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설위원 지난주 오스트레일리아(호주) 정부의 초청을 받아 ‘한국-호주 안보 포럼’에 참석했다. 수도 캔버라와 시드니를 돌면서 외무부 관리들을 비롯해 정책 자문 연구소 사람들, 외교 전문가, 기업인들을 만나 대화했다. 서울에서 비행기로 10시간 거리에 있는 남반구 나라에서 본 아시아의 모습은 서울에서 보던 모습과는 조금 달랐다. 지난해 호주는 14년 만에 ‘외교 백서’를 발간했다. 오랜 공백기를 거쳐 낸 외교 백서에서 호주 정부가 앞세운 말이 ‘인도-태평양’이다. 호주에 있는 동안 그곳 전문가들에게서 가장 많이 들은 말도 ‘인도-태평양’이었다. 바야흐로 인도-태평양 시대가 막을 올렸다는 느낌을 떨치기 어려웠다. 호주가 ‘인도-태평양’이라는 말을 강조하는 것은 오랜 세월 태평양에 고정돼 있던 시선을 인도양으로까지 넓히려는 의지의 반영이라고 할 수 있다. 전략 변화의 핵심에 있는 것은 인도다. 미국과 중국의 패권 경쟁 국면에서 인도가 세력 균형의 한 축이 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다. 중국의 경제성장률이 하락 추세인 것과 달리, 인도는 중국을 제치고 연 7%대의 성장률을 기록하고 있다. 경제 규모도 세계 5위권이다. 급속한 인구 증가와 높은 경제 발전 속도로 볼 때 인도는 20년 안에 중국에 버금가는 경제 대국으로 성장할 가능성이 크다. 호주의 시야 확대는 우리에게도 시사하는 바가 적지 않다. 호주는 미국과 전통적으로 강력한 동맹관계를 유지해왔다. 동시에 중국과는 최대의 교역관계를 맺고 있다. 호주 대외 교역의 30% 이상을 중국이 차지하고 있다. 군사·정치적으로는 미국과 결속돼 있지만, 경제적으로는 중국에 매여 있는 것이다. 두 나라와 모두 잘 지내야 하는 호주에 미-중 갈등은 적잖은 불안 요인이 되고 있다. 특히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등장한 이후 미국의 일방주의가 국제질서를 교란하는 것에 호주 정부는 실망감을 감추지 않는다. 여기에 더해 시진핑 시대의 중국이 역내 강자로서 지나치게 힘을 자랑한다는 걱정도 커가고 있다. 호주가 ‘인도-태평양 전략’과 함께 ‘규칙 기반 질서’를 강조하는 데는 이런 사정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초강대국들이 국제 규범을 어지럽히려고 할 때, 다소 힘이 약한 나라들이 공동으로 연대해 규칙에 기반을 둔 질서를 지켜내는 것이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중견 국가인 호주가 국력이 엇비슷한 한국에 손짓을 하며 보조를 맞추자고 제안하는 이유 가운데 하나가 여기에 있다고 할 수 있다.
개러스 에번스 국립호주대 총장. 1988~1996년 호주 외무장관을 지낸 에번스 총장은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 정착에 한국 정부의 역할이 중요하다며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를 앞에서 끌고 나가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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