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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8.09.20 19:18 수정 : 2018.09.21 11:17

신승근

논설위원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서명한 ‘9월 평양공동선언’에 대한 자유한국당 윤영석 수석대변인의 공식 논평은 인색했다. “공허한 선언일 뿐이다. 지난 1, 2차 회담에서 한발짝도 나가지 못했다.” 당 지도부는 더 날을 세웠다. “북한이 고수해온 살라미 전술을 받아들인 선언에 불과하다.”(김성태 원내대표) “국방의 눈을 빼버리는 합의다.”(김병준 비대위원장) 북한 비핵화의 실질적 진전은 없고, 군사분야 합의서로 군사력만 약화했다는 비판이다.

정말 공허한 건 자유한국당이다. 2007년 10월 평양 정상회담도 지금처럼 뜨거웠다. 하지만 모든 게 깜깜이였다. 당시 남쪽 수행단은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노무현 대통령을 직접 영접할지, 언제 정상회담을 할 수 있을지조차 노심초사했다. 2018년 9월 평양은 달랐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부인 리설주 여사와 함께 문재인 대통령 부부를 영접했다. 평양 시내를 함께 카퍼레이드하며 달렸고, 오찬·만찬과 백두산 등정 일정도 미리 알렸다. 19일 밤 5·1경기장에서 문 대통령은 15만 평양 시민 앞에서 김 위원장의 핵무기 없는 한반도 확약, 70년 적대행위 중단 약속을 역설했다. 평양 시민은 환호했다. 변화된 평양, 달라진 북한을 상징하는 역사가 펼쳐졌는데, 자유한국당은 이런 변화엔 눈을 감는다.

한발짝도 나가지 못한 것도 자유한국당이다. 2007년 노 대통령과 김 국방위원장의 정상회담은 진통을 거듭했다. 노 대통령이 “이렇게 하면 점심 먹고 짐 싸서 (서울로) 가야 할지 모르겠다”고 할 정도였다. 2018년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초라하다”며 스스로를 낮춘다. “조선반도를 핵무기도 핵위협도 없는 평화의 땅으로 만들기 위해 적극 노력해 나가기로 확약했다”고 공언했다. 관계국 검증하에 동창리 시험장 영구 폐기, 미국이 상응하는 조처를 하면 영변 핵시설 영구 폐기와 같은 추가 조처 지속 뜻도 평양선언에 명시했다. 여러 발짝 나갔는데 “북한은 단물을 다 챙겼지만 비핵화의 실질적 조치에 대해선 아무것도 받아들인 게 없다”고 비판한다. 모두 비핵화를 원한다. 하지만 패전국을 상대로 항복을 요구하는 게 아닌 한 북한이 내준 만큼 미국도 양보하며 거래해야 한다. ‘비핵화 먼저 하고 미국의 시혜를 기다리라’는 요구는 판을 깨자는 것이다.

정작 실패한 건 자유한국당이다. 2007년 10·4 선언 당시 한나라당은 “북핵은 외면한 엔엘엘(NLL) 포기 선언”이라 공격했다. 남북이 일체의 적대행위를 중단하기로 한 이번 군사분야 합의서에 대해 자유한국당은 “일방적 무장해제”라고 비난한다. 하지만 북핵이 고도화된 것은 이명박·박근혜 정부 9년 동안의 일이다. 안보가 튼튼했고 외교에 유능했던 것도 아니다. 연평도 포격, 노크귀순 사건 등이 발생했다. 금강산 관광 중단, 개성공단 폐쇄로 대응했지만 북한을 억제할 주체적 힘도, 북-미 관계를 중재할 지렛대도 상실했다.

모두 변하는데 자유한국당만 고립된 섬처럼 11년 전 인식에 머물고 있는 듯하다. 문 대통령을 향해 “평양에서 점심으로 무엇을 드셨는지 모르지만 심각한 오류에 빠졌다”며 평양선언 무력화를 공언한다. 정부가 협상을 잘하도록 비판해야 한다. 그러나 반대를 위한 반대, 딴죽걸기로 한반도 평화를 담보할 수는 없다. 수구정당의 이미지만 선명해질 뿐이다. 자유한국당이 진정한 보수라면 이젠 미국도 성의를 보이라고 외쳐야 한다. 광화문광장에서 김정은 위원장이 카퍼레이드를 펼치고 국회에서 연설하도록 부추겨야 한다. 일상처럼 남북 정상이 오간다면 비핵화도 평화도 일상이 될 수 있다는 상상력을 발휘해야 한다. skshi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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