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판] 정문태의 제3의 눈
<6> 시리아와 미국
시리아군 화학무기 사용했다며 공격 계획부터 쏟아내는 미국
정작 실전에서 화학무기 사용해
대량 학살 벌인 자는 누구였나 베트남전쟁 중이던 1969년 4월
북한이 미군 정찰기 격추하자
미국은 엉뚱하게 캄보디아 공습
김관진은 북한에 본때 보이자고
“시리아 공격해달라” 매달린 셈 ‘낙타가 혹을 본다면 목이 부러질 것이다.’ 시리아 사람들이 즐겨 써온 속담이다. 자신의 결함을 보지 않는 사람들을 일컫는다. 미국을 본다. 이번에는 또, 시리아다. 미국은 지난 8월21일 시리아 정부군이 수도 다마스쿠스 인근에서 화학무기를 사용해 1천여명을 살해했다며 본때를 보이겠다고 나섰다. 아직까지 누가, 어떤 화학무기를 사용해 얼마나 많은 이들을 죽였는지 정확한 정보조차 없다. 유엔 조사단이 보고서를 내지도 않은 상태에서 미국은 공격 계획부터 쏟아냈다. 9일쯤 다마스쿠스를 공습할 것이라는 정보들이 벌써부터 나돌고 있다. 화학무기 사용 금지라는 국제적 교감에는 대량살상을 막자는 근본적인 뜻이 담겨 있다. 2년6개월째 접어든 시리아 내전에서 정부군과 미국의 지원을 업은 반군은 화학무기 없이도 이미 10만명 웃도는 이들을 살해했다. 대량살상 기준이 대체 뭔가? 속된 말로 총으로 죽이든 폭탄으로 죽이든 화학무기로 죽이든 살상은 살상이다. 1990년 미국은 제1차 이라크 침공 당시 단 한발 폭탄(GBU-27)으로 아미리야 대피소에 몸을 숨긴 어린이와 노약자 408명을 몰살시켰다. 근데 그런 폭탄은 대량살상용이 아니라고 한다. 되돌아보자. 지금까지 실전에서 화학무기를 사용해 대량 학살극을 벌인 것도 미국이다. 제2차 세계대전, 한국전쟁, 베트남전쟁에서 온 천지를 불바다로 만들었던 네이팜탄도, 또 베트남전쟁에서 무려 8천만톤을 퍼부어 지금까지 후유증을 낳고 있는 악명 높은 고엽제 에이전트 오렌지도 모조리 미국이 사용했던 화학무기다. ‘인도주의 폭격’이라는 이상한 신조어 ‘옷이 피부 색깔을 바꾸지 않는다.’ 시리아 속담이다. 겉치레가 본질을 바꿀 수 없다는 뜻이다. 미국을 본다. 미국은 온갖 명분을 갖다 붙이며 전쟁을 벌여왔다. 그러나 본질은 하나다. 모조리 불법이었다. 1990년 제1차 이라크 침공부터 따져보자. 미국은 유엔을 윽박질러 안보리 결의안 678호로 대이라크 무력 사용권을 따냈지만 그게 민간부문 공격과 대량학살을 추인한 건 아니었다. 미국은 이라크 군인 10만여명과 민간인 10만여명을 포함해 20만명을 살해하는 과정에서 학교, 병원, 상수도, 대피소를 비롯한 민간부문까지 무차별 공격했다. 미국은 ‘어떤 전쟁도 시민의 생존에 필수적인 것을 공격해서는 안 된다’고 규정한 1949년 제네바협정을 짓밟는 중대한 범죄를 저질렀다. 이어 대이라크 경제 봉쇄를 통해 의약품과 식량보급마저 차단해 50만명 웃도는 어린이와 노약자를 간접 살해했다. 1999년 코소보전쟁은 국제법을 총체적으로 유린한 범죄행위였다. 코소보에서 세르비아계(유고)가 알바니아계 시민 50만명을 학살했다며 이른바 ‘인도주의 폭격’이라는 당치도 않은 신조어를 들이댔던 미국과 나토(NATO·북대서양조약기구) 연합군의 유고 공격은 출발부터 불법이었다. 나토는 유고 정부에 코소보 자치안과 유고 전역 사찰권을 담은 랑부예협정을 강요했고 유고 의회가 승인을 거부하자 24시간도 지나지 않아 공습하기 시작했다. 나토는 ‘유엔 헌장이 규정한 국제법 원칙을 어기고 무력이나 협박으로 체결한 조약은 무효다’고 규정한 비엔나(빈)협약의 조약법협정을 위반했다. 