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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4.03.14 19:41 수정 : 2014.03.15 16: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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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요판] 특집
한국의 해양투기

▶ 서해 한곳과 동해 두곳에 산업폐수와 폐수오니(슬러지)를 버리고 있는 사실을 아시나요? 지난해까지 해양투기를 중단하기로 했던 정부는 결국 약속을 지키지 못했습니다. 2014년부터 2년 동안 예외를 허용하기로 결정했습니다. 폐기물을 바다에 버려도 된다는 지금의 인식을 전환하기 위해 법이 사회를 선도할 수는 없었던 걸까요? ‘규제는 암덩어리’라는 말이 적어도 환경 영역에서는 어울리지 않는데 말입니다.

지난달 11일 오후 인천시 중구 인천해양경찰서 해양오염방제과 김태원 주무관은 해양경찰청이 운영하는 폐기물 운반선 모니터링 시스템에 접속중이었다.

“항상 들어가는 건 아니고 가끔 들어가요. (안 들어갈 때도) 다 기록이 되니까….”

그가 선택한 다른 직원의 컴퓨터 작동 시간은 느렸다. 3분 이상 기다려 접속한 화면에 한반도와 주변 바다가 그려진 지도가 떴다. 서해 한 곳과 동해 두 곳에는 빨갛게 네모를 그려 구분해 두었다. 육상에서 나오는 산업폐수와 산업폐수오니(찌꺼기)를 버려도 된다고 지정한 해역을 가리키는 표식이다.

우리 바다에는 합법적으로 폐기물을 버릴 수 있는 곳이 있다. 서해 군산에서 200㎞ 떨어진 지정 해역을 ‘서해병’이라 부른다. 총 3165㎢로 서울시 5배 정도 되는 면적이다. 포항 동북쪽 125㎞ 해상과 울산 남동쪽 63㎞ 해상이 각각 ‘동해병’ ‘동해정’이다. 3050㎢와 1426㎢로 이 역시 넓다. ‘병’이나 ‘정’ 이름을 붙인 것은 육지로부터 떨어진 거리에 따랐다. 거리상 거의 공해에 가깝기 때문에 중국, 일본과의 외교 갈등이 일어나기도 했다. 김 주무관이 지도 위에 표시된 동그라미를 가리키며 말했다. 동그라미 점 하나가 먼바다 쪽으로 움직이고 있었다.

“이 동그라미가 배예요. 폐기물을 실은 처리업체의 배에 자동식별장치(Auto Identity System)가 달려 있어요. 이렇게 거의 실시간으로 배의 위치 정보를 알 수 있죠. 폐기물을 버리는 배출구의 개폐 상태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점의 색깔이 변하거든요.”

해양오염 방지 약속 ‘런던협약’
가입한 한국에서 합법적으로
폐기물 버릴 수 있는 해상은 3곳
25년간 1억t 이상이 버려졌다

산업화로 폐기물은 늘어나는데
처리할 곳 없자 바다를 찾았다
시설이나 기술은 필요없었고
깊은 수심과 해류 때문에
자정능력도 무한할 거라 믿었다

지정되지 않은 해상에 버려도 무혐의?

해양경찰청은 2008년부터 폐기물정보관리시스템(DMS: Ocean Dumping Management System)에 접속해 폐기물 해양투기 선박이 지정된 장소에서 폐기물을 버리고 있는지 관리한다. 배는 에스(S)자를 그리며 지정 해역을 통과한다. 이때 배출구를 열어 폐기물을 버리는데, 배출구를 열면 시스템상 배를 표시하는 동그란 점은 빨간색으로 표시된다. 지정 해역이 아니면 배출구는 언제나 닫고 운행해야 한다. 그때는 파란색으로 표시된 점이 움직인다. 이날 지도에 표시된 점은 빨간색이었다. 지정 해역이 아닌 인천 인근이었다. 배출구가 열린 것일까.

