정치판에서 대단히 지키기 어려운 덕목이고, 여성의 강인한 인내심이 아니면 안 된다. 어머니의 굳은 손, 역사를 지켜온 그분들에게 여성성, 남성성이라고 말할 수 있나? 저는 박 후보에게 많은 아이덴티파이, 동일시를 한다. 척박한 남성 세계에서 ‘여성은 나약하다, 쉽게 휘저을 수 있다, 마이너리티다, 무시해도 되는 존재다’라는 선입견이 지금도 나타난다. 사실 ‘첫 여성 대통령’ 이런 말이 왜 나와야 되나? 가부장제적인 것(사회) 때문이다. 저도 그런 어려움을 다 겪었다. 여성의 강점은 섬세함, 배려, 투명함, 이런 거다. 내가 뇌물 잘 바치고 술대접 잘했다면 우리 회사는 지금보다 열배, 스무배 더 커 있을 거다. 하지만 미래의 우리 아이들이 어떻게 살아야 되나 생각하면 정의로운 사회, 정직한 사회를 물려주고 싶다. 신뢰가 국가 브랜드다. (내부가) 분열되지 않고, 외부적으로 신뢰받을 수 있어야 외교·통상도 잘할 수 있다. 누군가는 (변화를) 시작해야 하니 저도 시작한 거고. 그렇게 제가 성공했다. 박 후보도 그렇다. 도덕군자라서가 아니라 공동체 먼저, 가족 먼저 생각하는 타고난 모성애가 있고, 나라가 잘살길 원하기 때문에 희생을 감수하는 것 같다.” 남성 중심 가부장 문화는 여야가 똑같아
김성주 새누리당 공동선대위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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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까지 야합하는 걸
우리 헌정사에서 본 적이 없어
여성으로서 여성 대통령을
이념 때문에 반대해도 불행 -이념으로 싸운다는 게 무슨 뜻인가? “그분들(박 후보에게 비판적인 진보진영 여성들)이 양성평등을 위해 귀한 일을 하셨지만, 여성 대통령은 같은 여성으로서 반가운 일이다. 그런데 이념 때문에 반대를 하고, 야권에서는 입에 담지 못할 얘기를 하는데 그건 말이 안 된다. 정정당당해야 한다. (문재인·안철수 후보가) 많은 공약을 남발하는데 이건 정권을 창출하기 위해 물불을 가리지 않는 태도다. 남발하는 공약이 나라를 낭떠러지로 떨어뜨릴 수 있는데도 책임지지 않는 건 이념에서 나온, 정권을 창출하기 위한 동의되지 않는 시도인 것 같다. 또 이전 정권에서도 봤지만 (국민을) 분열과 갈등으로 몰고가는 건 이념투쟁을 낳을 수밖에 없다. 특히 종북세력 위험하다고 본다. 얼마 전에 국회의원들이 머리 끄덩이를 잡고 난리를 피우는 걸 보지 않았나. 두 남성분이 야합해서 그런 권력 나눠먹기를 하면 나라가 부서진다. 세계에서 보면 너무 추태다. 눈에 뻔히 보인다.” -아버지의 ‘유산’이 많은 박 후보와 김 위원장이 다른 평범한 여성들과 똑같냐는 지적도 있다. 출발선 자체가 다르기 때문에 다른 여성들이 겪는 차별과 고통을 알 수 없다는 얘긴데. “억지 비판을 하려면 뭐든지 할 수 있다. 그분(박 후보)은 아버지가 총탄에 쓰러졌다. 18년 동안 정치를 안 하다가 자라난 환경이 그런지라 (나라를 생각해) 나온 거고. 별로 그게(아버지의 유산이) 역할을 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심지어 칼부림을 당하면서도 빨리 선거를 치러야 한다며 마취를 안 하고 수술을 했을 정도로 강인한 분에게 아버지 후광 때문에 잘됐다고 하면, 나한테 재벌 후광 때문에 잘됐다고 하는 거나 똑같다. 문재인 후보는 누구 후광 안 입었나. 안철수 후보는 신기루처럼 인터넷에서 일어난 이상한 현상인데 잡히는 게 없지 않나. 그렇게 하면 비판할 게 너무 많다.” -새누리당이 지금 여성 대통령론을 내걸고 있지만, ‘성누리당’, ‘성나라당’ 소리 들을 정도로 성추문이 많았다. 여성 비하 발언으로 논란을 일으킨 사람도 적지 않은데. “국민들이 판단하실 것 같다. 실질적으로 야권이나 이쪽이나 남성 중심의 유교적, 가부장 권력 체제에 익숙한 분이 대부분이다. 여기만 그런 게 아니라 거기도 그렇다. 헌 사람이 있다면 양쪽 다 있다. 그런 점에서 우리는 횡적인 체계로 바꾸자는 거다. (남성들처럼) 학연·지연 안 따지고, 패거리 정치 없애고, 혁명적으로 나라를 새로운 기초 위에 세우는 일은 여성 대통령이 잘할 수 있다. 군대 갔다 오면 참을성·지도력 생겨 여성들에게 하고 싶은 얘기가 있다. 첫째는 생각 혁명이다. 