물론 나토는 유엔의 허가를 받지 않았다. 나토는 유엔 헌장 제52조에 따른 회원국이 아닌 초국가 조직인 지역협정체일 뿐이다. 따라서 나토는 유엔법을 따라야 하는 조직이지만 반대로 유엔은 나토에 무력 사용을 허가할 수 없다. 그런 나토가 유엔 회원국인 유고를 공격했다는 건 원천적 불법 행위였다. 게다가 미국은 나토법 제5조 ‘나토는 회원국이 공격받을 경우에만 군사력을 사용한다’고 명시한 자신들의 법마저 유린했다. 유고는 결코 나토 회원국을 위협한 적도 공격한 적도 없었다. 그럼에도 나토는 심지어 회원국 영역을 벗어나 원정침공까지 했다. 뿐만 아니라, 나토가 유고 침공 핑계로 삼았던 50만명 학살설은 개전과 동시에 사라져 새빨간 거짓말이었음이 드러났다. 유럽의회 조사단은 알바니아계 희생자 수를 5천~1만명이라는 보고서를 내놓았다. 오히려 미군과 나토 연합 폭격대가 유고 군인 4천여명과 민간인 9천여명을 포함한 1만3천여명(실종자 포함)을 살해함으로써 코소보 내 인종분규 때보다 더 많은 희생자를 낸 전쟁이었다. 2001년 ‘테러와의 전쟁’을 내건 미국의 아프가니스탄 침공도 9·11 사건에 따른 국제사회의 충격을 동원했을 뿐 유엔 승인을 받지 않았다. 그 무렵 유엔은 ‘9·11 공격을 비난하고, 범죄적인 테러리스트 활동 재원을 동결하고…’ 같은 내용을 담은 결의안 두개(1368호/1373호)를 통과시켰을 뿐 미국의 대아프가니스탄 무력 사용을 추인한 적이 없었다. 유엔 헌장은 무력 공격으로부터 자위(제51조)와 안보리 결의안에 따른 무력 사용 추인(제42조)이라는 오직 두 경우만 합법으로 규정하고 있다. 아프가니스탄은 미국을 공격한 적이 없다. 그렇다면 원천적 불법전쟁이라는 뜻이다. 더구나 9·11 사건은 특정 국가가 미국을 무력 공격한 게 아니라 한 조직의 범죄적 공격이었을 뿐이다. 전쟁은 국가간 행위고 따라서 전쟁선포는 국가라는 대상을 지녀야만 성립한다. 근데 미국은 ‘테러’라는 추상적인 단어에 대고 전쟁을 선포한 뒤 아프가니스탄을 침공했다. 테러리즘이란 건 하나의 전술일 뿐 구체적 형태를 지닌 적도 국가도 아니다. 미국의 아프가니스탄 침공이 근본적으로 불법전쟁일 수밖에 없는 까닭이다. 그 침공으로 지금까지 살해당한 민간인만 2만명이 넘는다. 2003년 미국은 이라크가 대량살상무기(WMD)를 숨기고 있다며 제2차 침공에 나섰다. 미국은 13년 전 제1차 침공 당시 유엔이 무력 사용을 추인한 결의안 678호와 대량살상무기 조사를 허용한 휴전협정 결의안 687호를 들이댔다. 두 유엔 결의안 가운데 어느 것도 휴전 뒤 다시 무력 사용을 용인한 적이 없었다. 더구나 미국의 제2차 침공에 앞서 유엔 조사단은 ‘이라크에서 대량살상무기를 찾지 못했다’고 밝혔다. 코피 아난 유엔 사무총장마저 “우리들의 관점과 유엔 헌장 관점에서 보면 이 전쟁(제2차 이라크 침공)은 불법”이라고 규정했다. 미국의 제2차 이라크 침공이 불법이었다는 사실은 그 결과로서도 만천하에 드러났다. 미국은 이라크를 이 잡듯이 뒤졌지만 단 한발의 대량살상무기도 찾아내지 못했다. 미국 대통령 조지 부시는 “잘못된 정보였다”고 자백했다. 이미 이라크는 초토로 변했고 지금까지 이어지는 전쟁에서 또 20만명이 죽었다. 김관진은 시리아인의 죽음을 책임질 것인가 2011년 미국의 리비아 공습도 예외 없는 불법이었다. 이건 심지어 자신들의 국내법마저 짓밟았다. 미국 법인 전쟁권한결의안(WPR)은 대통령이 무력을 사용하면 48시간 안에 의회에 보고하고, 60일 안에 의회 승인을 받지 못하면 30일 안에 군사작전을 멈추도록 규정하고 있다. 