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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6.09.09 19:22 수정 : 2016.09.09 20:54

“이제 민주주의 2.0 단계로 가야 한다”(박성민), “당내 경선 과정이야말로 한국 정치의 수준을 향상시킬 수 있다.”(남재희) 7일 오전 서울 마포구 서교동 미디어카페 후에서 열린 2017년 대선 전망 좌담에서 박성민 정치컨설팅민 대표(왼쪽)와 남재희 전 노동부 장관 두 사람은 내년 대선에서 바라는 점을 각각 이렇게 꼽았다. 강재훈 선임기자 khan@hani.co.kr

[토요판] 특집
‘2017 대선’을 전망하다

“이제 민주주의 2.0 단계로 가야 한다”(박성민), “당내 경선 과정이야말로 한국 정치의 수준을 향상시킬 수 있다.”(남재희) 7일 오전 서울 마포구 서교동 미디어카페 후에서 열린 2017년 대선 전망 좌담에서 박성민 정치컨설팅민 대표(왼쪽)와 남재희 전 노동부 장관 두 사람은 내년 대선에서 바라는 점을 각각 이렇게 꼽았다. 강재훈 선임기자 khan@hani.co.kr

▶2017년 대선을 향한 경쟁이 서서히 달아오르고 있습니다. 여야의 잠재적 대선주자들이 잇따라 경선 출마를 선언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번 대선 역시 판이 어떻게 짜일지 아직은 불확실합니다. 야권통합론이 있는가 하면 여야의 중도적 그룹이 합치자는 제3지대론도 나오고, 심지어는 새누리당과 국민의당의 결합을 염두에 둔 영호남연대론도 떠돕니다. 오랜 정치 경험을 가진 남재희 전 노동부 장관과 정치 전략가인 박성민 ‘정치컨설팅 민’ 대표를 초청해 대선 정국과 관련한 얘기를 들어봤습니다.

내년 대선은 1987년 민주화로 대통령 직선제가 부활된 이후 7번째 선거다. 그동안의 경험에 의하면 최종 승자는 최소한 2년 전쯤에는 잠재적 주자로 국민들에게 거론됐던 사람이다. 내년 대선의 승리자도 지금 뛰고 있거나 이름이 거론되고 있는 사람 가운데 한명이 될 공산이 크다. 그만큼 우리 사회는 제도적으로 안정됐다고 볼 만하다. 하지만 대세론을 형성했던 사람이 막상 레이스가 펼쳐지면 낙마하거나, 여론조사에서 꼴찌에 머물던 이가 치고 올라와서 승자가 되기도 하는 등 경쟁은 항상 역동적이었다. 7일 오전 서울 마포구 서교동 미디어카페 후에서 두 사람을 만났다.

-대선 경쟁이 시작됐다. 대선은 리더십과 시대정신이 맞는 쪽이 이긴다. 매번 선거마다 시대정신이라는 게 있었다. 김영삼 정부 때는 문민화, 김대중 정부 때는 정권교체 등등, 내년 대선의 시대정신은 뭐가 될까?

남재희(남) “지금의 시대적 과제는 두가지라고 본다. 빈부 격차를 해소하는 것이다. 즉 갈수록 심화되고 있는 양극화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또 하나는 남북관계 돌파구를 열어야 한다. 동아시아 안정과 한반도의 평화를 위해서 일촉즉발로 치닫고 있는 남북관계를 푸는 문제가 가장 시급하다.”

박성민(박) “전세계적으로 신자유주의와 세계화의 그림자가 짙은 시기다. 심지어 전쟁조차 사유화됐다고 할 정도로 시장도 권력도 사유화됐다. 돈으로 살 수 없는 것도 돈으로 사는 시대가 됐다. 우리도 마찬가지다. 관료뿐 아니라 심지어 판검사까지도 다 돈에 매수되는 등 공적 영역이 무너졌다. 한마디로 퍼블릭 서비스의 대위기다. 따라서 내년 대선에서는 공공성의 회복, 즉 퍼블릭 서비스 주체로서의 국가를 바로세우는 게 가장 중요한 시대정신으로 떠오를 것이다.”

