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촌 난방-도시 냉방 이용이 많은 듯
수도 사용량은 두 쪽 격차 거의 없어
한국의 아파트 에너지 소비 지도<2> 이산화탄소 유발량 지도1: 수도권과 광역시(상)
한국 가정의 에너지 사용 실태를 상세하게 파악해보려는 시도는 잘 찾기 어렵다. 가정의 전기, 수도, 난방 통계가 상세히 공개되지 않기 때문이다. 전국 아파트 관리비 수집 시스템인 공동주택관리정보시스템의 통계는 아파트에 국한되어 있고 신뢰성도 떨어지지만, 실험적 실태 파악 시도에 활용해볼 만하다.
분석 방법
애초의 분석 목표는 이 시스템에 수록된 전체 아파트의 2012년 6월부터 2013년 8월까지 15개월치 전기, 수도, 난방, 급탕, 가스 사용량이었다. 기간을 15개월로 잡은 건 유난히 더웠던 2012년 여름과 이에 못지 않았던 2013년 여름을 비교해보려는 의도에서다.
기초 자료 분류 결과, 분석에 활용할 수 있는 통계는 전기와 수도 사용 내역뿐임이 드러났다. 전체 아파트 가운데 전기 사용량과 요금이 수록된 아파트는 1만3천여개다. 수도 사용량과 요금은 약 1만1천개 아파트의 자료가 있었다. 하지만 가스, 급탕, 난방 통계는 극히 일부만 수록되어 있다. 급탕 사용량은 약 3000곳, 난방 자료는 600~800곳, 가스 사용량은 200여곳 정도만 집계되어 있다. 공동주택관리정보시스템의 관리비 통계는 전기와 수도 요금만 제대로 담고 있는 반쪽짜리에 불과했다. 이 때문에 이번 작업은 '전국 아파트의 전기, 수도 사용 실태 분석'으로 제한될 수밖에 없었다.
2차 분석 작업은 월별 전기·수도 사용량과 요금의 변화 추이를 따지는 것이었다. 지난해 1차 분석에서 오류로 추정되는 자료가 꽤 있는 걸 확인했기 때문에, 분석에 앞서 자료를 선별했다. 1차로 1) 사용료가 턱없이 낮게 나온 아파트(대략 하위 5%) 2) 전기 또는 수도 사용료 가운데 한곳이라도 자료가 빠진 아파트 3) 두 자료가 모두 있더라도 전기 요금이 수도 요금과 같거나 더 적은 아파트를 골라냈다.(전기 요금의 전국 평균치는 수도 요금의 3배 이상이다.) 그리고 2차로 전기와 수도 요금의 월별 추세에서 크게 벗어나는 수치를 골라냈다. 최종 분석은 1) 전기와 수도의 사용량(에너지 사용에 따른 이산화탄소 유발량) 2) 전기와 수도 요금으로 나눠서 진행했다.(요금 체계 때문에 전기·수도의 사용량과 요금은 정확하게 비례하지 않기 때문에 따로 진행하는 게 합리적이다.) 아래는 사용량(이산화탄소 유발량) 분석의 개요다.(요금 분석은 시리즈 5회 이후에 다룰 예정이다.) 서울, 인천, 경기 등 수도권의 소비 수준이 가장 높았다.
