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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7.04.04 17:27 수정 : 2017.04.04 18:58

임석규
논설위원

세차게 나부끼던 ‘문재인 대세론’의 깃발에 맞서 ‘안철수 대안론’이라는 새로운 깃발이 펄럭이기 시작했다. 안철수가 주술처럼 되뇌어 온 대로 대선이 사실상 문-안 양강 구도로 펼쳐질 조짐이 보인다. 본선이 열리니 안희정에게서 안철수로 가고, 이재명에게서 문재인으로 옮기는 발길도 분주하다. 판세가 조정되는 건 자연스러운 흐름이다.

물론 아직 문재인이 대세인 것은 분명하다. 이런저런 정국의 고비를 거쳤지만 그의 지지율은 미동하지 않았다. 그렇다고 대세가 끝까지 유지된다고 장담하긴 어렵다. 문재인의 대세는 그가 발산하는 매력이 블랙홀처럼 대중의 지지를 흡인해 쌓은 견고한 것이 아니다. 오히려 파산선고를 받은 보수 정치세력이 대세를 상실한 데 따른 반사이익으로 형성됐다고 볼 수 있다. 정권교체를 해야겠는데 먼저 떠오른 게 제1야당의 대표선수 격인 문재인이었고, 그게 대세로 이어졌다고 보는 게 타당하다. 자신의 실력보다 상대의 실점에 기댄 대세는 생각보다 취약할 수 있다. 전략적 선택에 능한 호남이 ‘안철수를 통한 정권교체’란 대안을 남겨둔 것도 이 때문일 것이다.

안철수가 정권교체의 대안이란 논리에 고개를 끄덕일 수는 있겠는데 뭔가 찜찜한 구석이 있다. 최근 그의 갑작스러운 지지율 상승 역시 자신의 실력에 의한 것은 아니다. 그와 지지층이 겹치는 박원순, 반기문, 안희정이 차례로 하차한데다 문재인 거부층의 지지가 유입되면서 치솟은 지지율이다. 안철수는 ‘반문재인 연대’를 비판하며 ‘자강’(스스로 강해짐)을 외치고 있지만, 문재인 싫어서 안철수 찍겠다는 이들의 지지에 기댈 수밖에 없는 게 엄연한 현실이다. 안철수가 대세를 꺾을 정도로 강력한 자체 에너지를 지닌 대안인지 의문이다.

전술과 기교란 측면에선 안철수가 눈부신 성장을 했다. ‘대선 완주’란 쇠말뚝을 박아놓고 주야장천 양강 구도를 외치니 신기하게도 상황이 거기에 딱딱 맞춰 돌아간다. 이제 그의 권력의지를 의심하는 목소리는 쑥 들어갔다. 머리에 힘을 준 헤어스타일로 강한 이미지를 심었다. 목소리도 걸걸하게 끓어오르는 굵은 저음으로 바꿨는데 전달력이 약했던 연설의 호소력이 커졌다는 평가를 받는다. 물정 모르는 신출내기 정치인에서 현실감각을 갖춘 진정한 직업 정치인으로 거듭나고 있다는 징표일지도 모르겠다.

그런데 원래 ‘안철수표 정치’의 진면목이 기교 같은 건 아니었다. 그는 새정치의 기대주였고, 미래가치를 상징하는 정치인이었다. 비록 내용이 모호하긴 했지만 그래도 뭔가 자신만의 가치를 내걸고 그것으로 평가받으려 했던 정치인이었다. 지금의 그에게선 불퇴전의 권력의지는 빛나지만 미래에 대한 부푼 희망에 불을 지피며 ‘안철수 현상’을 몰고 다녔던 혁신가의 면모는 찾아보기 어렵다.

문재인도, 안철수도 2002년의 ‘노무현 바람’, 2012년 초반의 ‘안철수 현상’처럼 대중의 열망을 담아낸 강력한 에너지를 내뿜지 못하고 있다. 그러다 보니 대선판이 미래를 열어갈 의제와 방책을 토론할 담론장의 기능을 잃어버렸다. 차가운 정치공학의 공기만 감돌 뿐, 가슴을 뛰게 하고 마음을 뒤흔드는 것이 잡히지 않는다. 문재인도, 안철수도 뜨겁던 촛불의 열기를 대선판에 제대로 담아내지 못하고 있다는 아쉬움을 떨칠 수 없다.

안철수의 대표적 슬로건은 ‘대신할 수 없는 미래, 안철수’다. 하지만 요즘의 그에게선 ‘문재인을 대신할 안철수’란 메시지만 뿜어져 나온다. 안철수 대안론이 아직 2% 부족한 이유다.

sk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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