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9.09.26 17:32
수정 : 2019.09.26 20:26
김영배
논설위원
‘조국 법무부 장관 논란’에서 핵심 쟁점 중 하나는 이른바 ‘조국 펀드’의 실제 주인이 누구냐 하는 점이다. 이걸 가려내는 일이 그렇게나 어렵고 중요한 문제일까?
‘코링크프라이빗에쿼티’라는 사모펀드 운영회사 또한 일종의 주식회사이고 주주명부에 주인이 드러나 있다. 문제는 명부상의 주인을 ‘실제’ 주인으로 볼 수 없다는 검찰·언론의 관점이 실소유자 논란을 일으키고 있다는 점이다. 실소유자 사안의 중함은 그 자체보다는 사모펀드에 얽힌 불법·부당 행위를 기획·실행한 책임 문제로 번지는 출발점일 수 있다는 데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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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국 법무부 장관이 26일 오후 국회 본회의장에서 열린 정치 분야 대정부질문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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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링크 설립 시기는 2016년 2월이며, 당시 자본금 1억원 중 8500만원이 자동차 부품회사 ‘익성’에서 나온 것으로 <한겨레> 취재에서 확인됐다. 그로부터 한달 뒤 코링크의 덩치를 키우는 유상증자가 이뤄지고, 이 과정에서 조국 장관의 5촌 조카인 조아무개씨 자금 2억5천만원이 들어왔다. 이 자금의 원천이, 조 장관의 부인 정경심 동양대 교수가 조씨 부인에게 빌려준 5억원이었다고 한다. 나라를 뒤흔든 사달과 연결된 지점이다.
검찰발 언론 기사들은 대개 코링크의 실제 주인을 정경심 교수로 그리고 있다. 코링크의 주주 구성과 핵심 투자자가 바뀌는 변화 속에서도 5촌 조카는 끝까지 남아 있고 위상을 높여갔다는 사실에 기대고 있는 관점이다. 자금의 뿌리로 보아 실제 주인은 정 교수 아니냐는 것이다.
코링크는 ‘조국 펀드’라는 시각의 대척점에 ‘익성 중심론’이 있다. 익성 회장(이봉직)의 비공식 자금 40억원이 코링크 운영의 네 갈래 펀드 중 하나인 ‘레드코어’로 투자됐다가 익성으로 돌아갔다는 증언이 나와 있다. 익성이라는 회사의 업종·업태로 보아 사모펀드의 구도를 그리고 실행할 역량을 지닌 것으로 여겨질 법하지 않으냐는 분석이 여기에 덧붙는다.
출처 불명의 검찰발 기사들이 쏟아지는 와중에 물증에 바탕을 둔 보도 두 건이 눈길을 끌었다. <한겨레>의 ‘녹취록’ 기사와, <헤럴드경제>의 ‘익성 투자자 모집 설명서’ 관련 내용이다. 코링크 설립 직전 연도인 2015년에 벌어진 일을 담고 있으며 익성과 코링크의 관련성을 보여준다. 녹취록에선 익성의 부사장이 이 회장의 코링크 설립 지시를 조 장관의 5촌 조카에게 전하는 내용이다. 투자설명서는 익성의 공동창업자 남아무개씨 지분을 팔아주려는 목적에서 기획된 것이었고, 이 목적은 이듬해 ‘레드코어’ 펀드를 통해 달성됐다. 코링크를 처음 주도한 게 익성이었다고 해서 현재 주인도 익성이라 할 수는 없지만 조 장관 일가를 중심에 둔 검찰발 기사들의 전제와 구도를 의심해볼 단서로 삼을 수는 있다.
지금은 단편적으로나마 코링크에 대해 알려진 내용이 적지 않아 어느 정도 짐작되는 바가 있지만 한두달 전으로 거슬러 올라가면 앞이 안 보이는 안갯속이나 마찬가지였다. 그 와중에 음습한 이미지의 사모펀드가 등장하고, 여기를 통해 흘러간 돈이 주가조작에 동원된 듯하고, 허위공시 흔적도 보이고, 우회상장 시도가 있었고, 펀드 투자자 중에 고위 공직자의 가족이 섞여 있는 걸 봤다면 어땠을까? 권력형 ‘금융 거악’과 연결돼 있을 것이라고 의심해볼 만하지 않았을까? 어쩌면 코링크에 대해 검찰·언론이 갖고 있었던 초기의 감이나 촉에 따른 판단이 이런 것은 아니었을까? 만일 그렇다면 ‘오독’에서 출발해 너무 멀리 와버린 셈인데, 되돌릴 수 없게 되자 ‘오도’까지 하게 될 위험성은 없는 것일까?
일반인들에게는 여전히 낯선 사모펀드가 국내에도 이미 많이 퍼져 전문 운용사 186곳에 시장 규모가 380조원(6월 말)에 이르고 있다. 공모펀드보다 큰 시장이다. 코링크도 이 시장의 일부인데, 여느 펀드들과 다른 점이 있다. 100억원 정도 규모의 펀드 설정 때는 대개 기관투자자를 본류로 삼는 데 견줘 코링크에서는 개인 돈이 주류다. 이 경우 애초부터 확실한 타깃(먹잇감)을 상정하고 있었고, 불법·부당 행위에 얽힐 개연성이 높다고 한다. 문제는 그런 행위를 설계하고 주도한 이가 누구냐에 따라 사건의 성격이 ‘증권 잡범’이거나 ‘권력형 범죄’로 극명하게 갈릴 수 있다는 점이다. 진술보다는 증거에 따른 엄정한 판단이 필요한 까닭이다. 증거의 핵심은 돈(자금 흐름)과 문서다.
kimyb@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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