탐사에디터 김태우, 신재민, 손혜원에 이르기까지 최근 언론들이 대서특필했던 일련의 인물과 사건들은 어느 정도 과대포장된 측면이 있다. 시간이 지나 다른 이슈가 생기자 금세 사라지는 휘발성 이슈라는 사실이 드러나고 있다. 미디어 환경이 많이 변했다고 해도, 떼로 몰려들어 물어뜯는 하이에나 저널리즘이 여전히 위력적이라는 걸 실감하지 않을 수 없었다. 더불어민주당과 그 지지자들은 억울해한다. 민주당에만 잣대가 가혹하다고 생각한다. 실제로 손혜원 의원이 자유한국당 소속이었다면 탈당까지 해야 할 필요는 없었을 것이다. 예를 들어 채용비리 혐의로 기소된 권성동·염동열 자유한국당 의원의 경우는 어떤가. 강원랜드 채용비리는 온 국민의 분노를 산 사건이었는데도 두 의원을 비난하는 목소리는 크지 않았다. 더구나 기소와 동시에 당원권 정지라는 징계를 받았던 두 의원은 최근 당이 윤리위원회 규정을 완화해주면서 징계가 풀렸다. 그런데 언론은 조용하다. 이것도 언론이 자유한국당을 편들기 때문일까. 그렇게만 보는 건 표피적인 인식이라고 생각한다. 이런 현상의 바탕에는 국민들이 이들에게서 도덕성을 구하지 않는 현실이 존재한다. 현 집권세력에 더 가혹한 도덕적 기준이 요구되는 데는 역사적인 배경이 있다. 과거 독재정부 세력의 부정과 부패를 비판하며 성장해왔기 때문에 스스로 자그마한 흠집이라도 생기면 쉽게 공격 대상이 된다. 단순히 보수-진보의 기울어진 운동장 탓만이 아니라 그들이 과거에 했던 말과 행동의 결과라고 보는 게 더 본질적인 설명이라고 생각한다. 이런 차이 때문인지 한국당은 매사에 거리낌이 없고 자신만만한 반면, 민주당은 뭔가에 짓눌린 듯 이런저런 눈치를 살핀다. 여전히 목소리 큰 사람이 이기는 한국 정치에서 민주당은 한국당에 비해 늘 손해를 보는 느낌이다. 김경수 경남지사 법정구속을 계기로 민주당은 성창호 판사를 사법농단 판사 탄핵 명단에 넣으려다 포기한 모양새지만, 한국당은 국가기관을 동원한 여론조작이라는 자신들의 과거를 잊은 듯 대선불복 선언이라도 할 태세다. 한국당의 이런 ‘내로남불’ 행태 역시 지지자들이 용인하기에 가능한 것이다. 비선 실세가 국정을 좌지우지하다 대통령이 탄핵까지 당했어도 다시 지지율이 30%에 육박할 수 있는 이유가 여기 있다. 두 당의 행동 양식 차이는 건국 이래 줄곧 이 사회를 지배해온 세력과 이제 세번째 행정부 권력을 차지했을 뿐인 세력 사이의 불균형이라고도 할 수 있지만, 그 밑바탕엔 지지세력의 자기비판 전통 유무가 자리잡고 있다.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이 말했듯이 현 집권세력한테 비판은 숙명이다. 더구나 스스로 택한 도덕성 선명 경쟁의 후과라면 감수할 수밖에 없다. 오히려 이런 비판들이 더 큰 비리와 부조리를 막을 수 있는 예방주사 노릇을 한다고 생각하는 게 좋다. 문제는 백신을 몸에 대한 공격으로 받아들여 과잉반응하는 것이다. 비유하자면, 백신 주사 자체를 거부하거나 지나치게 많은 항체를 만들어내어 몸을 파괴하고 있는 건 아닌지. 비판적 보도에 대해 우린 그런 디엔에이가 없다고 알레르기적 반응을 보이거나 보수의 비판이 두려워 정책적으로 끌려다니는 것이 여기 해당하지 않을까. 소득주도성장론의 전면 후퇴나 용두사미가 된 재정개혁특위, 예타 면제 논란 같은 걸 보면 백신의 부작용이 이미 시작된 것 아닌가 싶을 정도다. 문재인 대통령이 신년사에서 강조한 “경제정책의 기조와 큰 틀을 바꾸는 일”과 실제 정책의 괴리가 너무 커서 혼란스럽다. 진짜 위기는 비판의 과잉이 아니라 개혁의 퇴보에서 온다. san@hani.co.kr