남재희 전 노동부 장관(왼쪽), 박성민 정치컨설팅민 대표(오른쪽).
남재희와 박성민은 누구?

남재희(82)씨는 언론인 출신으로 10~13대 국회의원을 지낸 원로 정치인이다. 김영삼 정부 때 노동부 장관을 역임하기도 했다. 민정당 등 보수당에서 정치활동을 했지만, 항상 진보에 대한 애정과 관심을 지닌 합리주의자다. <진보 열전>과 <언론 정치 풍속사> 등의 저서가 있다.

박성민(52)씨는 1990년대 초반부터 서울 여의도에서 정치컨설팅을 전문으로 해온 1세대 정치 전략 전문가이다. 정파에 치우치지 않고 객관적으로 정치를 분석한다는 평이다. <강한 것이 옳은 것을 이긴다>와 <정치의 몰락> 등의 저서가 있다.

여야 교체 ‘10년 주기론’ 정착되나

-대략적인 대선 전망을 해볼 수 있을까?

“막연하지만 진보와 보수 간에 두 텀(임기)의 사이클이 생기는 것이 아니냐는 생각이 든다. 김대중·노무현 정부 10년, 이명박·박근혜 10년 했다. 이번에는 다시 진보 쪽으로 기우는 것 아닌가. 미국도 그런 경향이 있다. 또 국민의 불만도 높아졌다. 그런 점에서 야당이 유리해 보인다.”

“단정할 수는 없지만, 흐름이나 분위기는 있는 것 같다. 국민 성공시대를 내건 이명박 정부나 국민 행복시대를 내건 박근혜 정부 동안 국민은 성공하지도 행복하지도 않았다. 대기업만 성공하고, 부자들만 행복해졌다고 한다. 그러니 야당이 유리한 면이 있다. 또 하나는 여론조사다. 김대중, 노무현, 이명박, 박근혜 네 사람을 불러주고 누구를 좋아하느냐고 물어보면, 2014년 지방선거 이후부터는 김대중과 노무현 지지를 합친 수치가 이명박, 박근혜의 합보다 월등히 높다. 현직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직무 평가에서도 ‘잘한다’는 대략 30% 정도, ‘못한다’는 60% 정도이다. 차기 대통령 후보에 대한 조사에서도 야당 쪽 지지율 합이 여당 쪽 합보다 항상 높다. 과거, 현재, 미래 대통령에 대한 평가에서 일관된 방향이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대선 같은 정치 예측에서는 정치 지형을 잘 반영하지 못하는 정당 지지도보다는 인물 지지도가 더 정확하다.” -흐름이 불리해서인지 여권은 지금 대선 후보를 당 바깥에서 찾고 있다. 보수정당이 이런 적은 과거에 없다.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을 후보로 내세우려는 계획이 성공할까?

“저는 어렵다고 본다. 여론조사상으로는 가히 반기문 대세론이라 할 만하다. 그런데 대세론은 정체성 문제가 제기되면 무너진 경우가 과거에 많았다. ‘우리가 아무리 후보가 없더라도 한나라당 경선에 불복하고 나온 사람을 후보로 내세워서 되겠느냐. 그렇게 이긴다고 하더라도 그게 우리의 승리냐’는 노무현의 호소에 2002년 이인제의 대세론이 무너진 게 대표적이다. 고건이나 반기문, 정운찬, 안철수는 특정 정당에 대한 일체감이나 ‘우리 후보’라는 당원들의 인식이 약한 사람들이다. 이들은 어느 당으로 가도 이상할 게 없는 사람들이다. 특히 반기문은 노무현 정권 때 청와대 수석과 장관을 지내면서 사무총장이 된 분이다. 현재 국민적 대세론을 형성한 반기문, 문재인 두사람 가운데 혹시 꺾인다면 반기문일 가능성이 더 크다고 본다.”

