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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8.03.27 18:20 수정 : 2018.03.27 19:05

여현호
선임기자 겸 논설위원

1년 넘게 이어졌던 검찰의 적폐 수사가 이제 마무리를 향하고 있다. 박근혜 정권 사건들은 재판 중이고, 조사를 거부하는 이명박 전 대통령도 4월 중순에는 재판에 넘겨진다. 검찰 성추행 사건은 4월 중순, 강원랜드 채용비리 및 수사외압 사건도 이르면 다음달 안에 수사 결과를 발표할 것이라고 한다. 그 뒤에는 한참 ‘개점휴업’이겠다.

큰일 뒤에는 휴식과 함께 논공행상이 따르기 마련인가. 검찰은 이미 ‘청구서’를 내놓았다. 지난 13일 국회 사법개혁특위에서 문무일 검찰총장은 수사지휘권과 검사의 독점적 영장청구권은 그대로 유지해야 한다고 밝혔다. 수사권 조정에선 한치도 양보하지 않겠다는 얘기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는 격을 낮춰 검찰의 ‘작은집’쯤으로 삼겠다는 속내도 드러냈다. 이쯤 수사를 했으니 우리 말을 들어달라는 듯하다.

보상을 요구할 일인지는 의문이다. 검찰 수사가 어느 때보다 적극적이었고 성과도 컸지만, 공수처가 없는 마당에선 검찰의 당연한 책무다. 할 일을 한 것이 대가의 이유가 될 수는 없다.

더구나 사건의 상당수는 과거 검찰의 잘못을 바로잡는 것이었다. 국정원 사건이 그렇거니와, 이명박 수사도 마찬가지다. 2007년 뻔한 증거 앞에서도 ‘다스가 이명박 것이라고 볼 만한 뚜렷한 증거가 없다’던 검찰은, 10년 뒤 ‘다스는 이명박 것’이라는 증거와 증언을 무더기로 내놓았다. ‘그때는 안 되고 지금은 된’ 이유가 검찰 설명대로 “이제야 측근들이 진실을 털어놓았기 때문”일까. 그보다는 그때그때 달랐던 ‘검찰의 의지’에서 찾는 게 옳을 듯하다. 그렇게 권력에 맞춰 다른 춤을 춰온 검찰은 앞으로도 필요에 맞춰 자의적으로 칼을 휘두를 것이다. 보상이 아니라, 위험한 칼부터 단속해야 할 이유다.

검찰 스스로 그렇게 하리라고 기대하기는 어렵다. 권력이나 폭력은 ‘악마적 속성’을 갖기 마련이다. “권력과 그 수단으로서의 폭력에 몸담은 사람은 ‘악마적 힘’과 결탁한다”는 막스 베버의 통찰도 있는 터다. 국가권력의 핵심인 형벌권을 담당하는 검찰도 언제든지 권력에 취할 위험을 안고 있다. 더구나 한국 검찰은 기소권과 직접수사권에 더해, 유례를 찾기 어려울 정도로 폭넓은 수사지휘권까지 독점했다.

권력에 중독되면 사람이 바뀐다고 한다. 권력에 취하면 뇌의 특정 뉴런이 활성화되지 않는 등 뇌가 변하고 그 결과 공감능력이 떨어지거나 호르몬이 변화한다는 뇌과학의 연구 결과다. 검찰 조직이 그렇게 변질했음은, 잇따른 검사들의 수뢰와 독직, 추문, 만연한 수사 간섭과 외압 사건 따위로 이미 확인됐다. 과도한 권력 때문에 조직이 병들고 다쳤다면, 관행과 문화를 개선하는 ‘셀프 개혁’ 정도로는 치유될 수 없다. 과도한 권력부터 덜어내야 한다.

지난해 11월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공수처설치법 제정 관련 당정청회의’에서 조국 청와대 민정수석이 인사말을 하고 있다. 오른쪽부터 조국 민정수석, 박상기 법무부 장관, 우원식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이정우 선임기자 woo@hani.co.kr
검찰 권한의 분산·축소를 핵심으로 하는 검찰 개혁은 이제 시동을 걸었다. 검찰의 기세도 불법 대선자금 수사 뒤 개혁에 반발했던 2004년의 의기양양했던 그 검찰은 아니다. 무엇보다 지금은 검찰 주장을 무작정 편들기 어렵게 됐다. 자치경찰제 전면실시 등을 전제조건으로 내건 검찰 주장은 누가 봐도 ‘꼼수’다. 검찰 권한 축소가 곧바로 경찰 권력 비대화로 이어지는 ‘제로섬 게임’도 아니다. 사법통제는 검찰이 아니라 애초 법원의 일이다. ‘약촌오거리 택시기사 강도살인’ 사건에서 드러난 대로, 검찰의 수사지휘가 인권보호 기능을 해왔다고 말하기도 어렵다.

이번에도 검찰 개혁에 실패한다면 검찰은 더 깊은 수렁으로 빠지게 된다. 검찰의 개혁 순응이 절실하다.

yeop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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