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설위원 2015년 12월21일 일본 후쿠시마현 후타바마치 지방정부는 상가 진입로를 가로질러 세운 간판 하나를 철거했다. 간판엔 ‘원자력은 밝은 미래의 에너지’라고 쓰여 있었다. 이 표어를 쓴 사람은 올해 마흔두 살인 오누마 유지다. 그는 후쿠시마 원전 7, 8호기 증설이 결정되던 초등학교 6학년 때 학교 숙제로 이 표어를 제출해 상을 받았다. 표어가 쓰인 간판은 그의 자랑거리였다. 2011년 3월 후쿠시마 원전 사고가 났다. 한때 도시로 나갔다가 29살 때 인구 7천명의 자그마한 이 소도시로 돌아와 있던 그도 출산을 앞둔 아내를 데리고 집을 등져야 했다. 마을은 방사능으로 짙게 오염됐다. 간혹 방호복을 입고 방문할 수는 있지만, 여전히 사람이 머물러 살기는 어렵다. 오누마는 자신이 그런 표어를 만들었다는 것이 못내 부끄러웠다. 잘못은 스스로 고쳐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는 아내와 함께 옛집에 들를 때마다 손팻말을 이용해 간판의 표어 내용을 고쳐보았다. 방사선 방호복을 입고, 간판 앞쪽에 서서 ‘밝은 미래’라는 글자를 ‘파멸’이라 쓴 손팻말로 가렸다. 그런 모습으로 아내가 찍어준 사진을 블로그를 통해 세상에 내보냈다. 이 일로 간판이 유명해지자, 지방정부는 철거하겠다고 나섰다. 간 나오토 전 총리를 비롯해 6천여명이 철거에 반대한다는 의견을 밝혔지만, 철거는 강행됐다.
칼럼 |
[아침햇발] 원자력은 ‘파멸’의 에너지 / 정남구 |
논설위원 2015년 12월21일 일본 후쿠시마현 후타바마치 지방정부는 상가 진입로를 가로질러 세운 간판 하나를 철거했다. 간판엔 ‘원자력은 밝은 미래의 에너지’라고 쓰여 있었다. 이 표어를 쓴 사람은 올해 마흔두 살인 오누마 유지다. 그는 후쿠시마 원전 7, 8호기 증설이 결정되던 초등학교 6학년 때 학교 숙제로 이 표어를 제출해 상을 받았다. 표어가 쓰인 간판은 그의 자랑거리였다. 2011년 3월 후쿠시마 원전 사고가 났다. 한때 도시로 나갔다가 29살 때 인구 7천명의 자그마한 이 소도시로 돌아와 있던 그도 출산을 앞둔 아내를 데리고 집을 등져야 했다. 마을은 방사능으로 짙게 오염됐다. 간혹 방호복을 입고 방문할 수는 있지만, 여전히 사람이 머물러 살기는 어렵다. 오누마는 자신이 그런 표어를 만들었다는 것이 못내 부끄러웠다. 잘못은 스스로 고쳐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는 아내와 함께 옛집에 들를 때마다 손팻말을 이용해 간판의 표어 내용을 고쳐보았다. 방사선 방호복을 입고, 간판 앞쪽에 서서 ‘밝은 미래’라는 글자를 ‘파멸’이라 쓴 손팻말로 가렸다. 그런 모습으로 아내가 찍어준 사진을 블로그를 통해 세상에 내보냈다. 이 일로 간판이 유명해지자, 지방정부는 철거하겠다고 나섰다. 간 나오토 전 총리를 비롯해 6천여명이 철거에 반대한다는 의견을 밝혔지만, 철거는 강행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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