“반기문 대세론에 회의적이다. 빈부 격차 해소와 남북관계 돌파구 마련이라는 두가지 시대적 명제가 있는데 반기문은 이를 해결할 적임자가 아니다. 그는 국내 빈부 격차나 복지에 대해서는 완전한 백지상태라고 할 수 있다. 또 남북문제에 대해서도 역할이 제로라고 본다. ‘최악의 사무총장’(<이코노미스트>)이라는 국제적 평이 있었지만, 남한 출신의 반 총장이 부각되는 것을 북한이 극도로 싫어한다고 하더라. 몇차례의 방북 시도가 그 때문에 번번이 실패했다. 지명도만 갖고는 대선을 치르기는 힘들다.”

박성민 정치컨설팅민 대표(왼쪽)와 남재희 전 노동부 장관이 7일 오전 미디어카페 후에서 2017년 대선 전망 좌담을 하고 있다. 강재훈 선임기자 khan@hani.co.kr

젊고 개혁적 이미지 유승민이 다크호스

“반기문은 전략적으로도 실수했다. 한국에 올 때마다 제이피(김종필)를 자택에 찾아가서 만나고, 외교행랑으로 감사 편지도 보내는데 이건 패착이다. 누군가 제이피를 잡은 사람은 대권을 쥐었고, 그렇지 않은 사람은 놓쳤다고 얘기했을 것이다. 그럴듯해 보이지만, 한국 보수당에서 후보 결정권은 티케이(대구·경북)가 가지고 있다. 본인이 충청 출신이니 충청표는 후보가 된 뒤인 내년 11월이나 12월에 다져도 된다. 새누리당 주류가 아니라 보수세력 전체는 반기문 카드로는 내년 대선에서 진다고 생각할 것이다.”

-새누리당이 만만한 정당이 아닌데 대책을 세우지 않겠나?

“만일에 새누리당이 이기려면 4가지를 해야 한다고 본다. 첫째 외연을 넓히는 후보를 내야 한다. 박근혜 대통령이나 이명박 전 대통령은 선거할 때는 개혁을 외치고 혁신을 주장했는데 대통령이 되면 모두 기득권으로 돌아갔다. 더구나 지금 정권은 선거 때조차 혁신하는 척도 하지 않는다. 따라서 대선 후보로는 보수적 전략 자산이나 친박적인 자산이 아니라 대한민국의 전략적 자산 즉, 외연을 넓힐 수 있는 후보를 내야 한다. 둘째는 문재인보다 더 젊은 사람을 내야 승산이 있다. 반기문이나 김무성 등 문재인보다 나이 많거나 비슷한 사람을 내서는 힘들다. 셋째, 경제민주화를 앞세우는 야당을 훨씬 뛰어넘는 혁명적인 이슈를 들고나오지 않으면 어렵다. 넷째는 과감하게 해보고 패배하면 받아들이자는 자세로 가야 해볼 만할 것이라고 본다.”

-젊고 개혁적인 후보를 내세워야 새누리당도 해볼 만하다는 것 같은데, 유승민 의원을 뜻하는가?

“유승민에 대해서는 이명박, 박근혜에 이어 또 티케이 출신이냐는 비판이 있겠지만, 성향이나 정책으로 볼 때는 같은 당 안에서의 정권교체 의미가 있다. 또 대구·경북은 반기문보다는 유승민을 ‘우리 후보’로 볼 것이다.”

“박 대통령이 미워해서 어떻게 될지 모르지만, 유승민 같은 사람이 후보가 된다면 막강할 것 같다. 유승민은 티케이 본류다. 또 헌법 1조와 복지 문제를 가지고 대통령하고 맞붙었다. 정치적 자산과 명분을 갖췄다. 사드를 초반부터 찬성하고 있기는 한데, 좌우간 유승민이 되면 문재인의 경쟁력이 떨어질 것으로 보인다.”

영호남연대보다 문재인-안철수 결합이 시너지

-이정현 새누리당 대표가 제기한 호남과의 연대론은 어떻게 보는가?

