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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7.01.17 18:56 수정 : 2017.01.17 18:59

여현호
논설위원

분명한 전제가 있다. 지금의 탄핵 국면을 오래 끌어선 안 된다는 것이다. ‘대통령 부재’가 아쉬워서가 아니다. 새삼 깨닫지만 박근혜 대통령은 이전에도 없는 사람이나 마찬가지였던 듯하다. 그가 없다고 나라가 잘못 돌아가는 것 같진 않다. 탄핵 소추 뒤 범죄가 줄어드는 등 오히려 나아진 구석도 있는 모양이다.

국정 공백이 오래가지 말아야 할 이유는 이런 대목이다. “대통령 권한대행 체제에서 대형 재난 상황이 발생하면 효율적으로 대처할 수 있는 시스템이 없는가?” “권한대행은 대통령처럼 진두지휘할 수 없다.” “대처할 역량이 안 되나?” “부족하다.” 대통령 탄핵심판 공개변론에서 박한철 헌법재판소장과 류희인 전 청와대 위기관리비서관의 문답이다. 대통령이 지휘하고 결단해야 할 일은 세월호 같은 대형 참사 말고도 외교안보상 돌변사태, 긴급한 경제위기 등이 있을 것이다. 그런 일은 당장에라도 닥칠 수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자가 기존의 역학관계를 다 뒤집을 태세이니 한반도도 이제까지 없었던 변화의 격랑에 휩쓸릴 수 있다. 성장률 2%대의 경제도 선장의 지휘가 다급하다. 살을 베고 뼈를 깎는 결단은 일등항해사가 대신하기 어렵다. 그렇다고 박 대통령 복귀가 해답일 리 만무하다. 그리되면 폭발적인 반발로 나라 밖 걱정이나 살림살이 걱정을 챙길 겨를도 없게 된다. 이미 모든 시계는 탄핵을 전제로 작동하고 있는 터다.

헌재는 이미 속도를 내고 있다. 첫 변론 뒤 한 달도 안 됐는데 설 연휴 전에 10차 변론까지 마칠 듯하다. 한 달 동안 7차례 변론기일을 정했던 노무현 대통령 탄핵심판이나 열 달 동안 18차례였던 통합진보당 해산심판보다 빠르다.

헌재가 형사재판의 증거법칙에 크게 구애받지 않기로 하면서 속도는 더 빨라질 전망이다. 17일 6차 변론에선 ‘절차 적법성이 확보된’ 검찰 신문조서는 대부분 증거로 채택했다. ‘전문 법칙(傳聞法則)’을 대통령 쪽 요구대로 곧이곧대로 적용하면 수사기록에 나온 수백명을 다 불러야 할 수도 있었는데, 그러지 않아도 된 것이다. 헌재는 또 형사재판처럼 ‘합리적 의심이 없을 정도의 엄격한 증명’을 요구하는 건 아니라고 밝혔다. 소추하는 쪽이 입증해야 하는 형사재판과 달리, 박 대통령 쪽에 ‘세월호 7시간’을 해명하라고 요구하는 등 ‘입증책임의 분배’도 있었다. 지연과 방해에 휘둘리지 않을 조건은 갖춘 셈이다. 이렇게 되면 2월 중순 이전에 선고될 가능성도 없지 않다.

이제는 정치 쪽이 급해졌다. 탄핵이 인용되면 60일 안에 대통령선거를 마쳐야 한다. 지금부터 나서도 후보를 정하고 선거 채비를 갖추기에 빠듯한 시간이다. 이런저런 개헌론은 시급성과 현실성을 잃게 된다. 개헌을 매개로 한 연대론으로 우회할 시간도 많지 않다. 여권도 그나마 깃발을 지키려면 더는 질척댈 여유가 없다.

대선은 청산과 함께 간다. 박영수 특별검사팀의 1차 활동기한은 2월28일이지만 연장하면 3월30일까지다. 계산상으로는 박 대통령에 대한 수사와 기소까지 처벌과 청산이 이어진다. 대선의 큰 화두도 박근혜-최순실 국정농단으로 유린당한 민주공화국의 복원이 될 것이다. 대선 자체가 민주주의 회복 과정이기도 하다. 박 대통령 같은 이를 다시 안 보려면 이미지 조작이나 진영 논리, 대결 구도 따위 낡은 선거장치부터 청산해야 한다. 후보에 대한 철저한 검증도 있어야 하겠지만, 헌법 파괴를 불러왔던 재벌·검찰·언론에 대한 개혁도 못지않게 시급하다. 그런 방안을 마련하고 다짐받기에도 시간이 모자란다. 서둘러야 한다.

yeop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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