대통령 버락 오바마는 90일이 지나도록 그 규정을 지키지 못한 채 리비아 공습을 지속했다. 오바마는 ‘미국이 교전 행위에 직접 가담하지 않는다면…’이라는 편법을 들이대며 전쟁권한결의안을 비켜갔다. 그 시각 미군은 미사일과 전폭기를 동원해 리비아를 폭격했을 뿐 아니라 지상에서 영국군 폭격 관제를 지원하고 있었다. 사기까지 덧붙인 불법전쟁이었다. 그 모든 미국의 불법전쟁 결과는 똑같은 모습으로 드러났다. 미국은 보란 듯이 이라크, 코소보, 아프가니스탄, 리비아에 친미정권을 세웠다. 그 사회들은 하나같이 내전상태에 빠져 있다. 한때 가장 건강한 사회주의 국가로 인정받았던 유고슬라비아는 아예 역사에서 사라졌고, 중동에서 가장 부유했던 이라크와 리비아는 사회·경제적으로 폐허가 되었다. 아프가니스탄은 회복 불능 사회로 낙인찍혔다. ‘융탄자 길이만큼만 발을 뻗어라.’ 시리아 속담이다. 주제를 알라는 말이다. 한국을 본다. 지난 8월 말 브루나이에서 열린 제2차 아세안확대국방장관회의(ADMM-Plus)에 참석했던 국방장관 김관진은 척 헤이글 미국 국방장관에게 “시리아 정부군이 화학무기를 사용했다면 2500톤 화학무기를 가진 북한도 사용할 수 있다는 잘못된 판단을 할 수 있다”며 시리아 제재를 강력히 촉구했다고 한다. 역사를 돌아보자. 베트남전쟁 중이던 1969년 4월 북한이 동해상에서 미 해군 EC-121 정찰기를 격추시키자 미국 대통령 리처드 닉슨은 “부당한 침략에 맞선 연합국의 결의를 북한 지도자들에게 보여주고자 캄보디아 공습을 요청했다”고 밝혔다. 중립국 캄보디아 시민들은 자신들과 아무런 상관도 없는 일로 떼죽음당했다. 미군은 그해 3월부터 1973년 8월까지 50만톤 웃도는 각종 폭탄들로 캄보디아를 불법 폭격해 30만~80만명에 이르는 시민을 학살했다. 이른바 미국이 저지른 제1기 킬링필드였다. 이번에는 한국 국방장관이라는 자가 북한에 본때를 보이고자 미국에 시리아를 공격해 달라고 매달린 셈이다. 그럴듯한 말로 군인이 뭔가? 명예를 먹고 산다고들 하는데, 한 나라 육군 대장까지 지낸 자가 남에게 우리 적을 혼내달라고 보챈 꼴이다. 다 접어주고, 내막이야 어떻든 그런 건 바깥으로 흘릴 말이 아니다. 지금 러시아와 중국뿐 아니라 유럽과 아시아, 남미 대부분 나라들이 미국의 시리아 공격 계획에 거부감을 드러내는 상태다. 심지어 미국의 최대 동맹국인 영국 의회까지 무력 사용을 거부했다. 사우디아라비아, 터키, 한국 세 나라 고위 관리가 미국에 시리아를 공격해 달라고 요청했다는 낯 뜨거운 기사들이 이미 미국 언론을 비롯한 외신판에 뜨고 있다. 미군 공습이 필연적으로 막대한 시민 희생자를 낸다는 사실은 앞선 전쟁들에서 이미 드러났다. 한국의 김관진 국방장관은 미국 공습으로 죽임 당할 시리아 시민을 어떻게 책임질 것인가? 시민 혈세로 월급을 줬더니 기껏 하고 다니는 일이 세계시민사회에 발길질이다. 외교를 모르는 자를 국가대표로 내보내지 말라는 뜻이다. 이래저래 우리는 참 불행한 무장철학의 시대를 살고 있다. 우리는 참 파멸적인 전쟁의 시대를 살고 있다. 이 야만적인 전쟁을 언제까지 보고만 있을 것인가? 모든 류의 전쟁을 거부하는 몸짓과 아우성, 바로 세계시민의 의무다. 참, 말이 나온 김에 온갖 불법을 저지르고 시민을 대량 학살한 미국의 전쟁 책임자들을 국제전범재판에 회부해야 옳지 않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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