“이정현 대표의 호남연대론은 성사가 안 돼도 자기 선거구에 도움이 되는 측면이 있다. 물론 국민의당에 대한 유인책이라는 의미도 있다. 그로서는 손해날 것이 없다. 문제는 안철수의 선택인데, 안철수는 야당 정체성이 없이 여야에 대해 중립적이기에 여당 쪽으로 넘어갈 가능성도 있다고 본다. 안철수 개인으로 봐도 3파전으로는 희망이 없는 것 아니냐.”

“대한민국 정치사에서 제3당 후보가 2등을 한 역사가 없다. 디제이(김대중)도 제3당인 평민당을 만들어 출마해서 3등을 했고, 정주영, 이인제 모두 3등 했다. 총선에서는 안철수의 국민의당이 많은 득표를 했지만, 대선에서는 유권자들이 훨씬 냉정하고 냉혹한 기준을 적용할 가능성이 있다. 오히려 호남 유권자들이 이제 정치권에 불려나왔던 안철수에 대한 부채를 갚았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호남 사람들은 무조건 안철수를 지지하는 게 아니라 이길 수 있는 사람을 지지할 것이다. 문재인으로 정권교체 가능성이 있으면 문재인을 찍을 것이다.”

-이왕 말이 나왔으니 안철수 의원에 대한 얘기를 더 해 보자. 남 전 장관께서는 새누리당과의 결합 가능성까지 언급했다. 국민의당 기반이 호남인데 그게 가능하겠나?

“김영삼이 노태우와 합당한 선례로 본다면 안철수와 새누리당과의 연대나 연합이 가능하다고 본다. 어떤 면에서는 김영삼보다 안철수가 여당과 합하기가 더 쉽다. 김영삼과 노태우는 격렬하게 대립했던 데 비해 안철수는 여권과 그런 적이 없는 중도다. 정강정책이나 당 노선에서 새누리당과 통합 못할 이유가 없다. 그리고 안철수의 제3당은 뻗어나가는 3당이 아니라 위축되는 3당이다. 이대로는 안 되고 뭔가 탈출구를 찾아야겠다고 생각할 수 있다.”

현재까진 야당 승리 가능성 커
대통령 4명 대상 조사했더니
진보 합이 보수쪽보다 더 높아
차기 선호도도 진보쪽이 앞서
여론 흐름은 일관된 방향

여당 ‘반기문 대세론’ 취약
정체성 약해 붕괴할 수도
외연 넓힐 젊은 후보 내고
야당 뛰어넘는 공약 내걸면
대선 분위기 바뀔 가능성도

“그건 잘 모르겠다. 다만, 결선투표제 등 제도의 변화가 없으면 대선에서는 표가 양쪽 유력후보한테 빨려들기에 안철수가 이걸 뚫고 가기가 굉장히 어렵다. 저는 안철수는 대통령 후보가 될 가능성과 대통령이 될 가능성의 합은 100%의 관계에 있다고 본다. 즉, 본인이 후보가 될 가능성이 80%가 되면 대통령 될 가능성은 20%로 준다. 반대로 후보 가능성이 20%라면 대통령 될 가능성은 80%이다. 그건 반기문과 유승민 등의 인물을 다 모으는 것을 말한다. 즉, 안철수 본인이 대통령이 되려면 대담한 변화가 있어야 하는데 쉽지는 않을 것으로 본다. 그런 면에서 안철수가 내년에 대통령이 될 가능성은 새누리당 후보나 더민주의 문재인보다 높지 않다. 그렇지만 안철수가 가담하는 동맹이 집권할 가능성은 매우 높다. 그래서 새누리당 쪽에서 국민의당 일부가 다시 문재인 쪽으로 가더라도 안철수를 빼내와서 끌고 갈 수도 있다. 하지만 시너지 효과가 더 나는 쪽은 문재인 쪽이다. 문재인과 안철수가 다시 손잡을 가능성도 여전히 살아 있다고 본다.”

