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설위원 역시 홍준표와 박지원이 고수다. 영혼을 배제한 채 정치 테크닉 측면에서만 보자면 여의도 정치판에서 이들을 따를 인물이 없다. 야당의 주도권을 놓고 정치 고단자 두 사람이 맞대결을 펼치고 있으니 정치판을 씨름판 보듯 흥미진진하게 구경하는 이들에게 이만한 볼거리가 또 있을까. 홍준표는 급소를 찌르는 데 선수다. 그의 ‘2중대론’은 비수처럼 심장부를 파고든다. “당분간 정국은 민주당 본부중대와 제1중대(국민의당), 제2중대(바른정당), 제3중대(정의당)의 협치로 운영될 것이다.” 자유한국당을 뺀 나머지 정당에 모두 ‘사쿠라 정당’이란 올가미를 씌워버린다. 맹목적 편가르기요, 억지와 독선의 극치지만 싸움의 기술만은 탁월하다. 박지원은 상황 파악이 빠르고 예리하다. 김상조, 강경화, 김이수 세 후보자 모두 인사청문을 통과시켜 주자고 바람을 잡는다. 설마 박지원이 2중대 야당 하겠다고 작정이라도 한 걸까. 그럴 리 없다. 6일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국회선진화법을 그대로 두고, 고쳐야 할 수많은 현행 악법을 그대로 둔 채로 검찰, 국정원, 방송 개혁 등을 행정명령만으로도 순조롭게 추진할 수 있다고 청와대와 여당이 생각하고 있다면 큰 오산”이라며 8월까지 30여차례의 인사청문회가 있다는 점을 상기시켰다. 국민의당 협조 없이 정부가 순항할 수 없다는 점을 넌지시 경고한 거다. 실제 형편이 그렇다. 정국을 ‘84% 대통령 대 8% 야당의 대결’로만 바라본다면 야당이 백전백패겠지만 현실 정치가 그렇게 호락호락하지 않다. 자유한국당의 ‘묻지마 반대’는 이미 상수가 됐다. 이제 변수는 국민의당이다. 7~8일 인사청문회가 진행될 김이수 헌법재판소장 후보자도 국민의당이 죽기 살기로 반대하면 그걸로 끝이다. 국회에서 칼자루는 국민의당이 쥐고 있다. 국민의당 홈페이지에 들어가면 ‘절전지훈’(折箭之訓)이란 사자성어가 큼지막하게 적혀 있다. 가는 화살도 여러 개가 모이면 꺾기 힘들듯 여럿이 협력하면 어떤 어려움도 극복할 수 있다는 해설도 나온다. 일단 내부 단합을 제1의 과제로 삼았다는 얘기인데, 당의 진로를 둘러싼 내부 이견과 갈등이 그만큼 크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국민의당 앞엔 세 가지 선택지가 놓여 있다. 첫째, 정부·여당과 일사불란한 보조를 맞추며 ‘찬성 액셀러레이터’를 밟는 길이 있다. 연정이 무산된 마당에 국민의당이 선택하긴 어려운 항로다. 둘째, 정부·여당에 번번이 제동을 걸면서 ‘반대 브레이크 페달’을 밟을 수도 있다. 야당으로서 존재감을 키울 수 있겠지만 핵심 지지기반인 호남이 와르르 무너져내릴 위험이 상존한다. 셋째, 여론과 시류에 따라 전진과 후진 기어를 바꿔 넣으며 독자 행보를 하는 방법도 있다. 과거 자민련이 여당과 야당 사이에서 줄타기하며 이와 비슷한 경로를 걷다 결국 망하고 말았다. 당내 사정마저 복잡한 국민의당으로선 어떤 선택도 쉽지 않을 것이다. 중요한 건 ‘2중대 콤플렉스’에서 벗어나는 일이다. 어떤 결정을 내릴 때 그 판단 기준이 ‘정부 2중대’ 여부가 아니라 국민의 관점이어야 한다. 그래야 여론을 정확히 읽고 올바른 항로를 설정할 수 있다. 그러면 조만간 반드시 기회가 올 것이다. ‘콤플렉스는 트라우마의 아들’이다. 트라우마라고 부르는 ‘과거의 어떤 심리적 충격’이 켜켜이 쌓여 콤플렉스 덩어리로 응고되는 거다. 여당 2중대 노릇 한 적 없는 국민의당에 트라우마가 있을 리 없으니 ‘2중대 콤플렉스’는 허구일 뿐이다. 벗어던지면 그만이다. sky@hani.co.kr
사설 |
[아침햇발] ‘2중대 야당’ 콤플렉스 |