월 평균 이산화탄소 유발량과 분석 대상 아파트 수
서울: 제곱미터당 1.66kg (275개 동, 1069개 아파트)
부산: 1.42kg (133개 읍면동, 622개 아파트)
대구: 1.48kg (84개 읍면동, 519개 아파트)
인천: 1.58kg (84개 읍면동, 495개 아파트)
광주: 1.35kg (59개 동, 375개 아파트)
대전: 1.41kg (57개 동, 305개 아파트)
울산: 1.44kg (37개 읍면동, 245개 아파트)
세종시: 1.44kg (5개 읍면동, 16개 아파트)
경기: 1.53kg (322개 읍면동, 2639개 아파트)
강원: 1.45kg (66개 읍면동, 312개 아파트)
충북: 1.43kg (53개 읍면동, 329개 아파트)
충남: 1.52kg (68개 읍면동, 391개 아파트)
전북: 1.43kg (49개 읍면동, 185개 아파트)
전남: 1.36kg (56개 읍면동, 236개 아파트)
경북: 1.42kg (79개 읍면동, 416개 아파트)
경남: 1.45kg (109개 읍면동, 555개 아파트)
제주: 1.44kg (12개 읍면동, 33개 아파트)
전국 합계: 1.5kg (1549개 읍면동, 8745개 아파트, 공동주택관리정보시스템 수록 아파트의 약 63%)
[ 이산화탄소 유발량 계산식: 전기의 이산화탄소 유발량(kg) = 사용량(kWh) X 0.424, 수도의 이산화탄소 발생량(kg) = 사용량(세제곱미터) X 0.332 ]
공동주택관리정보시스템에 수록된 자료는 아파트 관리사무소에서 매월 직접 입력하다보니 갖가지 오류의 여지가 있어서 선별 작업이 필요하다. 하지만, 선별 과정에서 자칫 실제 사용량을 왜곡하는 괴리가 생길 수도 있다. 실제 사용량과 분석 대상 자료의 괴리를 검증하기 위해, 분석 대상 아파트의 월별 전기 사용량 합계를 한국전력의 주택용 전기 판매량 합계와 비교했다. 한전은 아파트와 단독주택을 모두 포함한 총액만 공개하기 때문에 두 수치를 직접 비교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그래서 2012년 6월치를 100으로 잡고 월별 변동 추이를 비교했다. 아래 그래프에서 보듯이, 한전 자료의 월별 격차가 아파트 사용량 격차보다 크지만 변동 추세는 비슷했다. 그러므로 이번 분석의 대상이 실제 계절별 에너지 소비 변화와 크게 동떨어지지 않다고 봐도 큰 무리는 없다.
계절별 전기·수도 소비 변화
계절별 전기·수도 소비 변화를 분석한 결과, 가장 먼저 확인된 특징은 수도 사용량의 지역별 격차는 거의 없는 반면 전기 소비의 격차는 상당하다는 점이다. 수도 소비에 따른 이산화탄소 유발량은 서울이 제곱미터당 0.064kg으로 가장 많지만 나머지 17개 시도도 0.06kg 수준으로 서울과 엇비슷했다. 반면 전기 소비에 따른 이산화탄소 유발량은 지역별 격차가 상당했다. 최고치인 서울(1.6kg)이 최저치인 광주광역시나 전라남도(1.3kg)보다 23%나 많다.
아래 지도는 아파트 단지가 두곳 이상 있는 전국 읍면동 지역의 계절별 이산화탄소 유발량 변화를 표시한 것이다. 예상대로, 여름철과 겨울철에 소비량이 확 늘어난다. 좀더 세밀하게 들여다보면 수도권과 다른 지역의 격차가 크다는 걸 확인할 수 있다. 수도권의 농촌 지역과 강원, 충청 등지에서는 여름철보다 겨울철에 에너지 소비, 특히 전기 소비가 더 크다는 점도 눈에 띄는 특징이다.
여름철에 전기 소비가 많은 곳과 겨울철에 전기 소비가 많은 곳을 좀더 분명히 확인하려고 여름철과 겨울철 평균치 비교 지도를 그려봤다. 여름철 전기 소비가 많은 지역은 주로 도시에, 겨울철 전기 소비가 많은 지역은 주로 농촌에 몰려 있음이 드러난다. 도시 아파트에서는 여름철 냉방에 전기를 많이 쓰고, 농촌은 겨울철 난방 보조에 많이 쓰는 게 아닌가 추정된다. 서울의 경우도 겨울철 전기 소비가 많은 동네는 강북구, 노원구, 구로구, 관악구 등 시 외곽에 몰려있다는 점이 눈에 띈다.
이어지는 하편에서는 수도권과 광역시의 계절별 전기·수도 소비 변화를 더 상세히 들여다 본다.
▶ 하편 이어서 보기
신기섭 기자
marishi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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