안철수는 제도개혁 놓고 승부봐야 -국민의당에서는 이른바 손학규, 정운찬을 불러들이려 애쓰고 있다. 또 이재오 그룹이나 정의화 그룹 등도 함께 경선을 해서 강력한 제3후보를 만들자는 주장도 있다. 이른바 제3지대론이다. 방식은 국민의당 안으로 들어와서 하자는 의견과 국민의당을 허물고 새판을 짜자는 견해가 있다.

“플랫폼이니 제3지대니 하는 것은 말장난이다. 1990년대만 해도 킹메이커가 존재했지만, 지금은 킹이 될 만한 사람만이 킹메이커를 할 수 있다. 즉, 문재인과 안철수, 반기문 등이 손을 잡느냐 안 잡느냐가 중요하지, 박지원이나 이재오, 정의화, 김무성, 손학규 이런 분들이 모여서 뭐가 될 세상이 아니다. 안철수는 지금 자신이 왜 정치판에 나왔는지를 잊은 것 같다. 사람들이 그를 불러낸 것은 정치를 배우지 말고 바꾸라는 것이었다. 그런데 시니어들과 모여서 뭐를 해보려고 하면 기회는 없다고 본다. 젊고 새로운 사람들과 해야 한다. 어설프더라도 정치를 바꾸려고 해야 한다. 그러자면 이탈리아 오성운동처럼 운동을 해야 한다. 지금 방식은 아니다.”

“나는 여전히 새누리당에서 안철수를 당기는 힘이 클 것이라고 본다. 무엇보다 실리적으로 봤을 때 박근혜가 안철수에게 줄 게 있다. 총리 자리 주면 가지 않겠나.”

“언제든 관둬야 하는 총리는 별게 아니다. 안철수로서는 제도의 변화를 놓고 승부를 걸어야 한다. 지금은 문재인이든 반기문이든 안철수든 누가 대통령이 되더라도 아무 일도 할 수 없다. 그러니 어차피 헤쳐모여야 한다. 내각제 개헌은 약속해봐야 안 되니 협치가 가능한 다당제로 갈 수 있는 방안 즉, 선거구제 개편과 결선투표제를 받는 사람을 밀겠다고 안철수가 승부를 거는 것이다. 더구나 대통령은 쉽게 되는 게 아니다. 노무현도 정계 입문 14년, 이명박은 15년, 박근혜는 14년에 대통령이 됐다. 그런 점에서 안철수는 좀 시간을 갖고 호흡을 길게 갖고 가야 한다.”

-더민주는 총선 뒤에 문재인으로 더 굳어진 것으로 보인다. ‘이대문’(이래로라면 후보는 문재인)이라는 얘기가 나돌 정도다.

“손학규나 김부겸, 박원순, 안희정 등은 총선에서 민주당은 100석이 안 되고, 국민의당도 원내교섭단체가 되는 둥 마는 둥 하는 결과를 얻었으면 입지가 넓어졌을 것이다. 그러나 더민주와 국민의당이 각각 123석과 38석을 얻으면서 나머지 사람에게는 기회가 사실상 없어졌다. 정계은퇴를 했던 분이 나올 기회는 사라졌다. 또 서울시장의 임기를 마치겠다고 했던 박원순도 내가 나서겠다고 할 명분이 약해졌다. 이들이 ‘문재인으로 가면 제2의 이회창 꼴이 난다, 확장성이 없다’고 얘기하지만, 자신들이 문재인보다 확장성이 더 있다고 증명하지 못하고 있다. 후보가 됐을 때 부산·경남의 지지를 더 획득하든지 충청 지지를 압도할 수 있는 사람이 누가 있나. 문재인이 뒷공간을 허용하면 누군가가 진보 공간을 파고들어 바람을 일으킬 수 있는 가능성을 배제할 수는 없지만, 현재로서는 문재인이 상당히 유리한 고지를 점령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문 전 대표가 지난 선거에서 이겼는지 졌는지 모를 정도로 선전했다. 그러나 지난번에 아슬아슬하게 떨어졌다고 해서 두번째는 성공한다는 보장이 없다. 문재인은 또 국민한테 강한 이미지가 없는 게 약점이다. 야권에서는 문재인 말고는 박원순 정도가 있는 것 같다. 손학규씨는 혜성처럼 꼬리를 길게 빼고 사라지는 중이다. 김부겸은 이번에 한번 경선에 붙어보는 정도가 아닌가 싶다. 도지사들을 언론이 잠룡이라면서 자꾸 거론하는 것이 이상하다. 안희정이나 이재명은 경선의 모양새를 좋게 만드는 것이지 이번에는 가망성이 없다고 본다. 다만 서울시장의 경우는 다르다. 수도의 시장은 외국에서도 대선으로 바로 연결된다.”

