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설위원 이 정도면 ‘자폭’ 수준이다. 북한 응원단이 응원도구로 사용한 가면을 ‘김일성 얼굴’이라 주장한 하태경 바른미래당 의원이 13일 <티비에스>(TBS) ‘김어준의 뉴스공장’에 나와 “통일부가 ‘미남 가면’이라 했다. 북한 최고 미남은 김일성이다. 따라서 그 가면은 ‘김일성 가면’”이라는 식의 논리를 폈다. ‘북한이 김일성 얼굴에 눈구멍 뚫을 수 있냐’는 물음엔 “제가 볼 때 김여정 지시”라 했다. ‘김일성을 어떻게 여자에게 수작 걸려고 휘파람 부는 사람으로 묘사할 수 있냐’고 하자 “김정은이 신세대 우상화를 위해, 하늘에 있던 김일성을 땅의 민중 속으로 들여보내는 실험을 북한 바깥에서 해본 것”이라고 했다. 스크립트를 읽어나가다, 계속 웃음이 터졌다. “김일성 가면이 아니라는 논리는 허접해요. 김일성 가면이 아니면 누구냐라는 걸 아무도 못 밝히고 있고, 그냥 미남이라고 하면 북한 최고 미남은 김일성인데, 그 논리를 어떻게 이깁니까?” 하태경이 방송에서 밝힌 자신의 논리다. ‘김흥국 개그’를 보는 듯하다. 1970년대에 초등학교를 다닐 때, <바른생활> 교과서에 실린 ‘북한 주민 실상’이란 컬러 삽화가 지금도 또렷하게 기억난다. 인민복 입은 뚱뚱한 노동당 간부가 채찍을 들고, 삐쩍 마른 주민들이 무거운 짐 지고 일하는 것을 감시하는 모습이다. 도시에서 자란 나는 주변에 산도 들도 없는데, ‘이른 아침 바지에 흙을 묻힌 채 산에서 내려오는 수상한 사람을 신고해 보상금 타라’고 배웠다. 그 무렵, 만화영화 <똘이장군>(1978)을 단체관람으로 보러 갔는데, 막판에 북한 주민들을 괴롭히던 ‘붉은 수령’(김일성)을 똘이장군이 때려잡는다. 그런데 가면이 벗겨지자 수령의 실체가 자그마한 돼지새끼라는 게 드러나면서 영화는 끝이 난다. 아무리 어려도, ‘이게 뭐야’라는 황당함에 이런 영화를 보러 왔다는 게 한없이 창피했다. 이후 만화영화를 끊었다. 중학교에 가니 <승공통일의 길>이란 교과목이 있었고, 고등학교 교련복에는 ‘멸공’이란 빨간 글씨가 박혀 있었다. 30~40년 전 이야기다.
만화영화 <똘이장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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