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4.06.08 18:17
수정 : 2014.06.09 09: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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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보근 한겨레평화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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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자회담 재개 기미가 좀처럼 보이지 않는다. 남북이 6자회담을 바라보는 시각이 너무 다르기 때문이다. 남북은 6자회담 등을 포함한 여러 협상의 최종 목표가 ‘한반도 비핵화’라는 데서는 일치된 의견을 보이고 있다. 그러나 그 내용은 일치하지 않는다.
남한은 ‘북한의 핵 개발 계획 제거가 바로 한반도 비핵화’라는 논리다. 이에 따라 지난 6월2일 남한 6자회담 수석대표인 황준국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은 미국 워싱턴에서 연 기자간담회에서 6자회담 재개의 선결조건으로 “북한이 비핵화를 위한 진정성을 보여주는 것”을 제시했다. “비핵화를 하지 않겠다고 하는 상대와 대화하는 것은 의미가 별로 없다”는 것이다.
이에 반해 북한은 ‘조선반도 비핵화에는 미국의 핵 위협 제거도 포함돼야 한다’고 강조해왔다. 북한의 리수용 외무상은 지난 5월28일 알제리 수도 알제에서 열린 비동맹운동 외무장관회의에서 “미국과 남조선 당국이 반공화국 압살책동과 핵전쟁연습을 더욱 노골화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올해 치러진 키리졸브훈련(2월24일~3월6일)과 독수리훈련(2월24일~4월18일)에서 처음으로 북한 핵에 대한 ‘맞춤형 억제전략’이 사용된 데 대한 반발과 비판으로 읽힌다. 지난해 10월2일 서울에서 열린 제45차 한-미 안보협의회의(SCM)에서 발표된 맞춤형 억제전략은 ‘북한이 핵·미사일 공격 징후를 보이기만 해도 북한을 선제공격’할 수 있도록 했다. ‘공격 징후’라는 전제가 있지만, 북으로서는 ‘선제공격’을 당할 수 있다는 위기감을 충분히 가질 수 있다.
6자회담의 최종목표는 ‘핵에 대한 공포로부터 남북한이 해방’되는 걸 게다. 그렇다면 회담의 성공을 위해서는 그 공포의 실체를 파악하는 게 매우 중요하다. 그래야만 올바른 협상전략을 세우고, 협상의 성과물도 만들어낼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북핵에 대한 남한 사회의 공포’는 우리가 직접 경험하고 있는 ‘현실’이다. 그리고 이것을 해소하는 것은 너무나 중요한 목표다. 그런데 북한이 느끼는 핵 공포는 어느 정도일까. 북이 얘기하는 ‘미국의 핵 위협’은 단순한 반미 선전일까, 아니면 실제가 있는 것일까.
한가지 확실한 것은 적어도 김일성 주석의 발언을 통해 보면 북한이 핵 공포를 느낀 기간은 남한보다 길다는 점이다. 남의 ‘북핵 공포’는 1990년대 이후 경험한 것인데, 북은 한국전쟁 직후부터 핵 공포를 얘기해 왔다.
김 주석은 1958년 2월8일 “미제국주의자들은 일본에 있던 ‘유엔군사령부’를 남조선에 옮기고 원자무기를 끌어들이고 원자공격전 연습을 하고 있다”(<김일성 저작집> 12권, 조선인민군 제324군부대관하 장병들 앞에서 한 연설)고 비판한 이후 줄곧 한반도에서의 핵전쟁 위험을 경고했다. 미국이 일본에 배치했던 전술핵무기를 일본의 반핵 투쟁에 밀려 1957년 한국으로 옮긴 직후였다. 특히 1970년대 후반 한-미 합동군사훈련이 시작된 이후 남한에 있던 ‘1천여기에 가까운 전술핵무기’가 북에 대한 공격용으로 쓰일 수 있다는 데 대해 공포심을 드러냈다.
물론 이 핵무기들은 소련 해체 뒤인 1991년 9월27일 미국의 철수선언과 함께 한반도에서 사라졌다. 하지만 북이 핵 공포를 느낀 또다른 축인 ‘한-미 군사훈련’은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협상은 모든 참여자의 요구가 맞물릴 때 비로소 성공할 수 있다. 하반기에 진행될 ‘을지프리덤가디언’ 연습 때도 ‘맞춤형 억제전략’은 적용될 것이다. 6자회담이 재개의 문을 넘어 성공하기 위해서는, 남과 북의 핵 공포를 함께 올바로 계산하는 것이 필요해 보인다.
김보근 한겨레평화연구소장
tree21@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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