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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26년’ 김정훈 총기팀장 물론 그도 “총으로 누군가를 단죄하려는 건 있어선 안 될 일”이라고 했다. 하지만 영화에서 1980년 ‘5·18 광주민주화운동’ 희생자의 자녀인 ‘심미진’(한혜진)이 총을 든 행위의 이유만큼은 이해한다고 했다. “가족에게 그런 일이 생기면 나라도 그랬을 것”이라며, 그 아픔에 공감한다는 것이다. 27일 서울 시내 한 총포사에서 만난 김정훈(43) 총기팀장은 영화 <26년>에서 배우 한혜진의 손에 ‘진짜 총’을 쥐여주었다. 영화 마지막에 5·18 유혈진압 책임자에게 겨누는 총은 유족의 눈물과 사죄하지 않는 권력에 대한 분노가 응축된 상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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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26년>에서 배우 한혜진이 사용한 진짜 총을 수입한 김정훈 팀장이 27일 서울 망우동의 한 총포사에서 수렵용 총으로 조준하고 있다. 아래 사진은 한혜진이 영화에서 ‘개량형 엠(M)16 소총’으로 전직 대통령을 겨누는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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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의문이 들 것이다. 허가받은 사냥용 총만 보유할 수 있는 국내에선 실탄 총을 제조하는 것도, 똑같은 ‘모의총’을 만드는 것도 불법이기 때문이다.
“촬영용 진짜 총을 취급하는 홍콩 업체가 두 곳이 있는데, 거기에서 수입해 12주 동안 빌려 쓴 뒤 반환했던 거죠.”
예전엔 미국에서 많이 임대했는데, ‘2001년 9·11 테러’ 이후 국제정세가 나빠질 때마다 총을 비행기에 싣는 미국의 규제가 까다로워졌다고 한다. 그래서 “제작기간이 빠듯한 국내 영화환경에선 좀더 빠르게 빌릴 수 있는 홍콩이 낫다”고 했다.
이 일은 총포판매업과 무역업을 동시에 허가받아야만 할 수 있다. 그런 뒤 경찰청에 총기 수입을 신고하고 세관을 통해 들여온 뒤, 신고된 총이 맞는지 총포화약안전기술협회 검사를 거쳐 다시 경찰청의 소지 허가를 얻어야 한다. 그는 “촬영이 끝날 때마다 매일 인근 경찰서나 지구대에 보관하는 ‘영치’를 꼭 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혜진의 소총’이 주당 150달러(약 16만2000원), 극중 경호원들이 쓴 권총 5정이 주당 50달러씩의 사용료가 지불된 것을 포함해 총기 수입·임대비용으로 1700여만원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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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26년>의 배우 한혜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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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1700만원 주고 수입·임대
혜진씨 4kg넘는 총 무거워했는데
사격교육 받아선지 거총자세 좋아
“어렵게 구한 총 극적장치 쓰여 뿌듯” 그는 총포상을 운영하다 우연히 영화 특수효과팀이 총기 수입을 의뢰해 최근 12년간 영화 총기팀장 일을 해왔다. <악마를 보았다> <푸른소금> <마이웨이> 등 20여편에 참여했다. 국내 영화촬영용 총기 수입은 그를 포함해 2명이 주로 한다. “권총은 오래된 총이 많아 탄피가 자주 걸려 현장에서 탄창·탄피 제거, 약실 검사 등을 도와줘야 해요. 배우나 스태프들이 총이 신기해 (총알 없이) 격발하다가 (총알의 뇌관을 쳐주는) ‘공이’를 부러뜨리기도 하는데, 진짜 총의 ‘공이’는 한국에서 구하기 어려워 급하게 직접 만들기도 하죠.” 한번은 여러 나라 정상들이 한국을 방문하기 직전이라 보안이 강화된 시점에, 촬영용 총기를 들여왔는데 홍콩 업체가 실수로 소총 1정을 빼고 보내, 중도 유출 여부를 놓고 소동이 일었다고 한다. 그는 “총을 수입하려면 2개월 정도 걸리는데, 제작진이 급하다며 촬영 2~4주를 앞두고 요구하면 난처하다”고 했다. “우리나라는 한 작품의 촬영이 끝나면 총기를 반출하도록 규제하고 있어, 바로 다음 작품으로 연장해 쓸 수가 없어요. 그래서 운반 항공료, 수출입허가 진행비 등 외화가 이중으로 나갈 때가 많아 아쉽죠.” 영화 <지피(GP)506>(2007년) 촬영 땐 군대에서 쓰는 ‘케이(K)2 소총’을 국내에서 구매해 사용할 수 없어, 방산업체에서 수출용으로 구입해 캄보디아 업체에 판 뒤 다시 수입·임대한 적도 있다고 한다. 그는 “어렵게 구한 총이 영화에서 극적인 장치로 쓰이면 뿌듯하다”고 했다. 그렇게 영화 현장에 빠져서인지, 사냥을 좋아한다는 그는 아직 ‘사랑의 덫’에는 걸리지 못한 미혼이라고 했다. 글 송호진 기자 dmzsong@hani.co.kr 영상·사진 조소영 피디 azur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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