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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9.11.13 08:00 수정 : 2019.11.13 10:40

위성과 우주쓰레기로 가득한 지구 궤도 상상도. 유럽우주국 제공

천문학계 떨게 한 스페이스엑스 인터넷위성들
위성들이 내는 반사빛, 밤하늘 관측 방해물로
규정도 조정기구도 없어...대비시간 많지 않아

위성과 우주쓰레기로 가득한 지구 궤도 상상도. 유럽우주국 제공

최근 미국의 우주개발업체 스페이스엑스가 인터넷위성 60기를 지구 저궤도에 쏘아올리는 것을 보고 많은 사람이 환호할 때, 이를 걱정스런 눈으로 보던 사람들이 있다. 우주의 별들을 관측하는 천문학자들이다. 이들에겐 하늘을 종횡무진 누비고 다닐 화려한 위성군단이 잠재적인 골칫거리다. 하늘을 관측하는 일에 방해물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방치할 경우 지상을 넘어 우주에까지 빛 공해 문제가 현안으로 등장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스페이스엑스는 11일 전 세계를 인터넷으로 연결하는 스타링크 프로젝트에 쓸 인터넷위성 60기를 두번째로 발사했다. 계획대로라면 스타링크 위성은 내년까지 1584기, 그후 몇년 동안 1만2천기가 지구 저궤도를 돌게 된다. 게다가 시기는 정하지 않았지만, 인터넷 위성 3만기를 추가로 발사한다는 계획도 최근 국제전기통신연합에 제출했다. 제프 베이조스가 이끄는 아마존, 글로벌 기업들이 투자한 원웹 등 다른 업체들이 계획하고 있는 수천기까지 합치면 그리 멀지 않은 미래에 무려 5만기의 위성이 지구 수백km 상공에 떠있게 된다. 지금까지 인류가 발사한 위성 8500기의 6배, 현재 궤도상에 있는 위성 수 5000여기의 10배나 되는 규모다.

지난 5월 발사돼 지구 저궤도에 배치되기 직전에 스타링크 인터넷위성들. 스페이스엑스 제공

이에 따라 천문학계가 갈수록 촘촘해질 위성 네트워크가 천문학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분석하기 시작했다고 국제 과학학술지 <네이처>가 최근호를 통해 보도했다. <네이처>에 따르면 천문학자들의 우려는 크게 세 가지다. 첫째는 햇빛이 위성에 반사되면서 내는 작은 빛들이 천체를 관측하는 천문학자들을 괴롭힐 가능성이다. 둘째는 위성과의 교신 주파수가 천문 관측에 사용하는 주파수를 방해할 수 있는 점이다. 셋째는 위성이 늘어나면서 위성 간 충돌 위험이 늘어나는 점이다.

천문학자들은 특히 이 가운데 위성의 반사빛이 일으킬 문제를 지적한다. 천문 관측에선 아주 미세한 빛을 추적해야 하기 때문에 위성의 반사빛도 큰 영향을 끼칠 수 있다. 미국을 비롯해 주요국들의 천체망원경이 있는 칠레 코킴보주 세로톨롤로 지역에선 스페이스엑스가 지난 5월 쏘아올린 스타링크 위성 가운데 6~9개의 위성을 매일 밤 어두어지기 직전과 동트기 직후에 볼 수 있다고 한다. 독일 유럽남부천문대(ESO)의 천문학자 올리비에 하이나우트(Olivier Hainaut)는 세로톨롤로 망원경의 경우 위성 2만7천기가 발사되더라도 총 관측시간의 약 0.8%만 잃을 뿐이라며 큰 문제는 없을 것으로 내다봤다.

