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간도3-종극무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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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요판] 이승한의 몰아보기
<무간도3-종극무간>(2003. 홍콩. 유위강, 맥조휘 감독)<스크린> 16일(토) 오전 9시 “이씨는 <정글의 법칙> 사태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해요?” 전화기 너머 선배 기자 연어씨의 말에 이씨는 조심스레 입을 열었다. “제작진이 ‘리얼’이 아니라 더 리얼 같아 보이는 것을 보여주려고 무리수를 두다가 이 사달이 난 것 같아요.” 언제는 연예계가 조용한 날이 있었는가만, <정글의 법칙> 조작 의혹 사태는 그 파장이 좀 컸다. 육체의 성실함과 진정성의 상징 김병만 아닌가. 그가 주인공인 프로그램의 진정성이 훼손되었으니, 기자든 평론가든 칼럼니스트든 바쁠 수밖에 없었다. “선배, 그런데 김병만 좀 안됐지 않았어요? 여론이 <인간과 자연의 대결>의 베어 그릴스처럼 사과한다고 넘어갈 분위기도 아니던데. 솔직히 김병만이 슈퍼갑도 아니고, 제작진이 요구하는 걸 거부할 수 있는 입장은 아니잖아요.” 이씨의 말에 연어씨는 쓰게 웃으며 답했다. “사실 김병만의 고충은 직장인들의 고충과 비슷한 구석이 있죠. 회사가 하는 일이 어딘가 께름칙해도, 그만둘 생각을 하기 전까지는 하자는 대로 해야 하는.” 아, 그렇지. 연예인들도 방송국이라는 직장을 가진 일종의 직장인에 다를 바 없긴 하지. 이씨는 잠시 최근 잘 다니던 직장을 그만둔 친구 판다씨의 사직의 변을 떠올렸다. “지금 하고 있는 사업보다 수익성은 더 안 좋으면서 직원들 노동환경도 더 악화될 게 뻔해 보이는 사업을 추가로 한다잖아. 난 아무래도 동의할 수 없었는데, 내 말은 안 먹히더라고. 그런 상황이면 내가 나오는 게 맞지.” 연어씨와 판다씨의 목소리는 이씨의 머릿속에서 하나로 포개져 이씨를 전혀 뜬금없는 곳으로 이끌고 갔다. 첫 직장 갱단과 두 번째 직장 경찰이라는 상반된 두 조직의 요구 사이에서 방황하던 남자 류더화(유덕화)가 주인공인 영화 <무간도3-종극무간>의 마지막 장면으로. 착한 경찰이 되고 싶었지만 첫 직장의 요구를 무시할 수는 없고, 그 요구를 따르다 보니 동료 경찰을 해쳐야만 하는 갈등 속에서 그만두지도 못하고 끙끙 앓다가 끝끝내 정신분열에 이른 한 직장인의 비극이 이씨의 눈앞에 펼쳐졌다.
이승한 티브이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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