논설위원 역시 홍준표와 박지원이 고수다. 영혼을 배제한 채 정치 테크닉 측면에서만 보자면 여의도 정치판에서 이들을 따를 인물이 없다. 야당의 주도권을 놓고 정치 고단자 두 사람이 맞대결을 펼치고 있으니 정치판을 씨름판 보듯 흥미진진하게 구경하는 이들에게 이만한 볼거리가 또 있을까. 홍준표는 급소를 찌르는 데 선수다. 그의 ‘2중대론’은 비수처럼 심장부를 파고든다. “당분간 정국은 민주당 본부중대와 제1중대(국민의당), 제2중대(바른정당), 제3중대(정의당)의 협치로 운영될 것이다.” 자유한국당을 뺀 나머지 정당에 모두 ‘사쿠라 정당’이란 올가미를 씌워버린다. 맹목적 편가르기요, 억지와 독선의 극치지만 싸움의 기술만은 탁월하다. 박지원은 상황 파악이 빠르고 예리하다. 김상조, 강경화, 김이수 세 후보자 모두 인사청문을 통과시켜 주자고 바람을 잡는다. 설마 박지원이 2중대 야당 하겠다고 작정이라도 한 걸까. 그럴 리 없다. 6일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국회선진화법을 그대로 두고, 고쳐야 할 수많은 현행 악법을 그대로 둔 채로 검찰, 국정원, 방송 개혁 등을 행정명령만으로도 순조롭게 추진할 수 있다고 청와대와 여당이 생각하고 있다면 큰 오산”이라며 8월까지 30여차례의 인사청문회가 있다는 점을 상기시켰다. 국민의당 협조 없이 정부가 순항할 수 없다는 점을 넌지시 경고한 거다. 실제 형편이 그렇다. 정국을 ‘84% 대통령 대 8% 야당의 대결’로만 바라본다면 야당이 백전백패겠지만 현실 정치가 그렇게 호락호락하지 않다. 자유한국당의 ‘묻지마 반대’는 이미 상수가 됐다. 이제 변수는 국민의당이다. 7~8일 인사청문회가 진행될 김이수 헌법재판소장 후보자도 국민의당이 죽기 살기로 반대하면 그걸로 끝이다. 국회에서 칼자루는 국민의당이 쥐고 있다. 국민의당 홈페이지에 들어가면 ‘절전지훈’(折箭之訓)이란 사자성어가 큼지막하게 적혀 있다. 가는 화살도 여러 개가 모이면 꺾기 힘들듯 여럿이 협력하면 어떤 어려움도 극복할 수 있다는 해설도 나온다. 일단 내부 단합을 제1의 과제로 삼았다는 얘기인데, 당의 진로를 둘러싼 내부 이견과 갈등이 그만큼 크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국민의당 앞엔 세 가지 선택지가 놓여 있다. 첫째, 정부·여당과 일사불란한 보조를 맞추며 ‘찬성 액셀러레이터’를 밟는 길이 있다. 연정이 무산된 마당에 국민의당이 선택하긴 어려운 항로다. 둘째, 정부·여당에 번번이 제동을 걸면서 ‘반대 브레이크 페달’을 밟을 수도 있다. 야당으로서 존재감을 키울 수 있겠지만 핵심 지지기반인 호남이 와르르 무너져내릴 위험이 상존한다. 셋째, 여론과 시류에 따라 전진과 후진 기어를 바꿔 넣으며 독자 행보를 하는 방법도 있다. 과거 자민련이 여당과 야당 사이에서 줄타기하며 이와 비슷한 경로를 걷다 결국 망하고 말았다. 당내 사정마저 복잡한 국민의당으로선 어떤 선택도 쉽지 않을 것이다. 중요한 건 ‘2중대 콤플렉스’에서 벗어나는 일이다. 어떤 결정을 내릴 때 그 판단 기준이 ‘정부 2중대’ 여부가 아니라 국민의 관점이어야 한다. 그래야 여론을 정확히 읽고 올바른 항로를 설정할 수 있다. 그러면 조만간 반드시 기회가 올 것이다. ‘콤플렉스는 트라우마의 아들’이다. 트라우마라고 부르는 ‘과거의 어떤 심리적 충격’이 켜켜이 쌓여 콤플렉스 덩어리로 응고되는 거다. 여당 2중대 노릇 한 적 없는 국민의당에 트라우마가 있을 리 없으니 ‘2중대 콤플렉스’는 허구일 뿐이다. 벗어던지면 그만이다. sk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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