해양경찰청 예방지도과는 인천 근처에 있는 배가 빨간색으로 표시되는 이유에 대해 “90% 이상 정상 작동하지만 기계이다 보니 센서 이상으로 가끔 오작동할 수도 있다. 선박에서 기록하는 항해일지로 추가 확인한다”고 답했다. 2008년 이후 지정된 해상에 투기하지 않아 적발된 경우는 7건. 담당자는 대부분의 경우 지정 해역 부근에다 버렸다고 했다. 이를 근거로 고의적인 투기는 없었을 것으로 보인다고 적발 결과를 해석했다. 검찰 조사 결과 대부분 무혐의로 처리된다는 말도 덧붙였다. 현행 해양환경관리법에 따라 지정 해역 외에 폐기물을 배출할 경우 형사처벌 대상이다. 환경단체들은 해양배출 선박의 실수 또는 의도적 범행도 가능하지 않겠느냐며 현행 시스템의 취약점에 대해 우려해왔다. 물론 해양에 폐기물을 ‘투기’하는 행위 그 자체를 좀더 강하게 비판한다.

2014년 3월 현재, 한국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가입 국가 중 유일하게 폐기물을 해양에 투기하는 나라다. 제지, 섬유염색, 석유화학, 식품, 수산물가공업 등 일부 기업들은 생산 활동중에 내보내는 산업폐수와 산업폐수오니를 바다에 ‘합법적으로’ 버릴 수 있다. 오니는 보통 사업장에서 배출된 폐기물을 저장하는 저장소에서 가라앉은 찌꺼기를 포함한 슬러지로, 카드뮴·납·중금속 같은 유해물질 함유량이 산업폐수보다 훨씬 많다.

올해 총 485개 기업이 산업폐수 및 산업폐수오니 해양투기를 하겠다고 신청했다. 예상 배출량은 총 52만8764t이다. 업종을 따져보면 식품류 364곳, 섬유염색 43곳, 석유화학 31곳, 제지 20곳, 폐수 처리 19곳, 기타 8곳 차례였다. 식품류 중에는 규모가 영세한 수산물가공업이 38%를 차지했다. 해양수산부는 “식품류 폐수는 고염분, 고유기 성분으로 정화 처리가 어려워 해양투기를 할 수밖에 없다”며 투기를 허용하는 이유를 밝혔다.

업체 목록을 따로 살펴보면 중소기업이 많다. 그러나 대상·종근당바이오·매일유업·서울우유·샘표식품·코오롱인더스트리·삼립식품·샤니·파리크라상·해태제과·남양유업·사조산업·한국야쿠르트·케이씨씨·한국인삼공사·금호석유화학·엘지화학·에스케이씨·하림·오뚜기·동원·마니커·태광산업·수협중앙회·농협중앙회·영풍제지·한솔제지·고려제지·한국제지·무림피앤피·아세아제지·쎌바이오텍 등의 이름도 눈에 띄었다. 특히 제지업체는 전체 업체의 7%에 불과했지만 산업폐수오니 배출량 비율은 33.4%로 가장 많았다.

해양배출을 포기한 몇몇 기업을 제외하고 이들 업체가 내놓을 폐기물은 인천·울산·군산·마산·포항·여수·부산 등 전국 7개 항구에서 해양배출 처리업체 선박에 적재되어 투기될 예정이다. 해양배출업체 모임인 해양배출협회에 따르면 현재 전국에 운영중인 폐기물 운반선은 모두 6척이다. 1500~3000t급 폐기물 운반 선박이 한달에 10회 정도 폐기물을 싣고 30~40시간씩 걸리는 먼바다에 다녀온다.

2010년 폐기물 배출 해역인 동해병(경북 포항 동북 125㎞ 해상)에서 한국해양과학기술원의 조사선이 폐기물 운반 및 배출 선박을 따라가면서 해수채집기로 시료를 채취하고 있다. 방금 버린 유기성 폐기물이 바닷물과 섞이면서 배 가까운 곳 바닷물이 뿌옇게 보인다. 한국해양과학기술원 제공

