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붉은 땅벌’ 한국 여자하키대표팀의 에이스 박미현이 지난달 태릉선수촌에서 스틱 워크를 선보이며 밝게 웃고 있다.류우종 기자 wjryu@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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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별스타] 한국 여자하키의 에이스 박미현
“하키선수였던 언니가 영웅”중학생때부터 두각 ‘괴물’ 지난달 발목 인대 파열
“런던과도 인연없나 했죠” 두차례 올림픽 좌절 딛고
내달 복귀 앞서 의지 다져 키 1m60. 작지만 다부진 몸집에서 득점여왕의 힘이 느껴진다. 박미현(27·KT)은 지난 1월 아르헨티나에서 열린 4개국 친선대회에서 세계순위 2위, 4위, 6위를 차례로 물리치고 세계 8위 한국을 정상으로 이끌었다. 그는 최우수선수상(MVP)과 득점상(5골)을 받았다. 한국 하키는 올림픽에서 여자가 88년 서울과 96년 애틀랜타, 남자가 2000년 시드니 등 세 번이나 은메달을 땄지만 이후 내리막길을 걸었다. 박미현은 수렁에 빠진 한국 하키를 건져낼 구세주다. ■ 눈 부위 네번 꿰매도 “하키가 좋아!” 세 살 위의 언니(박나현)는 서울 송곡여중 하키 선수였다. 초등학생 박미현은 언니를 따라다니며 하키를 알게 됐다. 그때나 지금이나 우리나라엔 아직 초등학교 하키부가 없지만, 그는 서울 면동초등학교 6학년 때 스틱을 잡았다. 훗날 그는 언니와 나란히 태극마크를 달았다. 최전방 공격수로 왼쪽 미드필더였던 언니와 호흡을 맞추며 2006년 월드컵과 도하아시아경기대회에 출전했다. 딱딱한 공과 스틱은 부상을 부른다. 스틱에 얼굴을 맞아 양쪽 눈 부위를 네 번이나 꿰매기도 했다. “그래도 하키가 좋다. 언니가 곁에 있어 늘 힘이 됐다”고 말한다. 언니는 2007년 무릎 수술 뒤 이른 나이(만 25살)에 은퇴했다. 박미현은 “아직 한번도 언니를 넘어선 적이 없지만 언니는 ‘나보다 잘해서 좋다’고 격려해 준다”며 마음속의 영웅으로 꼽았다. ■ 고교 때부터 ‘괴물’ 선수 박미현은 이미 중학교 때 전국 무대를 평정했다. 일대일 돌파와 골에 한창 재미를 붙였다. 중3 때 최우수상과 득점상을 휩쓸었다. 그는 “아마도 그 무렵 하키에 눈을 뜬 것 같다”며 “내성적이던 성격도 하키를 하면서 활달하게 바뀌었다”고 했다. 송곡여고 2학년 때, 상대 선수 7~8명을 제치고 골을 넣었다. 이 장면을 지켜본 이들은 벌어진 입을 다물지 못했다. “송곡여고에 괴물이 있다”는 소문이 하키판에 퍼졌다. 그때부터 한동안 그의 별명은 ‘괴물’이었다. 고3이던 이듬해 국가대표에 발탁됐다. 태극마크를 단 지 어느덧 10년이 됐다. 그는 “1년 365일 중 200일 이상은 태릉선수촌에 머문다”고 했다. 임흥신 여자대표팀 감독은 “어떤 상황에서도 골 결정력이 뛰어나다. 지금 하키 인생의 최절정에 올라와 있다”며 “런던올림픽 때 큰일을 해낼 것”이라고 기대했다. 한국은 메달을 목표로 훈련중이다. ■ 올림픽 꿈꾸며 이미지 트레이닝 한국과 네덜란드의 2000년 시드니올림픽 남자하키 결승전. 1-3으로 지다가 막판 기적 같은 3-3 동점. 그러나 승부치기 끝에 4-5의 아쉬운 패배. 당시 15살 소녀는 “그 경기를 보면서 올림픽 출전의 꿈을 키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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