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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7.12.31 18:48 수정 : 2017.12.31 20:14

김선수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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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촛불시민혁명’이란 명명의 의의

2017년은 대한민국의 역동성(Dynamic Korea)을 세계만방에 증명한 한 해였습니다. 2016년 10월 시작되어 헌법재판소의 대통령 탄핵 결정(2017년 3월10일), 선거에 의한 정권교체(2017년 5월9일)로 이어지고 현재도 진행 중인 촛불시민혁명은 우리 헌정사는 물론이고 세계사적으로 유례를 찾기 어려운, 민주주의의 새로운 역사를 기록하고 있는 사건입니다. 100만명이 넘는 시민들이 광장에 모여서 촛불집회를 했음에도 불상사 하나 없이 평화적으로 진행하여 세계를 놀라게 했습니다. 헌법 절차에 따라 정권교체를 이룬 것에 불과하다고 폄하하면서 ‘혁명’이라 칭할 수 없다는 견해가 있으나, 개헌과 사회 전반에 대한 개혁의 제도화로 완성된다면 새로운 유형의 평화적 혁명이라 해도 무방할 것입니다. 촛불시민혁명이라 명명하는 것은 이러한 희망과 기대를 반영한 것이고, 중도에 실패하도록 해서는 안 된다는 의지를 다짐하는 것이기도 합니다.

개헌으로 촛불시민혁명의 한 매듭을

촛불시민혁명은 1987년 체제를 극복하는 개헌으로 한 매듭을 지어야 합니다. 2017년은 1987년 헌법의 한계와 복원력을 보여주었습니다. 이명박·박근혜 정권에 의해 권력이 사유화되고 남용됨으로써 민주주의가 철저하게 파괴되는 것에 대한 취약성을 드러낸 한계를 보인 반면, 헌법 절차에 따라 대통령이 헌법재판소 탄핵 결정으로 파면되고 선거를 통해 정권교체를 이룬 것은 그 복원력을 증명한 것입니다. 국회와 대통령은 6·13 지방선거 때 개헌 국민투표를 실시하겠다고 수차 약속했습니다. 1948년 헌법이 제정된 이래 9차례의 개헌이 있었으나, 그중 국민이 투쟁으로 주도한 것은 4·19혁명과 6월항쟁 후의 개헌뿐이고, 나머지 개헌은 집권자 또는 쿠데타 세력이 정권 유지 또는 정당화를 위해 권력구조 개편을 중심으로 이룬 것입니다. 제10차 개헌은 1987년 헌법의 한계와 문제점을 극복하고 촛불시민혁명을 제도적으로 완성하는 것이어야 합니다. 내용의 측면에서 기본권을 강화하고 직접민주주의 제도(국민발안, 국민소환, 국민투표 등)를 도입하며 권력의 수평적·수직적 분립과 사법권 독립을 강화하고, 절차의 측면에서 시민들이 개헌 과정에 주체적으로 참여해야 합니다. ‘노동’, ‘노동자’, ‘여성’, ‘장애를 가진 사람’, ‘아동’ 등 올바른 용어를 사용하는 것부터 시작해야 합니다. 한편, 완성된 형태의 개헌이 어렵다면, 공감대가 형성된 기본권과 지방분권 강화 및 사법권 독립 그리고 직접민주주의 제도 도입을 반영한 개헌을 일차적으로 할 필요가 있습니다. 그것도 어렵다면 헌법개정에 대한 국민발안 제도를 도입하는 내용의 개헌만이라도 해서 다음에 국민 주도의 개헌이 가능하도록 길을 열어야 합니다. 여야 3당 원내대표가 ‘헌법개정 및 정치개혁특별위원회’를 구성하고 2018년 6월 말까지 활동하기로 합의한 것에 기대를 겁니다. 국민의 염원을 반영한 개헌안을 마련해서 지방선거 때 국민투표로 확정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

적폐청산과 권력기관 개혁

촛불의 명령으로 적폐청산 작업이 각 분야에서 진행되고 있고, 일정한 성과를 이미 냈거나 내고 있습니다. 적폐청산을 정치보복으로 매도하는 견해도 있으나, 국가기관 및 공직자들에 의해 저질러진 범죄행위를 철저하게 조사하고 처벌하는 것은 ‘나라다운 나라’를 만들기 위해 반드시 해야 할 일입니다. 범죄행위는 결국에는 처벌되고 만다는 철칙이 확립돼야만 공직자들이 교훈을 얻게 될 것입니다. 적폐청산은 철저하면서도 가능한 한 신속하게 마무리되고 개혁의 제도화로 이어져야 하며, 그렇지 못할 경우 불행한 역사가 되풀이될 우려가 농후합니다. 검찰, 경찰, 국정원, 법원 등 국정농단을 예방하기는커녕 그에 앞장서거나 부화뇌동한 권력기관의 개혁이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는지 우려하는 견해가 많습니다. 기관별로 위원회가 구성되어 각개약진하는 형태로 개혁 작업이 진행되고 있고, 일정한 성과를 내는 기관도 있으나 지지부진한 기관도 있습니다. 검찰은 모든 적폐수사의 주체로 거듭남으로써 개혁의 예봉을 피해 가는 것이 아닌가 하는 우려가 있습니다. 법원은 여전히 사법 서비스의 공급자인 법관 위주의 사고방식에 안주하여 수요자인 국민 관점의 개혁은 엄두도 못 내고, 구체적인 재판에서 시민들의 법 감정과는 동떨어진 판단을 하는 예가 자주 보인다는 지적이 있습니다. 경찰과 국정원도 위원회에서 개혁 방안들을 발표하고 있으나, 법률 개정이 필요한 제도화는 답보 상태에 있습니다. 권력기관 개혁은 전체적으로 맞물려 있기 때문에 개별 기관에 맡겨서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습니다. 권력기관은 본질적으로 조직이기주의와 경로의존성이 강하기 때문에 개혁 추진 세력이 치밀하게 준비하고 철저하게 관리하지 않으면 개혁의 와중에도 기관의 실리를 챙기게 되어 나중에 과연 개혁을 한 것인지 개악을 한 것인지 분간이 되지 않는 결과로 귀결될 수도 있습니다. 그렇기에 권력기관 개혁은 종합적으로 점검하고 관리해야 합니다. 여야 3당 원내대표가 입법권을 갖는 사법개혁특위를 구성하고 2018년 6월 말까지 활동하기로 합의한 것에 기대를 겁니다. 권한의 적정한 분리를 통한 견제와 균형으로 국가가 국민 위에 군림할 수 없도록 하는 것은 여야, 진보와 보수를 떠나 국가의 기본을 세우는 것입니다.