일본 강력 항의로 동해정 폐기물량은 적어

지난해엔 얼마큼의 폐기물을 바다에 버렸을까. 환경운동연합 바다위원회가 <한겨레>에 공개한 ‘2013년도 해양투기 실태보고서’를 보면 지난해 해양에 투기한 폐기물은 총 116만t이다. 서해병에 58만t, 동해병 57만9000t, 동해정은 1000t이다.(동해정에 폐기물 배출량이 적은 이유는 일본의 강력한 항의 때문이다.) 고상형인 산업폐수오니 90만t(77.6%), 액상형인 산업폐수가 25만3000t(21.8%), 기타 7000t이다. 산업폐수와 산업폐수오니의 양만 따져보면 2012년보다 8만6000t 증가했다. 특히 오염도가 심한 산업폐수오니량이 2012년도와 비교해 9만8000t이나 늘었다. 12%가 증가했다.

항구별 배출량을 순서대로 살펴보면, 인천항에서 38만3662t(235회 출항)으로 가장 많이 배출했다. 울산항은 34만3077t(305회)으로 두번째로 많이 배출했다. 군산항 19만6545t(76회), 마산항 10만3405t(99회), 포항항 7만1990t(80회), 부산항 65t(1회) 순서였다. 배출량으로는 인천항이 전체의 33%로 가장 많았다. 폐기물 운반 선박의 출항 횟수는 총 850회에 이른다. 계산해보면 1회당 평균 1375t을 버려야만 116만t을 채울 수 있다. 배가 나가는 ‘항차’ 횟수는 울산항이 전체의 36%로 가장 많았다.

국내 폐기물 해양투기는 산업화 과정에서 시작했다. 국토는 비좁고 빠르게 도시화되어 폐기물을 처리하는 것은 산업화 국가마다 과제였다. 한국도 마찬가지로 처리할 곳이 마땅치 않았다. 바다에 버린 것은 고육지책이었다. 여타의 시설이나 기술은 필요하지 않았고, 건조, 소각, 매립 등 육상에서의 처리는 님비 현상을 초래하기 쉬웠다. 깊은 수심과 해류가 작용하기 때문에 바다의 자정능력이 무한하다는 잘못된 인식이 만연했다. 이는 해양투기 합리화의 구실로 작용했다.

1986년 아시안게임, 1988년 서울올림픽을 염두에 두고 국토를 오염시키지 않는 해양투기는 강하게 추진됐다. 1988년 정부는 해양‘배출’제도를 공식적으로 도입해 권장했다. 하수오니, 음식물폐수, 가축분뇨, 산업폐수 등을 민간업체들이 정부를 대행해 바다에 처리하도록 했다. 해양배출 업체들은 저장시설과 선박, 인력을 확충해갔다.

한번 해양투기를 결정한 이상 이를 중단하기란 쉽지 않았다. 국제사회의 규탄이 이어지자 한국은 1993년 ‘폐기물 기타 물질의 투기에 의한 해양오염 방지 협약’이라는 런던협약에 가입했다. 그러나 사정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폐기물 해양투기가 정점을 찍던 2005년 해양경찰청의 자료를 보면 실제로 992만9000t의 폐기물이 3곳의 지정 해역에 버려졌다. 가축분뇨(278만3000t), 하수오니(162만9000t), 음식물폐수(149만8000t), 산업폐수오니(144만1000t), 산업폐수(77만7000t) 등이었다. 언론과 시민사회의 비판이 거셌다.

정부는 2006년 런던의정서 발효에 따라 육상폐기물의 해양투기 감축 계획을 추진하기 시작했다. 2006년부터 2011년까지 10~25%씩 단계적으로 폐기물 해양배출량을 줄여나가기로 했다. 그 결과 2012년 1월1일부터는 가축분뇨와 하수오니의 해양배출이 금지됐다. 2013년 1월1일부터 분뇨·분뇨오니와 음식물폐수 투기가 금지됐다. 한국 정부는 절감 노력을 약속한 뒤인 2009년 1월 영국·독일 등 36개 나라가 가입한 1996 런던의정서에도 가입했다. 런던의정서는 몇가지 물질을 제외한 모든 물질의 해양투기를 금지하고 투기 허가를 발급할 경우 폐기물 평가체제를 적용하도록 하는 등 런던협약보다 더 엄격하게 해양배출을 금지하는 약속이다. 그럼에도 2009년부터 지난해까지 실제로 폐기물 1668만3000t이 바다에 버려졌다. 지난해 런던협약 및 런던의정서 합동당사국총회 부의장국으로 한국인 과학자가 재선된 만큼 한국 정부는 책임 있는 자세를 요구받고 있다.

