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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3.01.09 19:33 수정 : 2013.01.09 19:33

모굴스키 국가대표 서정화(오른쪽)·명준 남매가 7일 오후 강원도 평창군 봉평면 휘닉스파크 모굴코스에서 2014 소치와 2018 평창 겨울올림픽을 향해 훈련을 하고 있다. 평창/이정아 기자 leej@hani.co.kr

[별별 스타] 모굴 스키 국가대표 서정화·명준 남매

국제대회 경험 적어 랭킹 낮지만
기술은 세계 정상급 수준 평가
13일 출국 월드컵대회 잇단 출전
정화 “작은 동작과 기술 완성 역점”
명준 “점프 재밌어 에어기술 자신”

“혁명이에요. 혁명. 레볼루션!”

모굴스키 국가대표 서정화(23)·명준(21) 남매는 요즘 신이 났다. 1년 사이 확 달라진 훈련 환경에 운동할 맛이 난다. 둘은 이제야 비로소 스스로를 ‘선수’ 같다고 말한다.

7일 강원도 평창 휘닉스파크에서 만난 서정화·명준 남매는 스키 종목 최초로 올림픽 메달을 안겨줄 기대주로 꼽힌다. 서정화는 이미 2010 밴쿠버올림픽을 경험한 세계랭킹 30위권이고, 동생은 100위권이지만 실력이 급상승하고 있다. 대한스키협회 정낙규 과장은 “국제대회 출전이 적어 랭킹 포인트는 떨어지지만 둘 모두 기술적으로는 톱 클래스”라고 설명했다.

누나 정화는 서울외고 졸업 후 미국 서던캘리포니아대학에서 동아시아학을 전공하고, 동생 명준은 서울대(체육교육)에 다니는 ‘엄친딸’과 ‘엄친아’다.

하지만 1년 전만 해도 스키를 포기할 생각을 하고 있었다. 후원사는커녕 훈련장도 찾기 힘든 열악한 여건 때문이었다. “제대로 된 훈련을 받지 못하니까 더 이상 발전하지 못하고 정체됐다는 느낌이 들었어요.”(서정화)

“국제대회에 나가면 다른 선수들은 코치가 마사지도 해주고 이런저런 조언을 하면서 출발 준비를 하고 있는데 저 혼자 멍하니 있으면 마치 혼자 다른 세상에 있는 것처럼 느껴지곤 해요.”(명준)

그러나 2년 전 평창이 2018 겨울올림픽 개최지로 결정되면서 달라졌다. 지난해 4월 실업팀 지케이엘(GKL) 스키단이 창단돼 둥지를 찾았고, 토비 도슨과 일본인 카즈 호리에 코치 아래서 지도를 받고 있다. 남매는 “모르는 게 있으며 물어볼 수 있고, 취약한 점을 콕콕 집어주니까 기량이 늘어나는 것 같다”고 말했다. 무엇보다 장비 구입부터 훈련 비용 때문에 힘들어 하시던 부모님의 짐을 덜어준 게 뿌듯하다.

서정화(23)·명준(21) 남매
모굴스키는 울퉁불퉁한 코스를 빠르게 내려오면서 회전을 하고, 2차례 점프 코스를 통과해야 한다. 순간적인 회전을 위해 스키의 길이도 알파인보다 조금 짧다. 서정화는 “작은 동작이 많기 때문에 박진감이 넘쳐서 좋다. 기술의 완성도에 중점을 두고 있다”고 말했다. 동생 명준은 “점프가 재미있다. 더 멋진 에어 기술을 보여주고 싶다”고 했다.

그동안 닦은 실력을 보여줄 때가 왔다. 둘은 13일 출국해 2월1일까지 미국 레이크플래시드, 캐나다 캘거리, 미국 디어밸리에서 잇따라 열리는 월드컵에서 실전 감각을 벼린다. 3월까지 일본과 유럽에서도 대회가 있어 출전을 계획중이다.

한국 모굴선수로는 유일하게 밴쿠버올림픽에 나갔던 서정화는 당시 21위로 20명을 뽑는 결선에 진출하지 못했다. 그는 “모든 선수들이 최고의 컨디션으로 100% 이상을 발휘하려고 만반의 준비를 하고 나온다. 단순하게 실수만 하지 않는 것으로는 부족하다”며 월드컵 출전 각오를 밝혔다. 올 시즌 예상 성적을 묻자, 둘은 “이렇게 체계적으로 훈련을 받고 시즌을 맞아 본 적이 없어서 저희도 모르겠어요. 대회에 나가서 가늠해보고 싶어요”라고 했다.

두 선수의 매니지먼트사인 스포티즌의 김양구 본부장은 “선수들이 대회에 많이 참가하지 못해 실전 감각은 떨어진 상태다. 바로 성적이 나오기는 힘들고 대회를 치르면서 점점 성적이 올라갈 것으로 보인다”고 예상했다. 토비 도슨 코치는 “기술적으로는 충분히 올라왔다. 국제대회에 출전해 꾸준히 성적을 내면서 자신감을 찾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남매는 스타일에서 차이가 난다. 누나 정화는 신중해서 기술을 습득할 때 “이해가 안 가고 납득이 안 가면 안 한다”고 한다. 반면 동생 명준은 뭐든지 직접 몸으로 해보고 기술을 배운다. 누나는 턴 기술에 자신감이 있고 명준은 점프 기술이 좋다. 남매이기 때문에 단점을 지적하는 데도 주저하지 않는다. 누나는 “동생이 감각은 뛰어나요. 하지만 그에 비해 노력은 아직 부족한 것 같아요”라며 아픈 곳을 찔렀다. 동생은 “즐겁게 운동해야 실력도 향상된다고 생각해요”라며 반박한다. 그러나 누나는 “올림픽과 아시안게임에 나가보니까 그것만으론 한계가 있는 것 같아요. 그걸 넘어서야 한 단계 발전할 수 있어요”라며 매듭을 짓는다.

둘의 목표는 2014 소치와 2018 평창 겨울올림픽을 향하고 있다. 그 긴 과정에서 한 단계 한 단계 험난한 고비를 넘어야 한다. 서정화는 “누구를 이겨야겠다는 생각은 별로 해본 적이 없어요. 내 기량을 제대로 펼치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해요”라고 말했다. 그러자 명준은 “2014년에 메달을 따는 게 꿈”이라고 막힘없이 말한다. 누나 정화가 “등수보다는 후회 없이 100% 기량을 펼치면 등수는 저절로 따라오는 것”이라며 꼬집어 말했지만 눈에는 애정이 넘쳤다.

전혀 다른 스타일의 누나와 동생이지만, 둘은 같은 곳을 향해 나란히 걸어가고 있다.

평창/허승 기자 raison@hani.co.kr

모굴 스키

모굴(Mogul)스키는 알파인과 곡예가 결합된 프리스타일 스키의 한 종류다. 1960년대 미국에서 전통적 스키에서는 맛볼 수 없는 박진감과 짜릿함을 추구하면서 만들어졌다. 200~270m의 울퉁불퉁한 슬로프를 내려오면서 턴, 점프, 속도 세 가지 부문을 평가받는다. 1992년 릴레함메르올림픽에서 정식 종목으로 채택됐다. 2014 소치올림픽에는 모굴이 속한 프리스타일 스키에 10개의 금메달이 걸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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