피해자라는 수세적인 입장에서 능동적인 리더가 돼야 된다. (여성) 스스로 하자. ‘진셍쿠키’도 말 잘못해서 혼났지만, (여성에게) 물고기 잡는 법을 가르치자는 거였다. 당연히 국가도 보조하고 도와야 된다. 둘째, 실력 혁명을 해야 한다. 실력도 없으면서, ‘여자니까 무조건 월급 똑같이’는 안 된다. 국가도 훈련시켜야 되고, 본인도 노력해야 된다. 실력이 같아야 동등한 대접을 받지, 그게 아니면 역차별이다. 다이어트하고 성형수술하는 게 실력이 아니라 브레인과 기술을 키우는 게 실력이다. 셋째가 지도력 혁명이다. 우리 회사에서 1000명 정도 되는 여성 보니까 다 우수한데 한계상황에 가면 진다. ‘남자들이 가장이니까 난 좀 쉬어도 되겠지, 애가 아프다, 힘들다, 시어머니가 아프다’ 그러면서 도망간다. 남성들은 참을성이 있다. 군대를 갔다 와서 그렇다. 전에 그 얘길 했다가 (여론에) 혼나긴 했지만 그 생각은 지금도 안 변했다. 모병제를 실시하고 여성에겐 옵션으로, 군대에 갔다 오면 가산점 주고. 군대 갔다 온 사람은 뭔가 다르다. 자기 체력의 한계를 넘어봤기 때문에 지구력이 있다. 팀워크를 안다. 각계각층 사람과 어울리기 때문에 지도력이 굉장히 향상된다. 여성들이 (성공)할 수 있는 모든 자질을 갖추는 데 가장 빠른 길이 여성 대통령이다.” -여성의 사회적 성장과 관련해 구조적인 문제는 이야기하지 않고, 개인의 능력을 키워서 스스로 성공하라는 인식이 강한 것 같다. 김 위원장의 특수한 경험을 지나치게 일반화하는 것 아닌가? “(나도 다른 여성들과) 똑같다. 여자 시이오(CEO) 거부당했고, (남성들의 관행인) 술대접 등 온갖 고난을 다 겪었다. 봉제인형을 만들어 좌판에서 팔기도 했다. 애가 화상당해서 죽다 살아난 일도 있었다. 그런데 나 같은 사람이 해내야지, 못하면 (이) 나라는 희망이 없다. 그리고 해냈다. 많은 인간 승리의 케이스를 보지 않나. 장애를 넘어서고, 가난을 넘어서고. 여자 권투선수가 뼈가 으스러지도록 (노력해) 이겨내고, 장미란 선수도 그렇고 얼마나 아름답나. 하늘은 스스로 돕는 자를 돕는다고 했는데, 노력하지 않는 사람은 (도움을) 줘도 (성공하는 게) 안 된다. 내 얘기는 국가의 도움과 개인의 노력이 동등하게 필요하다는 거다. 왜 유럽이 저렇게 망하나. 요람부터 장례식까지 모든 걸 국가가 보장해주니 (국민들이) 나태해져 유럽의 패망을 초래했다. 우리가 그런 민족이 될 거냐? 우리 선조들은 완전한 폐허에서 불평하지 않고 스스로 일궈냈다. 우리는 그 위에 핀 꽃인데, ‘모든 걸 해줘, 모든 걸 먹여줘. 그럼 한발짝 움직일게’ 그러면 안 되지. 이 좋은 환경에서 그러면 안 된다. 아마 제가 자수성가해서 더 그런 생각을 할 수도 있다.” -‘김성주’는 ‘여성 대통령 시대’ 여성의 역할모델 또는 모범인가? “벌써 그렇게 됐다. 굳이 제가 다시 창피하게 얘기할 건 아니고, 벌써 그렇게 돼 있는 것 같다. 내가 박 후보에게 바라는 건, 시대보다 더 아름다운 대통령이 되면 좋겠다는 거다. 한국은 헌정 이후 이승만 대통령부터 이명박 대통령까지 처음은 다 좋지만 끝이 불운하다. 너무 안됐다. 박 후보는 분열과 갈등, 비방, 갈라짐이 아니고 치유와 사랑으로 맑고 밝은 사회를 만들면 좋겠다. 여성적 리더십으로 박 후보가 할 수 있다고 믿는다. 한국의 국격이 굉장히 올라갈 거다. 오바마가 대통령이 되면서, 모든 사람이 미워하던 미국이 하루아침에 세계를 리드하는 국가가 됐고, 노벨평화상을 받을 위치로 갔다. 박 후보가 그렇게 될 수 있다고 믿는다. 외신들이 벌써 굉장히 관심을 갖고 있다.” -대선이 끝난 뒤에도 박 후보를 도울 건가? “저는 ‘제1야당’이 될 거다. 모든 공약이 이뤄질 수 있도록, 특히 여성들 살려내고 여성 정책 잘하도록 할 거다. (그런 부분에서) 박 후보를 뒤에서 돕겠지만, 나는 더 조용하게 살지 않을까 싶다. 우리 회사의 ‘일본 정벌’만 끝나면 은퇴해서 북한이 열리는 걸 준비하는 일을 할 거다. 또 여성, 청년, 사각지대에 있는 분들을 도울 거다. 여기 계신 훌륭한 원로들도 백의종군을 할 시간이 됐다. 나도 은퇴를 준비하고 있는데, (원로들이) 기득권을 유지한다면 본인한테도 안 좋다. 백의종군의 미덕은 반드시 실천해야 된다.” 조혜정 기자 zest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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