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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8.10.18 18:41 수정 : 2018.10.18 21:12

신승근
논설위원

‘나 지금 뭐래니 나도 몰라/ 너 조금 놀랬지 미안해 사과/ 나 내일 일어나면/ 후회할 거 알아도/ 질러 보려 해 해 해 해.’

한때 음원차트를 휩쓸던 가수 산이와 매드클라운의 발라드 랩 ‘못 먹는 감’을 듣다가 문득 이들이 자유한국당을 조롱하는 게 아니냐는 착각에 빠졌다. 일방적 사랑 고백을 담은 노랫말과 힙합 비트가 중독성 있다. 딸의 애청곡이라 가끔 함께 듣는다. ‘아 몰라 못 먹는 감/ 걍 그림의 그림의 떡.’ 요즘 자유한국당의 보수 대통합 드라이브가 딱 이런 모양새 같다.

‘보수집단 전체에 있어 자유한국당의 중심성 강화’를 통한 보수 단일대오 형성이 목표다. 문재인 정부를 견제하기 위해선 누구든 뭉쳐야 한다는 게 대의명분이다. 실현 가능성은 작아 보인다. 이미 항로를 이탈해 ‘산으로’ 가고 있기 때문이다.

박근혜 파면, 대통령 선거와 6·13 지방선거 참패로 존폐 위기에 몰린 자유한국당은 지난 7월 ‘김병준 비대위’를 출범시켰다. 쇄신과 보수 가치 재정립을 약속했다. 석달이 지났지만, 공허한 개념어만 난무한다. 자유·민주·공정·포용을 당의 4대 가치로 제시한 게 고작이다. 인적 청산은 눙치고 가는 분위기다. 김병준 비대위는 전원책 변호사를 비롯해 외부인사 4명을 포함한 조직강화특위를 믿어보라 한다. 253곳 당협위원장 사퇴서를 받아놨다. 하지만 전 변호사를 내세워 인적 청산의 시늉만 한다는 의심이 많다. 홍준표·김무성 전 대표를 전당대회에 못 나오게 하겠다고 으름장도 놓는다. 그런데 홍 전 대표는 당 지지율 하락 등을 제시하며 당 밖의 인사를 데려와 당을 손보려 하는 건 자정기능을 상실한 징표라며, 되레 김병준 비대위와 전원책 조강특위를 조롱한다.

김병준 비대위원장과 김용태 사무총장 등 자유한국당 지도부가 국회에서 기자간담회를 하고 있다. 김경호 선임기자 jijae@hani.co.kr
김병준 비대위는 이미 쇄신과 청산보다는 영입과 확장에 무게 중심이 쏠렸다. 김 위원장, 전 변호사, 김용태 사무총장이 요즘 주거니 받거니 보수 대통합 이슈를 끌고 간다. 영입과 확장을 위해 여기저기 들쑤신다. 그런데 반발과 역풍만 드세다. 바른미래당과의 연대·합당론이 대표적이다. 바른미래당 쪽은 “뭉쳐야 사는 것이 아니라, 지난날에 대한 철저한 반성과 성찰만이 보수가 살길”이라고 되받았다. 별로 틀린 말이 없다.

황교안 전 총리, 원희룡 제주지사 영입설도 흘렸다. 원 지사는 입당할 이유가 없다고 했다. 황 전 총리는 저울질이 한창인 듯하다. 입지가 좁아진 친박 인사를 넘어 김 위원장까지 입당을 권유하니, 손해 볼 게 없다. 하지만 확답하지 않는다. 움직일 때인지, 확신이 안 섰을 것이다.

자유한국당은 급기야 태극기부대까지 끌어안자고 한다. 전원책 변호사는 태극기부대는 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한 가장 열렬한 지지자로, 극우라는 표현을 써선 안 된다고 했다. 박근혜를 변호하지 않은 이를 비겁하다고 비판했다. 퇴행 우려에 김병준 위원장은 “자유한국당 중심성 강화에는 네트워킹의 의미도 들어 있다”는 모호한 표현을 동원한다. 태극기부대와의 물리적 통합에 대한 반발을 무마하면서도, 네트워킹이란 단어에 그 필요성을 담은 것이다.

이합집산은 정치적 자유다. 하지만 어떻게 포장하든, 현재까지 김병준 비대위의 보수 대통합의 본질은 퇴행이다. 황 전 총리가 입당하고, 조원진 대한애국당 의원과 손잡고 태극기부대와 네트워킹을 강화하는 게 바로 ‘도로 박근혜당’이다. 헌법질서를 부정하고 탄핵을 부정한 세력과 한배를 탄다는 냉소도 커질 것이다. 정치는 민심의 바다에서 노를 젓는 배와 같다. 한번 침몰한 배를 다시 침몰시키는 건 정말 어리석은 선장이다.

skshi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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