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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8.04.10 17:56 수정 : 2018.04.10 19:02

김영희
논설위원

‘전쟁’이 시작될 기미다. 이런 표현 싫어하지만, 사실이다. 11일 교육부가 국가교육회의에 2022학년도 대입개편안을 넘기면, 수능 절대평가 범위와 학종(학생부종합전형) 재편 등 온갖 입시제도 쟁점이 ‘판도라의 상자’처럼 튀어나올 것이다. 지난해엔 1년 유예라도 했지 이번엔 그러기도 어렵다. 최종 결정은 8월이지만, 지방선거를 끼고 교육 당사자와 관계자는 물론 정치권까지 가세해 사생결단식 힘겨루기가 될 가능성이 높다.

교육부 차관의 전화 사건 파장은 그 전조였다. 시기와 방식의 부적절함은 두말할 나위 없지만 몇몇 대학의 학종 비중이 지나치게 높은 사실은 분명하다. 올해 고3의 경우 전국 4년제 대학의 학종 비중은 24.3%인데 상위권 10개 대학은 47.9%다. 정시를 늘린다 해도 매해 수시 미달을 정시로 넘겼던 규모를 벗어나지 않는다. 그런데도 논란이 더욱 커진 건, 이 사안이 장기적 대입개편의 전초전으로 받아들여지며 ‘수능 대 학종’이란 프레임으로 변질됐기 때문이다. 사법시험 존치 모임이던 공정사회를 위한 국민모임은 학종 아웃, 정시 확대, 수능최저 유지의 선봉에 섰다. 사교육 걱정없는 세상은 교육부와 학종 폐지를 제안한 더불어민주당 더미래연구소를 비판하는 기자회견을 청와대 앞에서 열었다.

큰아들에 이어 올해 초 작은아들의 입시를 치르며 불과 몇년 새 얼마나 정시 문이 좁아졌는지 절감했다. 서울 강남에선 한 반의 절반이 재수를 하고, 재수생 대부분이 정시임을 고려하면 고3에겐 말 그대로 ‘바늘구멍’이다. 수능이 공정하다는 게 아니다. 일반적 인식과 달리, 수능에서 부모 소득이나 사교육 영향이 더 크다는 연구는 수두룩하다. 지역균형선발까지 넣어 과장된 측면이 있지만, 학종에서 일반고 비율이 높은 것도 사실이다. 무엇보다 교실 현장이 바뀌기 시작한 점은 소중한 성과다. 다만 그 변화가 아직 부족한 상황에서, 수능만 선택할 수밖에 없는 학생들에게도 적정한 기회는 줘야 하지 않냐는 것이다.

돌아보면 ‘학교교육 정상화’ 취지를 내걸지 않은 입시제도가 있었던가 싶다. 학력고사 부담과 점수 줄세우기 폐해에 수시와 수능이 도입됐고, 잠재력까지 보자며 입학사정관제가 등장했고, 부담을 덜어주는 ‘간소화’를 하겠다며 학종으로 이어졌다. 문제는 특정 제도가 긍정적 효과를 내기 전에 학부모 집단, 특히 중산층 이상의 대응전략이 더 신속하고 압도적이라 이들에게 유리한 제도로 변질됐다는 점이다. 이들을 이기적이라 비난할 수도 없다. 은행 채용비리에서 다시 확인됐듯, 학벌이 정규직/비정규직, 대기업/중소기업을 가르며 노동(시장)에서의 순위가 대학 입학 순간 정해지는 사회다. 전문성을 길러줘야 할 대학은 뽑기 경쟁만 하지 가르치기 경쟁은 하지 않는다. 고교 학력수준이 개인의 지적 능력과 무관할 순 없지만, 그 격차가 계급을 결정할 정도냐는 또다른 문제다.

사단법인 ‘다른백년’이 최근 펴낸 <한국보고서>에서 조상식 동국대 교수는 이런 현실에 ‘저강도’ 교육정책을 제안했다. 과열된 교육정책을 ‘쿨다운’시키고 “노동시장 효율화, 임금격차 문제, 자격증 제도 현실화 등 교육을 둘러싼 부문을 개혁하는 우회적 방식”이다. 어렵지만 수십년간 도돌이표 논란을 생각하면 근본적인 방법이다. 덧붙여, 난 전형유형별로 경쟁 완화책을 추진하되 과도기 방안으론 비중을 비슷하게 유지해야 한다고 본다. 어느 한쪽에 올인하는 건 부작용이 너무 크기 때문이다. 조희연 서울시교육감도 주요 15개대의 학종 비율을 3분의 1 이하로 두는 공적 규제를 제안한 바 있다. 지금은 특정 제도에 대한 신화나 선악 논리를 버려야 할 때다.

dor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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