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설위원 ‘아무개노믹스’는 1981년 집권한 미국 대통령 로널드 레이건 정부의 경제정책을 두고 처음 쓴 것이다. 경제사에 획을 긋는 정책 전환이었기 때문이다. 레이거노믹스는 경기침체 속에 물가급등이 골칫거리이던 그 무렵 통화공급을 안정화하고, 정부 지출을 삭감하고, 세금을 깎아주고, 기업에 대한 규제를 없애는 게 핵심이었다. 평가는 지금도 엇갈린다. 그런 정책으로 경제가 활력을 되찾았다는 평가도 일부 있으나, 정부 재정적자는 장담했던 것과 반대로 훨씬 심각해졌고 빈부 격차가 빠르게 커졌다. 지금은 별것도 아닌 경제정책에 아무개노믹스란 이름을 흔히 붙인다. 2014년 6월13일 개각 때 입각한 최경환 전 경제부총리가 취임 뒤 쓴 정책을 뜻하는 ‘초이노믹스’는 박근혜 정부 경제정책을 대표한다. 그이는 기업소득을 가계로 환류하도록 유도하는 정책을 펼 것처럼 말했다. 이는 곧 흐지부지됐다. 그보다는 부동산 경기 활성화에 매달렸다. 그해 8월 ‘한여름에 겨울옷을 입고 있는 격’이라며 부동산 규제를 없애기 시작했고, 한국은행에는 금리 인하를 압박했다. 성공했을까? ‘비극적인 성공’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경제성장률을 방어하는 데는 어느 정도 효과를 보고 있지만, 나라경제의 속병이 깊어간다. 한국은행이 25일 3분기 경제성장률 속보치를 발표했다. 2분기에 견줘 0.7% 성장했고, 지난해 3분기에 견줘 2.7% 성장했다. 기대가 크지 않았기에 성장률 수치만 봐선 망쳤다고 말할 사람은 없을 것이다. 하지만 속을 들여다보면 웃을 수만은 없다. 건설투자는 전년 동기 대비 11.9%나 성장했다. 이를 뺀 나머지 부문의 3분기 국내총생산을 계산해보니, 성장률이 1.1%에 불과하다. 이런 식으로 건설투자를 제외하고 계산한 성장률의 추이를 보면, 올해 1분기와 2분기의 1.9%에서 또 한번 큰 폭으로 추락한 것을 확인할 수 있다. 3분기에 추가경정예산을 편성해 풀지 않았다면, 어찌 됐을까? 순수출(수출에서 수입을 뺀 것)의 성장 기여도(전년 동기 대비)는 지난해 1분기 이후 7분기 연속 마이너스다. 설비투자의 성장 기여도도 올해 1분기부터 3분기 연속 마이너스다. 최대 수출 시장인 중국을 중심으로 세계 경제 상황을 봐선 조만간 수출이 다시 성장을 이끌어가기는 어려워 보인다. 그런 가운데 가계 소비도 부진하니, 정부는 건설투자에 의존해 성장률을 끌어올리는 데 미련을 버리지 못한다. 건설투자 증가율은 지난해 상반기 0.9%에서 하반기 6.6%, 올해 상반기 10.3%, 3분기 11.9%로 계속 상승하고 있다. 이것이 지속될 수 없다는 건 경제학에 깊은 지식이 없는 사람도 안다. 가계 빚이 급증해 이미 소비에 걸림돌이 되고 있다. 부동산 경기 호황은 머잖아 끝을 볼 것이고, 그러면 그 짐이 더욱 무거워질 것이다. “정신이상이란 같은 일을 계속 반복하면서 결과가 달라지기를 기대하는 것이다.” 아인슈타인의 말이다. 경제 구조는 하루아침에 고치기 어렵다. 서울대 공대 교수들이 쓴 책 제목대로 기술 혁신엔 ‘축적의 시간’이 필요하다. 교육도 혁신해야 한다. 공정한 시장경쟁질서를 확립하고, 국가의 구실을 재정비하는 것은 더 중요하다. 임기가 얼마 남지 않는 박근혜 정부에 더는 이런 것을 기대하지 않는다. 그저 막다른 골목으로 끌고 가지 않기만 바란다. 이런저런 명목으로 재벌한테 ‘삥뜯는’ 것은 어찌 보면 좀도둑질일 뿐이다. 건설이야말로 떡고물이 가장 많이 떨어지는 산업 아닌가. 마음에 상처는 크지만 마지막 희망을 갖고 박근혜 대통령에게 묻는다. “경제는요?” jeje@hani.co.kr
사설 |
[아침 햇발] 경제는요? / 정남구 |