2006년 뒤늦게 감축계획 세워
2014년부터 금지하려 했지만
정부는 해양투기 2년간 유예
육상처리시설은 충분했지만
비용 부담 느낀 기업 편을 들었다

현재 OECD 가입국 중 유일하게
해양투기를 하는 나라가 한국
“바다가 누구 겁니까? 기업? 국민?
정부는 국민을 대신해 폐기물을
바다에 버리지 말라고 해야 한다”

대상·종근당바이오도 올해 해양배출 신청

전환점은 마련되는 듯 보였다. 2012년 7월 정부는 ‘해양투기 제로화 추진계획’을 세웠다. 2014년 1월1일부터 모든 폐기물의 해양배출을 전면 금지하기로 결정한 것이다. 이 약속은 몇달도 지나지 않아 번복됐다. 산업계의 요청이 있었다. 매립·소각·재활용·연료화 등의 방법을 총동원해도 육상처리시설 부족으로 물리적·시간적 한계가 있다며 해양배출 연장을 관철시켰다.

2012년 12월 개정된 해양환경관리법 시행규칙을 보면 ‘해양에 배출할 수 있는 폐기물에 관한 특례’ 조항을 통해 ‘재활용·소각·육상매립 등 다른 방법으로 처리하는 것이 현저히 곤란’한 산업폐수와 산업폐수오니에 대해 2014년 1월1일부터 2015년 12월31일까지 한시적으로 배출할 수 있도록 허용했다. 해양수산부는 2016년 모든 폐기물의 해양투기를 금지하기 전 단계로 봐 달라는 입장이다. 환경단체와 해양 전문가들은 2014년부터 해양투기를 전면 금지하겠다는 약속을 어겼다며 정부를 비판한다.

정말 해양투기가 불가피할까. 당장 해양배출을 중단해도 될 만큼 육상처리시설의 처리 가능 총량은 충분했다. 환경부 폐자원관리과의 한 사무관은 “현재 육상처리시설만으로도 92만t의 폐기물을 더 처리할 수 있다. 올해 해양배출을 신청한 양인 52만t을 넘는다”고 답했다. 단, 육상처리시설이 국토에 고르게 위치하지 않고, 기업들이 내놓는 폐기물의 성분에 따라 처리 가능한 시설을 쉽게 찾지 못한다고 덧붙였다. 운반비를 포함한 육상처리 비용의 부담이 해양배출 때보다 늘어날 수 있다는 점이 당장 해양배출을 중단하지 못하는 가장 큰 이유였다.

경제논리상 규제 없이는 해양배출을 중단시킬 근거는 없었다. 기업은 국가에서 해양배출을 허용하는 만큼 2년 유예 결정을 이용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는 눈치다. 통상 육상처리는 해양배출에 비해 비용이 3~4배 더 드는데, 법적으로 해양배출이 가능해진 이상 기업 입장에서는 애써 육상처리를 서두를 필요가 없어진 것이다.

원료의약품 회사 종근당바이오㈜도 그런 업체다. 해양으로 투기하는 폐기물을 아직 다 육상처리로 전환하지 못했다. 이 업체는 올해 산업폐수오니 3500t과 일반 폐수 6800t을 해양에 버릴 수 있도록 지난해 말 해양배출을 신청했다. 이 회사 담당자가 사정을 설명했다. “나름 사전에 준비를 하고 해양투기를 그만두려고 노력하고 있다. 그런데 공장에서 나오는 유기성 폐수오니 처리를 처리업체들이 잘 받아주지 않는다. 만약 소각하려면 특별한 소각 방법이 필요한데, 가까운 소각장 중에 그런 곳을 찾기가 어렵다. 운반비를 들이자니 사정이 여의치 않다. 어쩔 수 없이 정부 방침대로 해양배출을 한 것이다.”

