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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3.02.01 19:35 수정 : 2013.07.15 16:24

<달자의 봄>

[토요판] 이승한의 몰아보기

<달자의 봄> (2007년, <한국방송>)
<케이비에스 프라임> 토요일 오후 6시, 3회 연속방송

“그렇게 남자를 잘 아는 사람이 이혼은 왜 했대? 그것도 세상 떠들썩하게 결혼하고 3개월 만에?” 울컥한 마음에 해선 안 되는 소리를 내뱉고 만 오달자(채림)의 얼굴 위로 당혹감이 스쳐 지나갔지만, 위선주(이혜영)의 표정은 잠시 굳었을 뿐 일그러지지 않았다. 오히려 그 장면을 보고 있던 양평동 이씨의 표정이 일그러졌다. ‘이 드라마 정나미 떨어지네.’ 양평동 이씨는 고작 1회 만에 그렇게 <달자의 봄>의 본방 사수를 포기했다.

사실 방송이 시작되기 전부터 어딘가 조금은 불안했다. 주연을 맡은 채림이나 주연급 조연을 맡은 이혜영이나 이혼을 경험한 지 얼마 안 된 상황에서 시작한 드라마였고, 그래서 제작발표회에 다녀온 연예매체들은 다들 ‘이혼 후 첫 복귀 작품’이란 표현을 쓰는 데 거리낌이 없었다. 심지어 어떤 매체는 ‘이혼녀 대격돌’이란 표현까지 썼으니 말 다 했지. 그런데 작품 안에서까지 이혼 경험자에 대한 편견에 찬 대사가 튀어나왔으니, 그 작품을 볼 마음이 싹 사라졌다.

이씨의 부모님은 이씨가 어렸을 적 헤어졌다. 사랑하니까 결혼하는 것처럼 이유가 있으니까 이혼을 하는 거라고, 이씨는 그렇게 생각하며 살았다. 진짜 힘든 건 이씨가 불행할 거라고 지레짐작하고 동정의 눈빛을 보내는 사람들의 존재였다. 세상에 불행해지기 위해 이혼을 하는 이들은 없다. 주어진 환경에서 최대한 행복해지기 위해, 고민에 고민을 거듭한 끝에 헤어지는 거니까. 이씨는 불행하지 않았다. 그저 그런 편견에 찬 눈빛들이 불쾌했을 뿐이다.

시간이 좀 지난 뒤 다시 <달자의 봄>을 볼 기회가 생겼다. 무심코 채널을 돌리다 케이블 채널에서 마주친 <달자의 봄>을, 조금은 더 너그러워진 마음으로 볼 수 있었다. 그렇게 험하고 못난 말을 했던 달자도, 직장 안에서 마녀처럼 제 고집을 꺾지 않던 선주도 결국은 동료로서 화해하고 부대끼며 살아가는 모습을 보니, 이씨가 오래전에 품었던 작품에 대한 불편함도 다소 누
이승한 티브이평론가
그러졌다. 그래, 다들 각자의 사연이 있고, 그런 사람들이 다들 저마다의 삶을 사는 건데 말이지.

어쩌면 세월이 조금 더 지나면, 이혼 또한 생로병사와 관혼상제처럼 누구나 살다 보면 겪을 수 있는 일들의 하나 정도로 취급될 수 있을까. 그것이 치명적인 흠이나 결점이 아니라, 그저 사람이 살면서 경험할 수 있는 수많은 실수 중 하나 정도로 이해될 수 있을까. 이씨는 문득 ‘이혼녀 대격돌’이란 우스꽝스러운 표현을 썼던 그 기자는 지금 이 작품에 대해 기사를 쓴다면 뭐라고 제목을 뽑을지 궁금해졌다. <달자의 봄>으로부터 7년, 우린 어디까지 성숙해졌는지 말이다.

이승한 티브이 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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