논설위원 ‘아무개노믹스’는 1981년 집권한 미국 대통령 로널드 레이건 정부의 경제정책을 두고 처음 쓴 것이다. 경제사에 획을 긋는 정책 전환이었기 때문이다. 레이거노믹스는 경기침체 속에 물가급등이 골칫거리이던 그 무렵 통화공급을 안정화하고, 정부 지출을 삭감하고, 세금을 깎아주고, 기업에 대한 규제를 없애는 게 핵심이었다. 평가는 지금도 엇갈린다. 그런 정책으로 경제가 활력을 되찾았다는 평가도 일부 있으나, 정부 재정적자는 장담했던 것과 반대로 훨씬 심각해졌고 빈부 격차가 빠르게 커졌다. 지금은 별것도 아닌 경제정책에 아무개노믹스란 이름을 흔히 붙인다. 2014년 6월13일 개각 때 입각한 최경환 전 경제부총리가 취임 뒤 쓴 정책을 뜻하는 ‘초이노믹스’는 박근혜 정부 경제정책을 대표한다. 그이는 기업소득을 가계로 환류하도록 유도하는 정책을 펼 것처럼 말했다. 이는 곧 흐지부지됐다. 그보다는 부동산 경기 활성화에 매달렸다. 그해 8월 ‘한여름에 겨울옷을 입고 있는 격’이라며 부동산 규제를 없애기 시작했고, 한국은행에는 금리 인하를 압박했다. 성공했을까? ‘비극적인 성공’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경제성장률을 방어하는 데는 어느 정도 효과를 보고 있지만, 나라경제의 속병이 깊어간다. 한국은행이 25일 3분기 경제성장률 속보치를 발표했다. 2분기에 견줘 0.7% 성장했고, 지난해 3분기에 견줘 2.7% 성장했다. 기대가 크지 않았기에 성장률 수치만 봐선 망쳤다고 말할 사람은 없을 것이다. 하지만 속을 들여다보면 웃을 수만은 없다. 건설투자는 전년 동기 대비 11.9%나 성장했다. 이를 뺀 나머지 부문의 3분기 국내총생산을 계산해보니, 성장률이 1.1%에 불과하다. 이런 식으로 건설투자를 제외하고 계산한 성장률의 추이를 보면, 올해 1분기와 2분기의 1.9%에서 또 한번 큰 폭으로 추락한 것을 확인할 수 있다. 3분기에 추가경정예산을 편성해 풀지 않았다면, 어찌 됐을까? 순수출(수출에서 수입을 뺀 것)의 성장 기여도(전년 동기 대비)는 지난해 1분기 이후 7분기 연속 마이너스다. 설비투자의 성장 기여도도 올해 1분기부터 3분기 연속 마이너스다. 최대 수출 시장인 중국을 중심으로 세계 경제 상황을 봐선 조만간 수출이 다시 성장을 이끌어가기는 어려워 보인다. 그런 가운데 가계 소비도 부진하니, 정부는 건설투자에 의존해 성장률을 끌어올리는 데 미련을 버리지 못한다. 건설투자 증가율은 지난해 상반기 0.9%에서 하반기 6.6%, 올해 상반기 10.3%, 3분기 11.9%로 계속 상승하고 있다. 이것이 지속될 수 없다는 건 경제학에 깊은 지식이 없는 사람도 안다. 가계 빚이 급증해 이미 소비에 걸림돌이 되고 있다. 부동산 경기 호황은 머잖아 끝을 볼 것이고, 그러면 그 짐이 더욱 무거워질 것이다. “정신이상이란 같은 일을 계속 반복하면서 결과가 달라지기를 기대하는 것이다.” 아인슈타인의 말이다. 경제 구조는 하루아침에 고치기 어렵다. 서울대 공대 교수들이 쓴 책 제목대로 기술 혁신엔 ‘축적의 시간’이 필요하다. 교육도 혁신해야 한다. 공정한 시장경쟁질서를 확립하고, 국가의 구실을 재정비하는 것은 더 중요하다. 임기가 얼마 남지 않는 박근혜 정부에 더는 이런 것을 기대하지 않는다. 그저 막다른 골목으로 끌고 가지 않기만 바란다. 이런저런 명목으로 재벌한테 ‘삥뜯는’ 것은 어찌 보면 좀도둑질일 뿐이다. 건설이야말로 떡고물이 가장 많이 떨어지는 산업 아닌가. 마음에 상처는 크지만 마지막 희망을 갖고 박근혜 대통령에게 묻는다. “경제는요?” jej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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