6만t이 넘는 산업폐수오니를 버리는 한 제지업체 홍보팀장은 “정부 방침대로 해양투기량을 줄이고 있다. 고속탈수기 구입 계획이 있고…. 그런데 왜 아직도 줄이지 못했느냐고 묻는다면 시간이 부족했다고, 미안하다는 말밖에 할 수 없다”며 하소연했다.

올해 해양배출을 하지 않기로 했지만 지난해 해양배출을 먼저 신청해둔 업체들도 있었다. 대기업인 식품회사 대상㈜은 올해 1월1일부로 기존 해양배출 방식을 중단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녹생토(조경토)와 퇴비화 방법으로 100% 육상처리를 시행할 예정이고 슬러지 건조기와 탈수기 설비를 강화해 배출량 자체를 50% 이상 감축할 방침”이다. 그럼에도 지난해 말 3만5000t이 넘는 폐기물을 올해 해양배출하겠다고 일단 신청했다.

수협중앙회 인천가공물류센터는 ‘수산업계마저 해양투기를 한다’는 방송 보도 이후 해양배출 신청을 철회했다. 육상처리가 가능했는데도 일단 해양배출을 신청한 것이다. 해양배출을 하려는 기업은, 해양수산부에 해당 광역시나 도내 육상처리시설이 없거나 육상처리업체가 폐기물 처리를 거부했다는 것을 입증하는 서류를 제출하면 가능했다.

환경단체는 정부가 너무 쉽게 기업의 입장을 대변하고 있다며 해양투기 2년 유예 연장을 반대한다. 환경운동연합 바다위원회 최예용 부위원장은 정부의 결정이 ‘기업 편들기’라고 말했다.

“따지고 보면 해양배출을 안 하거나 지금보다는 더 줄일 방법도 있습니다. 육상처리시설은 지금도 충분히 있어요. 준비하라고 했는데도 육상처리 방침에 안 따라오는 기업이 있다면 스스로 손해를 본다는 사실도 알게 해야죠. 개별 기업의 이익을 위해 공공재인 바다에 폐기물을 버린다? 규제 완화가 박근혜 정부의 기조라지만, 원칙을 어기고 기업 편을 드는 것은 존중받을 수 없습니다. 다시 2년 기다리면 해양배출 안 한다고요? 그동안 오염되는 바다는 어쩔 겁니까.”

기업의 편의를 봐주기 위해 폐기물의 한시적 배출을 허용한 것 아니냐는 지적에 해양환경정책관 남형기 국장은 항변했다. 그는 2016년부터 해양투기를 완전히 금지하는 것은 분명하다고 재강조했다.

“더디게 간다고는 해도 의지가 있으니까 여기까지 온 겁니다. 2006년부터 2011년까지 순차적으로 감축해왔고요. 이제 얼마 남지 않았어요. 지금 폐기물 해양배출 2년 ‘연장’했다고 언론에서 말하는데, 사실은 꾸준한 절감 노력의 연장선상에서 봐줬으면 해요. 산업폐수는 고염분이라 다른 폐기물보다 육상처리 여건이 좋지 않아요. 산업계에서는 유예기간이 너무 짧았다고 합니다. 만약 지금 산업폐수나 폐수오니를 버리는 게 문제라면, 2012년에 원천 금지 계획을 세울 때 산업폐수와 오니에 대한 대책은 왜 빠뜨렸느냐고 따져야겠죠. 지금으로는 이게 최선입니다.”

동해병 지역 비소·아연 정상보다 높아

해양수산부가 제공한 2012년 폐기물 배출 해역 모니터링 결과를 보면, 해저퇴적물 중금속 농도가 2006년에 비해 최대 46~64% 감소했다. 그러나 바다 아래에 사는 저서생물 출연종 수, 서식 밀도, 생물량 모두를 종합해 배출 해역의 건강도를 평가한 결과 서해병은 약간 오염과 정상 단계를, 동해병은 중간에서 약간 오염 단계로 나타났다. 특히 동해병 지역에서 중금속의 하나인 비소와 아연이 정상보다 높은 주의 단계로 측정됐다. 폐기물의 양이 감소함에 따라 오염도는 줄어들 수 있지만, 오염이 안 되는 것은 아니었다.