박원순은 당원에게 ‘우리 후보’ 느낌 적어

-현재 더민주의 상황에서는 박원순 시장이 가장 답답해할 것 같다. 김부겸 의원이나 안희정 충남지사는 경선에 나가는 것이 부담이 없으나, 박 시장은 도전을 위한 도전을 하기 쉽지 않을 것 같다. 국민의당에서 러브콜을 하고 있기도 하다.

“박원순이 아주 훌륭한 점이 많으나 두가지 면에서 약점이 있다. 하나는 시민운동을 오래 해서인지 대체재가 아니라 보완재 이미지가 있다. 시민의 입장에서 투표할 때는 가장 강한 후보인데 국민의 입장에서 대통령을 뽑을 때는 조금 약한 후보가 아니냐는 것이다. 두번째는 정당 소속감이다. 그는 무소속으로 서울시장이 됐고, 그 후 마지못해 입당했다. 서울시장 지낸 사람들이 대개 그렇지만, 당을 위해 복무하는 게 아니라 당을 자신의 장식품처럼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그래서 당원들이 볼 때 저 사람이 ‘우리 후보’라는 느낌을 갖기가 어려울 수 있다.”

“현재로서는 문재인이 유리하지만, 박원순도 무시할 수 없다. 박원순은 시민운동을 해서 풀뿌리 모세관 조직력이 있는 것 같고, 청년수당 등을 보면 착상이나 구상이 상당히 울트라모던하다. 국민의당이 박원순을 부르는 것은 성립이 안 되는 얘기다. 거기로 갈 사람도 아니다.”

-문재인 의원이 현재로서는 강자라는 얘기인데, 문 의원 역시 약점이 있지 않나?

“문재인은 사람은 좋은데 지도자로 보이지는 않는다는 점이다. 대선을 관찰해 보면 우리 국민들은 노선보다는 리더십을 굉장히 중요시한다. 김영삼이 3당 합당했을 때나 김대중이 디제이피 연합했을 때 이탈자가 많지 않았다. 그건 저 사람이 선거 전략상 저렇게 하지만 이기면 상황을 통제할 수 있을 것이라고 보기 때문이다. 문재인에게는 그 점에 대한 의문이 있다. 지금 문재인의 가능성이 좀 더 있어 보이는 것은 그가 지도자로서 대단해서라거나 더민주의 공약이 좋아서가 아니라 일단 새누리당이 아닌 사람이 대통령이 됐으면 좋겠다는 국민들의 생각이 강하기 때문이다. 반기문이나 김무성, 김문수 같은 이가 새누리당 후보가 되면 그런 사람이 더 많아질 것이다. 그러나 새누리당 후보에 유승민 등 확 젊은 사람이 되면 다른 분위기가 불 수 있다.”

“문재인은 선량하고 좋은 사람이라는 굿가이 이미지가 있다. 그런데 억눌린 사람들이나 짓밟힌 사람들을 위해 뭔가 화끈하게 해줄 것 같지는 않다. 유승민이 여당 후보가 된다면 국내 정책이 거기서 거기가 될 수도 있다. 대북 문제는 미국이 짜놓은 프레임이어서 야당이나 문재인이 치고 나갈 길도 없고, 용기도 없어 보인다. 그러면 대중에게 열광적으로 어필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더민주의 방향을 놓고 중도강화론과 진보강화론이 있다.

