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3.09.17 16:03
수정 : 2014.09.04 14:24
사고 2년6개월, 지금 그곳에선 <하>
5월 들어 다시 심해져…항만, 기준치 500~1000배
20km 앞바다 가자미, 우럭, 홍어, 넙치 등 ‘빨간불’
일본 후쿠시마 제1 원전 여파와 관련해 한국에서 가장 민감한 부분이 수산물 오염일 것이다. 실생활에 가장 직접 영향을 끼치기 때문이다. 정부가 최근 후쿠시마 인근 수산물 수입을 금지하면서 일반인의 불안감은 더욱 커졌다. 후쿠시마 원전 점검 마지막회로, 원자력 발전소 주변 수산물 오염 실태를 따져본다.
후쿠시마 원전 주변 수산물 오염 조사 결과는 제한되어 있다. 객관적인 연구 결과 가운데는, 지난 4월 국제 온라인 저널 <사이언티픽 리포츠>에 실린 2011년 후쿠시마 주변 민물 고기의 오염 실태 논문이 있다. (
후쿠시마와 동일본 지역 민물 세슘 오염 개관(영문 PDF)) 이 논문은 두명의 연구자가 일본 정부 발표 자료를 분석한 것이다. 하지만 최근 상황은 객관적인 연구가 진행되더라도 발표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다. 광범한 조사 자체도 쉽지 않다.
공개되는 최근 자료는 원전 운영사인 도쿄전력의 발표 자료가 가장 폭넓다. 도쿄전력은 후쿠시마 제1 원전 바로 앞 항만 7개 지점, 원전 20킬로미터 이내 바다의 11개 지점에서 수산물을 채취해 방사능 오염을 조사하고 있다. 이 발표 자료 가운데 지난해 연말부터 지난 7월까지의 자료를 모두 취합해 정리했다. (당사자가 채취해서 검사한 것이고, 제3자의 검증을 거치지 않은 것이라는 점을 유의해야 한다.)
먼저 후쿠시마 원전 바로 앞 항만의 오염 실태를 보면, 최악이라고 해도 심하지 않다. 일본 정부의 방사능 세슘 기준치는 킬로그램당 100베크렐인데, 지난해말부터 지난 5월까지 측정 결과를 보면 최대 74만 베크렐까지 나온다. 기준치의 7400배다. 시기적으로는 지난해 연말부터 올해 3월까지 상대적으로 높다가, 4월부터 떨어지는가 싶더니 5월에 다시 상승했다. (모든 측정치는 반감기가 2년 정도인 세슘-134와 반감기가 30년이나 되는 세슘-137 수치를 합친 것이다.)
여러 어종을 여러 지점에서 수시로 측정하는 조사 성격상, 최대치만을 강조하는 건 적절하지 않다. 이 때문에 전반적인 흐름을 보여주는 그래프로 표시해봤다. '상자 수염 그림'(Box Plot)이라고 부르는 왼쪽 그래프가 여기에 적합하다. 상자로 표시된 부분이 여러 측정치 가운데 가장 빈도가 높고 평균적인 결과를 보여주는 것이다. 상자 위의 선은 전체 조사 대상 가운데 가장 높은 수치를 보여준 25%의 범위를 표시한 것이다. 각 측정치의 분포를 점으로 표시한 오른쪽 그래프를 참고하면 이해가 더 쉽다. 결과를 보면, 시기와 상관없이 대략 킬로그램당 5만-10만 베크렐 정도의 오염치가 꾸준히 나오고 있다.
두번째 그림은 후쿠시마 원전과 20Km 이내에 있는 바다의 오염 조사 결과다. 원전에 좀더 가까운 지점(S지점)은 일본 정부 기준치인 100베크렐을 넘는 경우가 상당히 많다. 특히 제1 원전 남쪽 지역이자 제2 원전 근처인 S7, S5, S8 지점의 수치가 높다. 후쿠시마 인근 해류가 남쪽으로 흐른다는 걸 보여주는 결과로 생각된다. 좀더 멀리 떨어진 지점(B지점) 가운데서도 역시 남쪽인 B3, B4의 측정치가 높게 나타난다.
이것만으로는 후쿠시마 앞바다 오염 상태 변화를 한눈에 보기 어렵다. 그래서 전체 조사 결과를 1) 원전 바로 앞 2) 20Km 이내 중 원전에 좀더 가까운 바다(S지점 7곳) 3) 더 먼 바다(B지점 4곳)로 나눠, 시기별 변화를 표시해봤다. 그래프가 들쭉날쭉하지만 대체로 지난 3월 이후 수치가 낮아지다가 5월 이후 다시 높아지는 경향을 확인할 수 있다. 최근 오염수 누출 사고가 벌어진 점을 고려할 때 후쿠시마 앞바다의 상황은 더욱 나빠졌을 우려가 높다.
마지막으로 후쿠시마 원전 바로 앞을 제외한 20Km 이내 바다에서 세슘 오염이 가장 심한 어종들만 비교해봤다. 지난 4월의 결과가 지난해 10월-지난 2월의 조사 결과보다 낮게 나타났지만, 오염이 심한 어종에는 거의 변화가 없다. 가자미, 우럭, 홍어, 넙치 등이 대표적으로 오염이 심한 어종이다.
후쿠시마 원전 사고가 점점 통제하기 힘든 국면으로 접어든다는 우려가 높다. 일본과 가장 가까운 나라인 한국은 앞으로의 상황을 계속 주시하면서, 적절한 보호 대책을 강구해야 할 것이다. 필요 이상의 과장도 바람직하지 않지만, 애써 위험을 외면하는 것은 돌이킬 수 없는 결과를 초래할 수도 있다.
(시리즈 끝)
신기섭 기자
marishi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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