해양 전문가들과 환경단체들은 지금이라도 해양투기를 금지하고 최대한 육상처리로 돌릴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기업의 사회적 책임에 대한 인식을 확대하고, 중소기업의 경우 기존 육상처리시설을 최대한 활용하도록 정부 주도의 전 국토 단위 폐기물관리 대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있다.

익명을 요청한 해양환경관리 전문가는 해양배출 허용처럼 규제를 하지 않는 환경정책 때문에 환경기술의 발달이 늦춰지고, 결국 환경오염을 방치하는 시간이 길어진다며 안타까워했다.

“환경은 다른 사회 영역과 달리 규제를 먹고 삽니다. 수요가 있어야 폐기물 관련 환경산업이 발전하는데, 해양투기를 허용하는 이상 기술이 발전할 수가 없어요. 세계적으로 볼 때 다 똑같아요. 법이 먼저 선도적으로 바뀌면 기술과 산업이 따라옵니다. 그동안의 관행을 바꾸기 어렵다는 걸 인정하면 어려워져요. 결국 바다가 기업의 것인지, 국민의 것인지 먼저 물어야죠. 정부는 국민을 대신해 폐기물을 버리지 말라고 해야 합니다. 실질적으로 따지면 오염자 부담 원칙에 따라 배상을 해야 할 일이에요.”

잘못된 해양환경 보호의 역사를 반성하고 사람들의 부족한 해양환경 보호 인식을 지적하기도 한다. 바다의 자정작용을 이야기하지 말라는 의미다. 한국해양과학기술원 특정해역보전관리연구센터 정창수 박사의 말이다.

“폐기물 처리 방법은 간단해요. 환경에 미치는 영향이 작은 순서대로 하면 됩니다. 폐기물의 양을 줄이고, 재활용을 한 뒤 소각, 매립, 해양배출순으로 정책을 시행해야죠. 처리와 처분은 다르거든요. 소각이나 매립, 해양배출처럼 더이상 손쓸 수 없는 행위는 처리가 아니라 ‘처분’이에요. 처분 중에 그나마 앞선 순서를 꼽자면 소각이 환경에 미치는 영향이 가장 작아요. 굴뚝에라도 장치를 달아 조절할 수 있겠죠. 그다음은 매립입니다. 침출수 문제가 있지만 매립한 뒤 나온 가스라도 사용하고 정 문제가 되면 다시 파내면 되거든요. 최후의 보루가 해양투기예요. 이득이 전혀 없으니까요. 바닷물 양이 엄청나기 때문에 자정작용이 있다는 말은 과학적으로 더이상 옳은 말이 아니에요. 가급적 버리지 않는 게 가장 좋다는 건 다 알잖아요. 그런데 우리는 거꾸로 해양투기부터 시작했습니다. 해양환경에 대한 인식이 그만큼 낮았고, 멀리 있는 바다는 당장 내 집 앞이 아니니까 심각함을 몰랐어요.”

바다에 폐기물을 버리는 대신 기업들은 어떤 책임을 지고 있을까. 해양배출을 하는 기업에 부과되는 ‘해양환경개선부담금’은 2003년부터 시행됐다. 수산발전기금으로 귀속돼 해양환경사업 등에 쓰인다. 2003년부터 2013년까지 1298억3400만원이 걷혔다. 올해는 12억원, 2015년은 4억8000만원 정도를 거둘 것으로 예상한다. 한편 1988년부터 2013년까지 하수오니, 가축분뇨, 오니, 음폐수 등 각종 폐기물 1억2978만5000t이 바다에 버려졌다. 환경과 경제를 같은 선상에 두고 가치를 따지는 것이 가능한가. 26년의 해양배출 역사가, 해양투기 역사 마지막 2년을 두고 다시 질문한다.

최우리 기자 ecowoor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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