공동체의 기초를 튼튼히

촛불집회로 표출된 시민들의 분노는 차별과 모욕, 팍팍한 삶에도 그 원인이 있습니다. 1997년 외환위기 이후 비정규직의 확산으로 양극화가 심화되었고, 노동소득의 감소에 따른 유효수요의 절대 부족으로 성장은 고사하고 사회 유지 자체도 심각한 위협을 받고 있는 실정입니다. 동일한 장소에서 동일한 가치의 노동을 함에도 고용형태가 다르다는 이유만으로 급여는 절반 정도밖에 받지 못하고, 복지와 사회보장에서 배제되며, 고용이 불안하여 노동조합 활동도 못 하는 것은 인권침해이자 차별이며 모욕입니다. 간접고용은 노동자 사용으로 인한 이익은 향유하면서도 그에 상응하는 책임은 부담하지 않는 것으로 정의에 반합니다. 위험의 외주화로 중대 사망사고들이 빈발하고 있습니다. 특수고용노동자는 아예 노동자로 취급받지도 못합니다. 구조물이 무너지는 경계점은 하중에 가장 강한 곳에서 결정되는 것이 아니라 가장 약한 곳에서 결정됩니다. 사회도 마찬가지여서 가장 취약한 구성원들이 버티지 못하면 그 사회는 붕괴하고 말 것입니다. 우리 사회에서 그 취약계층이 바로 비정규직입니다. ‘국제노동기구(ILO) 목적에 관한 선언’(필라델피아 선언)은 “일부의 빈곤은 전체의 번영을 위험하게 한다”고 천명했습니다. 비정규직 문제를 해결하는 것은 우리 사회의 유지를 위한 절체절명의 과제이고, 우리 공동체를 튼튼히 하는 것이기도 합니다. 우리 사회가 ‘더불어 사는 공동체’가 되기 위해서는 사회 구성원 중에서 절대다수를 차지하고 모든 재화와 용역의 직접 생산자인 노동자가 인간의 존엄과 가치를 인정받고 사회 구성원으로서 정당하게 대우받아야 합니다. 노동자 없이 이 세상의 존립과 유지는 불가능합니다. 그럼에도 그동안 우리 사회는 노동자들을 무시하고 적대시해왔습니다. 유엔과 국제노동기구 등 국제기구들은 매년 대한민국 정부에 노동자들의 권리를 침해하는 법률을 개정하거나 노동자들에 대한 탄압을 중단하라고 권고해왔습니다. 한편에서는 인공지능(AI), 4차 산업혁명을 운위하면서 노동의 역할을 경시하는 경향도 보입니다. 그러나 기술과 산업이 아무리 발전해도 노동이 완전히 없어질 수는 없으며, 모든 사회 구성원들이 기본 생활을 누릴 수 있어야 사회가 유지된다는 점은 달라질 수 없습니다. 사회 유지에 책임이 있는 국가는 인공지능, 4차 산업혁명 등으로 생산성이 대폭 증가한다면 일자리를 창출하거나 노동시간을 단축하고 분배구조를 개선하는 등 모든 사회 구성원들의 기본 생활을 보장할 의무가 있습니다.

희망을 품고 맞는 새해

정권교체 후 8개월여가 지나 2018년 새해를 맞습니다. 지난 10년 어느 해보다 희망을 품고 새해를 맞이합니다. 그러나 한편에 자리 잡은 걱정과 우려, 조바심은 어쩔 수 없습니다. 촛불정부가 그에 걸맞게 잘하고 있는가? 시민들의 요구에 부응하는 개혁을 제대로 수행하고 있는가? 대한민국을 위해 매우 중요한 한 해입니다. 3·1운동, 4·19혁명, 부마항쟁과 5·18민주화운동, 6월항쟁의 연장선에 있는 촛불시민혁명을 이루어낸 국민들의 저력을 믿고 우공이산의 자세로 추진한다면 못 이룰 게 없을 것입니다. 개헌과 개혁의 제도화를 이루는 한 해가 되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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