“저는 문재인이 첫번째로 관리할 쪽은 진보라고 본다. 김종인 전 대표는 대통령이 되려면 중도로 가야 하며, 정체성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고 얘기하는데 이는 잘못된 생각이다. 지금 문재인이 중도를 잡겠다고 안보 행보를 하고 하는데 잘못된 전략이다. 그렇게 되면 뒷공간이 뚫린다. 양극화가 아주 심한 한국 상황에서 문재인이 중도로 가면 정의당 등 진보 쪽은 반드시 출마할 수밖에 없다. 미국도 진보의 버니 샌더스가 나와서 돌풍을 일으켰는데 한국에서 보수 쪽 두 후보가 경쟁한다는 것은 있을 수 없다. 예컨대 심상정이 출마하면 득표율이 10%를 넘으리라고 본다. 김부겸이나 손학규, 안희정 등 중도적인 사람이 후보로 나오면 진보 쪽 득표는 15%를 넘어갈 것이다. 지금은 진보의 유권자들이 분노할 이슈를 가지고 싸울 때라고 본다. 내년 후보가 되고 나서 8, 9, 10월에 중도 행보를 하면 된다. 두번째 관리 대상은 안철수다. 우리가 다시 대한민국을 바꿔보자고 안철수와 전략 대화를 해야 한다. 세번째는 김종인이다. 김종인은 존재 자체로 문재인에게 도움이 된다.”

-앞으로 판이 어떻게 변할지 알 수 없지만, 현재까지 내년 대선은 새누리쪽 1명, 더민주 1명,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 등 유력 후보는 세명이 될 것 같다. 야권 후보가 2명이 되는 3자 구도다. 역대 대선에서는 분열되는 쪽이 졌다. 상황적 요인은 야당이 유리하다고 해도 선거 구도상으로는 불리해 보인다.

“선거 초반에는 3자 구도가 될지 몰라도 나중에는 양자 구도가 된다. 제3 후보는 투표가 임박할수록 몰락한다. 안철수가 3자 구도로 끝까지 모험하지는 않을 것이다.”

호남 변수는 의외로 적을 수도

“한국 대선에서는 3자 구도가 익숙하다. 2002, 2012년 선거 때도 초반에는 3자 구도였다가 막판에 정몽준 후보와 안철수 후보가 사라졌을 뿐이다. 내년 선거에서 3자 구도가 되고, 야당에서 분열이 된다면 저는 어쨌든 정권교체를 위협할 정도로 나쁘지는 않을 것으로 본다. 야당 지지자의 정권교체 열망이 높아서 갈수록 유력한 쪽으로 몰릴 것이기 때문이다. 그 후보가 더 좋아서가 아니라 그렇게 하는 것이 이해관계 즉, 정권교체에 중요하기 때문이다. 새누리당 후보가 완전히 새로운 사람이 아니면 3자 구도도 전략적으로 나쁘지 않다. 그럼에도 문재인이나 야당에는 두가제 숙제가 있다. 첫째는 리더십을 분명히 보여야 하고, 둘째는 자기한테 유리한 이슈로 싸워야 한다. 보수 정당은 앞으로 역사교과서나 건국절, 안보 문제 등 이념적인 이슈를 가져가려고 할 것이다. 그래야 양극화 문제 등 자신들이 잘못한 부분을 접어둔 채 보수가 뭉칠 수 있기 때문이다. 야당은 여기에 말려들지 않고 자기들이 잘하는 이슈로 싸워야 한다.”

-한국 정치는 여야의 지역적 기반이 명확했다. 야당이 두차례 대선에서 이긴 것은 호남이 똘똘 뭉치고 수도권 등에서 이겼을 때만 가능했다. 그런데 지난 총선에서 호남 표심이 달라졌다. 이것이 변수가 되지 않겠는가?

