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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4.04.25 19:31 수정 : 2014.04.27 15:17

유병언 전 세모 회장은 1989년에도 허가 없이 불법적으로 선박 수리와 건조를 저질렀고 1991년 국회 국정감사에서 논란을 샀다. 당시 <한겨레> 등 많은 언론이 이 논란을 보도했다.

[세월호 참사]

유병언(73) 전 세모그룹 회장이 25년 전에도 불법적이거나 부적절한 경영을 했던 사실이 새삼 주목된다. 청해진해운이 일본에서 세월호를 사들인 뒤 램프를 철거하고 객실을 추가 증축한 것이 사고 원인 중 하나라는 지적이 나오기 때문이다.

세모가 과거에 저지른 선박 불법 수리·건조 사실이 먼저 눈에 띈다. 세모는 1989년 한강변에 선박검사소 허가를 받은 뒤 이곳에서 불법적으로 선박을 건조한 사실이 뒤늦게 드러났고 1991년 국회 국정감사 때 논란이 됐다. 1991년 9월24일 열린 13대 국회 건설위원회의 서울지방국토관리청 국정감사에서 민주당 소속 김영도 의원이 세모의 ‘불법행위’를 지적했다. 당시 국정감사 회의록을 보면, 세모는 1989년 서울 마포구 상암동에 유람선 점검에 사용하겠다며 선박검사소 건설을 신청했고 서울지방국토관리청은 즉시 이를 허가했다. 신청에서 허가까지 9일밖에 걸리지 않았다.

김 의원은 이 선박검사소에 대해 “전혀 뜻하지 않게 가설건축물 사무실 100평(330㎡)이 건설되어 있고 철제빔으로 만들어 호로(덮개·천막)를 씌운 조선소가 약 800평(2640㎡)이 건설되어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김 의원은 “(선박검사소 허가) 조건에 본 검사소에서는 선박 수리를 할 수 없고 만일 선박 수리를 하면 허가를 취소하겠다고 해놓고 선박 수리는 물론 심지어 선박 건조까지 하고 있는데 왜 허가를 취소하지 않고 있는가 의문이 제기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1991년 국감장에서 야당 의원이
한강변 불법 조선소 왜 놔두냐
서울국토관리청장에게 따졌더니
고발만 5번 했다는 비상식 답변

세모를 유람선 사업자에 끼워준
염보현 서울시장도 특혜의혹
25억원 은행대출도 의문투성이

황주연 서울지방국토관리청장은 이에 대해 1990년 상반기 하천 실태 조사 때 불법 사항으로 적발해 서울시에서 5차례 고발하고 즉시 철거하도록 요구했다고 밝혔다. 황 청장은 “관련 공무원을 문책토록 지시한 바 있으며 이에 대해 서울시에서 1991년 8월 고발조치한 바 있다”며 “불법 시설물에 대해 즉시 철거하도록 다시 촉구하고 미철거시에는 당초 허가한 선박검사소를 허가취소하겠다”고 답했다.

언뜻 잘못을 시인하고 적절하게 대책을 강구한 것처럼 들리지만, 뜯어보면 비상식적인 답변이다. 서울지방국토관리청이 5차례 고발했다는 말은, 4번이나 고발했는데 세모가 불법적인 선박 수리 및 건조 행위를 중단하지 않았다는 말이 된다. 서울지방국토관리청의 행동도 이해하기 어렵다. 규정에 따라 허가를 취소하면 되는데 거듭 고발장을 제출하면서도 정작 세모의 선박검사소 면허를 취소하지 않은 것이다. 이 때문에 김 의원도 재차 “허가를 취소하면 될 것 아니냐”고 추궁했다. 황 청장은 “다시 한번 현장검사를 해서 의법조치하겠다”고 거듭 답했다.

이 때문에 1991년 검찰 수사 때도 세모 특혜 의혹이 제기됐으나 검찰은 이를 규명하지 못했다. 특혜 의혹은 두 가지에 집중됐다. 1985년 염보현 당시 서울시장은 애초 1개 업체였던 유람선 사업자 수를 까닭없이 2개로 늘렸다. 세모가 사업자에 포함됐다. 검찰은 이 결정이 “염 시장의 지시”라고 수사 결과 발표 때 밝혔다. 염 시장은 훗날 다른 비리 사건으로 유죄 판결을 받았다. 당시 세모가 받은 25억원의 은행 대출에도 특혜라는 의혹이 제기됐으나 검찰은 적법한 대출로 결론냈다.

저임금이나 무보수로 신도인 직원들을 부당하게 착취한 사실도 판결문에서 다시 확인된다. 유 전 회장에 대한 대전지법의 유죄 판결문을 보면, 유 전 회장은 1976년 자신의 첫 회사인 삼우트레이딩을 “복음침례회 신자들의 헌금, 출자, 담보제공, 무상노무제공 등으로 경영”했다. “같은 교회 신자들이 주축이 된 삼우트레이딩을 돕는 것이 구원받은 성도들의 교제를 확산하는 유력한 방법이라는 취지로 설교하여 신도들로 하여금 (본인에게) 금원을 차용해 줄 것을 유도”했다.

유 전 회장의 ‘치밀함’도 판결문에 드러나 있다. 당시 구원파 핵심 간부 송재화씨가 유 전 회장을 대신해 신자들로부터 모금 활동을 많이 했다. 송씨는 “삼우트레이딩이나 유병언 명의로 된 차용증, 어음 등의 문서를 남기지 않고 후일 문제가 될 때에는 회사와의 관련을 차단하는 방법으로 서울, 광주, 대전 등지에서 사채를 끌어”모았다. 사채 중 수표나 어음 등은 현금으로 바꿔 “마대자루에 담아 운반한 뒤” 중간 운반자를 통해 최종적으로 유 전 회장에게 전달했다. 법적 책임을 피하는 경로를 알고 있는 것이다. 청해진해운과 유 전 회장의 두 아들 회사 거래·소유 관계가 복잡한 것은, 과거부터 학습해온 ‘치밀한 경영’의 결과로 보인다.

고나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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