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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9.08.19 05:59 수정 : 2019.08.19 10:18

사하라사막 이남 아프리카 나라들의 중위연령은 대부분 20세가 안 된다. 픽사베이

합계출산율 4.6명 ‘인구의 화수분’
2060년 최대 인구 지역으로 부상
2100년엔 세계 인구 3분의 1까지
젊은 아프리카는 어디로 분출할까

사하라사막 이남 아프리카 나라들의 중위연령은 대부분 20세가 안 된다. 픽사베이
20세기 지구촌은 유례없는 인구 폭발을 경험했다. 그 100년 동안 세계 인구는 4배가 늘었다. 21세기 들어서도 한 해 8천만명이 늘어 2019년 지구촌 인구는 77억명을 넘어섰다.

이런 추세는 언제까지 계속될까? 올해 발표한 유엔 인구 전망 보고서는 2100년 109억명에서 세계 인구가 정점을 맞을 수 있다고 내다봤다. 확률은 27%로 비교적 낮다. 그러나 출산율 하락 속도가 갈수록 빨라지는 점을 고려하면 정점 시기는 오히려 앞당겨질 가능성도 있다. 2100년 인구 예상 규모가 2년 새 3% 줄어든 점은 이런 전망에 설득력을 더해준다.

20세기 초반 6명이던 세계 평균 합계출산율(한 여자의 평생 출생아 수)은 현재 2.5명으로 떨어졌다. 2070년엔 인구 유지선인 대체출산율(2.1명) 아래로 떨어질 전망이다. 이미 대체출산율을 밑도는 나라가 90개국이 넘는다. 그런데 지역마다 출산율이 1명에서 7명까지 편차가 무척 크다. 이런 격차가 이어지면 21세기가 끝날 무렵 세계 인구 지형은 크게 달라질 수밖에 없다. 어떻게 바뀔까? 먼 미래의 이야기처럼 들리지만, 따지고 보면 지금 청소년들이 살아서 맞을 가까운 미래다.

무엇보다 인구의 중심축이 아시아에서 아프리카로 넘어간다. 그중에서도 세계 최빈국이 몰려 있는 사하라사막 이남 아프리카가 새로운 인구 동력의 핵심이다. 아랍권의 북아프리카와 구별해 `블랙 아프리카'라고 부르는 지역이다. 유엔 전망에 따르면 앞으로 늘어나는 세계 인구의 대부분은 사하라 이남 사람들이다. 인구 증가율 최상위 20개 나라 가운데 19개 나라가 이곳에 있다. 현재 10억명인 이 지역 인구는 2050년 20억을 넘어선다. 2060년대 초반엔 중국이 속한 동·동남아시아를 제치고 세계 최대 인구 지역으로 올라선다. 2100년엔 38억명으로 전 세계 인구의 35%를 차지할 전망이다.

지역별 인구 순위 1~3위가 21세기 후반에 완전히 뒤바뀐다. 출처 : 유엔 인구 전망 보고서(2019)
가장 큰 힘은 역시 높은 출산율이다. 현재 이 지역의 평균 합계출산율은 4.6명이다. 출산율 7명인 니제르는 30년 후 인구가 3배로 불어난다. 아프리카 최대 인구국인 나이지리아 인구는 2050년 4억명으로 2배가 된다. 그때쯤 미국을 제치고 인구 3위로 올라선다. 콩고, 탄자니아, 에티오피아를 합쳐 이 지역 4개국이 2100년 인구 상위 10개국에 이름을 올릴 전망이다.

덕분에 이 지역은 세계에서 가장 젊은 지역이 됐다. 25세 이하 인구 비중이 62%나 된다. 아프리카 대부분의 나라가 중위연령이 20세가 되지 않는다. 출산율 1위 니제르는 15.3세다. 세계 평균의 절반이다. 주력 노동인구인 25~64세 비중도 현재 35%에서 2100년 50%로 높아진다. 고령화와 인구 감소에 직면한 대부분의 지역과는 정반대 흐름이다.

문제는 만연한 빈곤이다. 이 지역 빈곤층 인구는 6억명에 이르는 세계 빈곤층 전체의 절반이 넘는다. 게다가 다른 지역과 달리 빈곤층이 증가하고 있다. 빈곤층이 늘고 있는 전 세계 18개국 가운데 14개국이 이곳에 있다. 인구 7위인 나이지리아는 빈곤층 인구에선 세계 1위다. 세계은행은 2030년 사하라사막 이남 아프리카의 빈곤층이 전 세계 빈곤층의 87%를 차지할 것으로 전망했다. 빈곤층의 중심에 젊은이가 있다. 대다수가 농촌 출신인 이들은 일자리를 찾아 고향을 떠나려 한다. 국내에선 찾기가 어려워 많은 이가 해외로 눈을 돌린다. 2010년 이후 가장 빠른 속도로 해외이주자가 늘어난 상위 10개국 중 8개국이 사하라 이남 국가다. 이 지역 출신 해외 이주민 수는 2010~2017년 50% 이상 늘었다. 전 세계 평균의 3배가 넘는다.

인류가 아프리카를 집단으로 떠난 사건은 두 차례 있었다. 첫번째는 자연환경의 급변이 촉발했다. 7만년 전 화산 대폭발로 기온이 장기간 뚝 떨어진 것이 원인이었다. 이는 호모 사피엔스가 전 지구에 퍼지는 계기가 됐다. 두 번째는 노예무역이었다. 16~19세기에 1200만명이 대서양을 건넜다. 이들은 서구 열강의 자본축적 밑거름이 됐다. 작금의 인구 급증은 세번째 집단 이동을 부를까?

유엔은 2020년대 안에 전 세계 인구가 인터넷을 이용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목표를 갖고 있다. 정보 격차 해소가 미래의 삶의 질 확보에 중요한 요소라는 생각에서다. 그 성패를 가름할 수 있는 곳이 ‘블랙 아프리카’다. 인터넷에 넘쳐나는 정보들은 이 지역 젊은이들을 일깨우고 미래 도전을 자극할 것이다. 희망의 동력이자 갈등의 불씨다. 더 나은 삶을 찾으려는 이들의 욕구는 노동력 감소에 고민하는 국가들의 이해관계와 맞아떨어질 수도 있다. 수출산업을 기반으로 한 한국 경제는 지금부터라도 면밀히 대비해야 할 흐름이다. 인구 변동은 사회 변화의 근원이다. 인구 구성과 규모의 변화는 처음엔 시장을 바꾸고, 이어 산업을 바꾸고 나아가 정치와 문화를 바꾼다. 모든 변화는 기회이자 도전이다. `블랙 아프리카'에 휘몰아칠 인구 소용돌이는 어디를 향해 움직일까?

곽노필 선임기자 nopil@hani.co.kr, ▶곽노필의 미래창 바로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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