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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3.09.25 15:54 수정 : 2014.09.04 14:24

전기, 수도요금 한달새 몇백배 오르락 내리락
지역 분류도 엉터리… 자료 검증 체계 갖춰야

한눈에 보는 한국 온실가스 지도 <4> 부실한 아파트 관리비 통계, 더 늦기 전 바로잡아야

<1> 한국 대도시 읍면동별 이산화탄소 발생량 지도 분석
<2> 아파트 관리비로 본 에너지 소비 양극화
<3> 2012년 여름 도시 생활의 단면

공동주택관리정보시스템(www.k-apt.go.kr)은 정부가 아파트 관리비의 투명성을 높이기 위해 지난 2009년부터 대한주택관리사협회에 위탁해 운영하고 있다. 이 사이트를 통한 관리비 공개는 주택법 규정에 따라 이뤄지는 것이다. 법 규정에 따라 정부의 책임 아래 이뤄지는 공식적인 작업이라는 얘기다. 하지만 자료를 분석해보니, 이 사이트의 통계 자료는 공신력과는 거리가 멀어도 한참 멀다. 더 늦기 전에 공신력을 높일 수 있는 개선책이 시급하다. 잘못된 통계 자료는 쌓일수록 수정하기 힘들고, 잘못된 자료가 포함된 통계는 통계로서 가치가 없다.

엉터리 지역 분류

현재 공동주택관리정보시스템은 지역 분류부터 엉망이다. 이 시스템은 지역을 읍면동 단위까지 나누고 지역별 통계도 제공하지만, 지역 분류 기준이 없다. 법률로 지정된 기본 행정구역은 법정동이다. 하지만 정부 행정 업무의 실질적인 단위는 행정동이다. 주민센터가 설치되는 단위가 바로 행정동이다. 특별한 이유가 없는 한 행정동을 기본 단위로 삼는 게 상식이다.

하지만 공동주택관리정보시스템은 애초부터 법정동, 행정동 구분을 생각하지 않고 설계된 듯 하다. 그러다보니 행정동과 법정동이 마구 뒤섞인 지역 분류가 이뤄지고 있다. 한마디로 이 시스템의 지역 구분은 존재하지 않는 구분이다. 지역 구분을 각 아파트 관리자들이 입력한 옛 주소로 하고 있는데, 어떤 주소는 법정동, 어떤 주소는 행정동으로 표시되고 있다. 이를 거르지 않고 그냥 따르다보니 정체 불명의 읍면동 구분이 나왔다.

예를 들자면, 공동주택관리정보시스템에 등록된 서울 종로구의 공동주택은 모두 11개 동으로 나뉘어 있다. 내수동, 명륜동2가, 무악동, 사직동, 수송동, 숭인동, 익선동, 인의동, 창신1동, 창신3동, 평창동이다. 이 동들을 행정동에 따라 분류하면, 무악동, 사직동(사직동과 내수동 포함), 숭인1동, 숭인2동(숭인동), 종로1,2,3,4가동(수송동, 익선동, 인의동 포함), 창신1동, 창신3동, 평창동, 혜화동(명륜동2가 포함) 등 9곳으로 나뉘게 된다. 시스템상의 숭인동은 1,2동으로 나뉘어야 하지만 나뉘지 않았고, 종로1,2,3,4가동에 포함되어야 할 수송, 익선, 인의동이 나뉘어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런 분류상의 혼란을 피하자면 시급히 전체 아파트들을 행정동에 따라 분류해야 한다. (이번 분석 과정에서 아주 많은 시간이 걸린 작업이 행정동에 따른 아파트 재분류였다.)

믿을 수 없는 관리비 통계

관리비 수치 또한 믿을 수 없는 것들이 너무 많다. 지난해 6월-8월 관리비 통계 분석으로 볼 때, 신뢰성이 떨어지는 수치들은 몇가지 유형이 있다. (1) 빠진 항목들이 너무 많다. 여름철임을 고려할 때 난방, 가스, 급탕은 액수가 미미해 자료가 없더라도 문제가 덜 심각하다. 하지만 수도요금이 빠진 통계는 신뢰하기 어렵다. 수도요금이 공개되지 않는 아파트들은 특히 서울에서 많이 나타난다. (2) 수치가 의심스러운 경우도 많다. 몇백가구가 사는 아파트 단지 전체의 한달 수도 요금이 100만원에도 미달한다거나(공용 수도요금만 등록한 것으로 추정되는 경우), 전기 요금이 수도 요금보다 적은 경우가 심심치 않게 확인된다.(2012년 6-8월 서울 아파트 제곱미터당 평균치는, 전기가 703원, 수도가 132원이다. 다른 지역도 전기는 평균 500원 이상이고 수도는 150-170원 수준이다.) (3) 특정 달의 전기 요금이나 수도 요금이 갑자기 몇백에서 몇천배 늘거나 줄어드는 아파트들도 꽤 있다.(입력 오류로 추정되는 경우)

이런 식으로 신뢰도가 떨어져서 분석에서 제외한 비율을 표로 정리했다.

신뢰성이 의심스러워 분석에서 제외한 아파트 단지 비율

아래는 서울 지역 아파트 가운데 전기와 수도 요금이 한달 사이에 적으면 몇백배, 많으면 몇천배씩 변하는 사례를 표시한 도표다. 그래프 변화를 보면 특정한 달의 요금이 잘못 입력됐을 가능성이 높다는 걸 짐작할 수 있다.

통계 개선 시급

정부 책임 아래 관리되는 공동주택 관리비 통계가 이렇듯 부실해서는 곤란하다. 통계가 정확해야 관리비의 투명한 공개를 통한 관리비 절감이라는 핵심 목표가 제대로 구현될 수 있다. 정확한 관리비 통계는 에너지 절감 측면에서도 중요하다. 에너지를 얼마나 쓰는지 알아야, 효율 개선을 통한 절감 대책이 나올 수 있다. 부실한 통계에서 제대로 된 대책이 나올 수 없다.

공동주택 관리비 통계를 제대로 내려면, 각 아파트 관리사무소가 직접 자료를 입력하는 방식에만 의존해서는 곤란하다. 서울시가 시도하고 있듯이 아파트관리비 회계 프로그램과 정부의 데이터베이스를 연동하는 방식이 최선이지만, 당장 구현이 어려우면 자료 사후 검증이라도 강화해야 한다.

정부나 관리 기관인 대한주택관리사협회가 의지가 있다면 하루 속히 통계를 전면적으로 점검해야 한다.(참고로 기자는 몇달전 각 아파트별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검토해 의심스러운 부분에 대해 사이트 관리자에게 전자우편으로 문의한 바 있으나, 자료 수정은커녕 간단한 답변도 받지 못했다.)

(시리즈 끝)

신기섭 기자 marishi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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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계 출처: 공동주택관리시스템 관리비 통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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