지난 5월 발사된 스타링크 위성들이 열을 지어 밤하늘을 날아가고 있다. 발사 하루 뒤 촬영한 동영상에서 갈무리한 사진이다. (Image credit: Marco Langbroek via SatTrackBlog)

<네이처>는 그러나 앞으로 설치될 미국의 첨단 망원경 LSST(Large Synoptic Survey Telescope) 등은 큰 문제에 부닥칠 수 있다고 진단했다. UC데이비스의 천문학자 토니 타이슨 교수에 따르면, 오는 2022년부터 암흑물질, 암흑에너지, 소행성을 비롯해 여러 천문 현상을 연구하게 될 이 망원경은 매우 광범위한 하늘 영역을 들여다보기 때문에 하늘을 가로질러 운행하는 위성들이 실질적인 영향을 받을 수 있다. 타이슨 교수는 5만개의 위성이 LSST 관측에 어떤 영향을 미칠 수 있는지에 관한 연구 결과를 몇주 안에 내놓을 예정이다. 일단 초기 연구 결과로는 황혼녘과 새벽녘의 관측시간을 상당한 정도 줄일 수 있는 것으로 나왔다고 한다.

이것 말고도 일렬로 늘어서 날아가는 위성들이 형성하는 줄무늬 띠가 카메라 센서를 방해해 잘못된 신호를 만들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위성이 더 오랫동안 보이는 여름엔 문제가 더 악화할 수도 있다. 이에 따라 미국천문학회는 지난 5월 이후 한 달에 한 차례씩 스페이스엑스쪽과 이 문제를 논의하고 있다. 스페이스엑스 최고경영자인 일론 머스크는 우려를 불식하기 위해 위성 표면을 검은색으로 칠하겠다는 입장을 최근 밝힌 바 있다. 혼동하지 않도록 위성 예상 경로를 미리 알려주는 방안도 제시됐다.

남반구 칠레에 있는 세로톨롤로천문대. 위키미디어 코먼스

또 하나의 문제는 위성통신에 사용하는 전파가 우주를 관측하는 데도 쓰인다는 점이다. 이는 전파를 이용한 천문관측을 방해할 수 있다. 위성업체들과 천문학계 사이에 주파수를 조정하는 것에 관한 협의가 이뤄져야 할 것으로 보인다.

마지막으로 위성 수 증가에 따른 혼잡과 우주쓰레기 문제가 있다. 아마존은 자신의 인터넷위성 20개 중 1개꼴로 작동 불능 상태에 빠질 경우, 다른 궤도물체와 충돌할 확률이 6%라고 추정했다. 지난 5월에 발사한 첫번째 스타링크 위성은 이미 문제를 일으켰다. 지난 9월 유럽우주국(ESA)은 아이올로스 기상위성이 스타링크 위성을 피해가도록 경로를 조정해야 했다.

스미스칼리지의 천문학자 제임스 로웬탈 박사는 <뉴욕타임스> 인터뷰에서 "하늘에서 수많은 밝은 물체가 이동할 경우, 우리 일은 엄청나게 복잡해진다"며 "이는 잠재적으로 천문학 자체를 위협한다"고 말했다. 하버드-스미소니언천체물리학센터의 천문학자 조너선 맥도웰(Jonathan McDowell)도 "앞으로 10년에 걸쳐 점점 더 많은 위성군단이 등장할 경우 더는 천문학을 할 수 없는 지점에 이르게 될 것"이라는 우려를 표명했다.

천문학자와 위성업체들 사이에 대화가 이뤄지고 있다고는 하지만 당사자들이 법적인 구속력을 갖춘 합의를 할 수 있는 건 아니다. 특히 감시기구나 조정기구가 있는 우주쓰레기나 주파수 문제에 비해 위성의 빛 공해에서 하늘을 보호하는 것에 관해서는 아무런 규정도 기구도 없다. 메간 도나휴(Megan Donahue) 미시간대 천문학 교수는 <뉴욕타임스> 인터뷰를 통해, 이런 점에서 주파수 간섭이나 우주 쓰레기보다 빛공해가 더 큰 문제라고 말한다. 이런 상태에선 기업들의 선의에 목매달 수밖에 없는 기이한 상황에 놓이게 된다. 그러나 거대 위성군단의 등장이 현실화하면서, 이런 복잡한 문제들에 대비할 시간이 짧아지고 있다고 <네이처>는 지적했다.

곽노필 선임기자 nopil@hani.co.kr, ▶곽노필의 미래창 바로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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