“호남이 승패를 결정하지 않을 것이라고 본다. 지역이나 이념 구도는 대단히 약해졌다. 지난 총선을 보면 부산·경남의 야당 지지율이 굉장히 올라가 있고, 대구·경북도 예전과는 다르다. 유승민이 설령 후보가 돼도 예전처럼 대구·경북에서 80% 투표에 80% 득표를 하지는 못할 것이다. 호남도 3분할 될 것이다. 오히려 이제는 세대 구도가 더 중요해졌다. 2012년 대선 때 야당이 실패한 것도 세대전략을 잘못 짜서 50대가 박근혜 지지로 돌아선 탓이 컸다. 그런데 요즘 보면 놀라운 게 있다. 2014년 지방선거 출구조사를 보면 거의 모든 지역에서 50대의 야당 지지가 40%를 넘거나 육박했다. 지금은 50대의 이탈이 더 심하다. 50대의 표심은 먹고사는 생활 문제에 가장 영향을 받는다. 박근혜의 공약 1위가 가계부채 해소와 자영업자 대책이어서 50대가 기대를 많이 했는데 대통령이 되고 나서 통합진보당 해산이나 국정원 댓글 방어 등 이념적인 일에만 집중하지 않았나. 반기문이나 김무성, 김문수는 50대의 이탈을 잡아올 수 있는 후보가 아니다.”

“호남의 저항정신은 오랜 역사 속에서 형성된 것이다. 그것이 보수 성향의 정당으로 가지는 않을 것이다. 지난 총선에서야 호남의 상층 정객들이 장난질을 쳐서 표가 갈라졌지만, 대선에서는 표심이 달라질 것이다.”

-마지막으로 이번 대선과 관련해 바라는 바가 있으면 해달라.

“1987년 직선제 개헌 이후 30년째 치러지는 선거다. 그동안 정권교체도 하고 잘해왔다. 야당이 한번 더 정권을 잡으면 권력기관이 선거에 개입하는 것은 앞으로 쉽지 않을 것이다. 민주주의 1.0이 잘 정착했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이제 민주주의 2.0 단계로 가야 한다. 지금의 정치 구조로는 국가적으로 구조개혁을 할 수가 없다. 누가 대통령이 되어도 마찬가지다. 의회가 뭔가 결정할 수 있도록 다이내믹해져야 한다. 누가 다수가 될지 몰라야 사회적 역동성이 생긴다. 그런 면에서 지금의 단순다수제식 민주주의는 한계에 부닥쳤다. 이제 독일이나 북유럽 등과 같이 다당제가 돼서 협치하는 모델로 가야 한다. 대선 이전에 지금처럼 계속 단순다수제로 갈 건지 아니면 여러 정치세력이 협치하는 모델로 갈지를 논의하고 토론했으면 좋겠다. 결선투표제가 도입되고 선거구제 개편이 이뤄져야 한다. 결선투표제가 실시되면 버니 샌더스가 돌풍을 일으켰듯이 심상정도 나와서 내년 일년 동안 온전하게 진보 쪽 얘기를 할 수 있다. 안철수에게도 아이티(IT) 출신 정치인으로서 미래와 관련해 충분한 시간이 주어질 수 있다. 또 안희정 등 차세대 지도자들도 모든 것을 테이블 위에 내놓고 충분히 얘기할 수 있다. 여권 쪽도 유승민이 공화주의에 대해 당내에서 눈치보지 않고 나와서 얘기할 수 있을 것이다.”

“우리나라 정객들이 개헌론에서 허우적거리고 있는데 되지도 않을 개헌론의 늪에서 빨리 탈피했으면 좋겠다. 그리고 여야가 경선에서 각각 좋은 게임을 해야 한다. 여당은 그럴 것 같은데, 야당은 그런 게임이 잘 안 보인다. 문재인과 박원순 정도가 게임을 해줘야 한다. 당내 경선 과정이야말로 한국 정치의 수준을 향상시킬 수 있다. 활발한 경선을 기대한다.”

사회·정리 김종철 선임기자 phillki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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