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ee Sang-soo, Beijing Corresponden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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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햇발
후진타오 중국 주석은 지난달 20일 조지 부시 미국 대통령과 그의 참모들에게 〈손자병법〉을 선물했다. 이 예물은 중국 국무원 산하 국영 외문출판사에서 특별히 만든 것으로 중문판과 영문판 두 권이 한 벌을 이룬다. 부시 대통령에게 선물한 손자병법은 더욱 특별했다. 책이라기보다 공예품에 가깝다. 지금은 백악관 서재에 있을 이 손자병법의 중문판은 비단의 본고장인 저장성 비단 위에 연보라색 명주실로 자수를 놓아 글을 새긴 것이다. 이 손자병법은 리자린 저장이공대학 교수의 작품이다. 15만5000올의 명주실이 들어갔으며, 명주실이 글자꼴로 수놓이기 위해서 2억 차례 교직돼야 했다고 한다. 그러나 리 교수가 손으로 한 땀 한 땀 새긴 건 아니고, 그가 개발한 ‘디지털 비단자수 기술’이 글을 써내려갔다. 영문판은 비단 위에 영문으로 글을 인쇄했다. 두 권의 손자병법은 홍목과 호두나무로 짠 단아한 상자에 담겨 전달됐다. 얘기만 들어도 만든 이의 지극정성이 느껴진다. 후 주석은 그 많은 중국 고전 가운데 왜 하필이면 손자병법을 선물했을까. 〈명보〉 등 홍콩 매체들은 손자병법이 ‘싸우지 않고 이기는 것이 최선’이라는 사상을 담고 있기 때문이라고 풀이했다. 아마 이런 풀이가 맞을 것이다. 손무(손자의 이름)가 싸우지 않고 이기는 것을 최선으로 여긴 까닭은 그가 전쟁의 피바다 한가운데서 전쟁의 본질에 대해 사색했던 철인이었기 때문이다. 그는 “무릇 군사를 쓰는 방법에서 나라를 온전하게 두고 삼키는 것이 최선이고, 나라를 깨부수는 것은 그 다음이며, 군단을 온전하게 삼키는 것이 최선이고, 군단을 깨부수는 것은 그 다음”이라고 말했다. 또 “적의 성을 치는 것”을 가장 낮은 수준의 책략이라고 말했으며, 그건 “다른 작전이 없어서 어쩔 수 없이 그렇게 하는 것”이라고 했다. 그는 심지어 성을 공격하는 일은 ‘재앙’이라고도 했다. 숫제 반전사상에 가깝다. 이 때문에 평화학자 요한 갈퉁은 그를 ‘평화학의 창시자’로 꼽는다. 손자의 이런 통찰은 이라크 전쟁의 수렁에서 허우적거리고 있는 미국에 너무도 잘 들어맞는다. 미국은 이라크를 설복시키는 대신 ‘성을 치고 나라를 깨뜨리려’ 들었다. 그 결과 오늘날 바그다드의 미군은 언제 터질지 모르는 자살폭탄 공격의 악몽과 재앙에 빠져 있다. 멀리 베트남의 교훈을 잊은 지 오래인 미국은 가까이 이라크의 교훈을 돌아보지 않고 이란에 대해 다시 ‘성을 깨고 나라를 깨뜨리려는’ 태도로 달려들고 있다. 부시 대통령과 참모들은 사담 후세인 정권을 뒤집은 뒤 이른바 민주선거를 치르면 고분고분한 이라크를 얻을 수 있다고 여길 정도로 단순하다. 그러나 역사가 말해주듯 민주개혁이란 어느 나라에서나 매우 복잡하고 지난한 과정이다. 미국은 다시 이란에 대해 손무가 ‘가장 낮은 책략’이라 부른 방식의 선택을 고려하고 있지만, 그 목적은 도대체 무엇인가. 아마디네자드 대통령을 권좌에서 끌어내리는 것인가, 아니면 하메네이의 신권통치를 종식시키는 것인가. 이라크가 보여주듯 그 뒤에 남는 것은 미군의 악몽과 재앙이다. 부시 대통령이여, 고대 중국의 현인 손무가 만약 당신의 참모라면 당신에게 어떤 전략을 충고할 것인가. 비단 자수 손자병법을 읽으며 한번 곰곰 생각해 보시라. 손자병법을 선물한 후 주석의 메시지는 이런 게 아닐까. 부시 대통령과 그의 참모들은 충분히 슬기롭기 때문에 비단 자수 손자병법을 ‘돼지 발의 비단’으로 만드는 어리석음을 저지르지는 않을 것이라고.이상수 베이징 특파원 lees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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