칼럼 |
[편집국에서] 도덕성 백신 활용법 / 이재성 |
탐사에디터 김태우, 신재민, 손혜원에 이르기까지 최근 언론들이 대서특필했던 일련의 인물과 사건들은 어느 정도 과대포장된 측면이 있다. 시간이 지나 다른 이슈가 생기자 금세 사라지는 휘발성 이슈라는 사실이 드러나고 있다. 미디어 환경이 많이 변했다고 해도, 떼로 몰려들어 물어뜯는 하이에나 저널리즘이 여전히 위력적이라는 걸 실감하지 않을 수 없었다. 더불어민주당과 그 지지자들은 억울해한다. 민주당에만 잣대가 가혹하다고 생각한다. 실제로 손혜원 의원이 자유한국당 소속이었다면 탈당까지 해야 할 필요는 없었을 것이다. 예를 들어 채용비리 혐의로 기소된 권성동·염동열 자유한국당 의원의 경우는 어떤가. 강원랜드 채용비리는 온 국민의 분노를 산 사건이었는데도 두 의원을 비난하는 목소리는 크지 않았다. 더구나 기소와 동시에 당원권 정지라는 징계를 받았던 두 의원은 최근 당이 윤리위원회 규정을 완화해주면서 징계가 풀렸다. 그런데 언론은 조용하다. 이것도 언론이 자유한국당을 편들기 때문일까. 그렇게만 보는 건 표피적인 인식이라고 생각한다. 이런 현상의 바탕에는 국민들이 이들에게서 도덕성을 구하지 않는 현실이 존재한다. 현 집권세력에 더 가혹한 도덕적 기준이 요구되는 데는 역사적인 배경이 있다. 과거 독재정부 세력의 부정과 부패를 비판하며 성장해왔기 때문에 스스로 자그마한 흠집이라도 생기면 쉽게 공격 대상이 된다. 단순히 보수-진보의 기울어진 운동장 탓만이 아니라 그들이 과거에 했던 말과 행동의 결과라고 보는 게 더 본질적인 설명이라고 생각한다. 이런 차이 때문인지 한국당은 매사에 거리낌이 없고 자신만만한 반면, 민주당은 뭔가에 짓눌린 듯 이런저런 눈치를 살핀다. 여전히 목소리 큰 사람이 이기는 한국 정치에서 민주당은 한국당에 비해 늘 손해를 보는 느낌이다. 김경수 경남지사 법정구속을 계기로 민주당은 성창호 판사를 사법농단 판사 탄핵 명단에 넣으려다 포기한 모양새지만, 한국당은 국가기관을 동원한 여론조작이라는 자신들의 과거를 잊은 듯 대선불복 선언이라도 할 태세다. 한국당의 이런 ‘내로남불’ 행태 역시 지지자들이 용인하기에 가능한 것이다. 비선 실세가 국정을 좌지우지하다 대통령이 탄핵까지 당했어도 다시 지지율이 30%에 육박할 수 있는 이유가 여기 있다. 두 당의 행동 양식 차이는 건국 이래 줄곧 이 사회를 지배해온 세력과 이제 세번째 행정부 권력을 차지했을 뿐인 세력 사이의 불균형이라고도 할 수 있지만, 그 밑바탕엔 지지세력의 자기비판 전통 유무가 자리잡고 있다.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이 말했듯이 현 집권세력한테 비판은 숙명이다. 더구나 스스로 택한 도덕성 선명 경쟁의 후과라면 감수할 수밖에 없다. 오히려 이런 비판들이 더 큰 비리와 부조리를 막을 수 있는 예방주사 노릇을 한다고 생각하는 게 좋다. 문제는 백신을 몸에 대한 공격으로 받아들여 과잉반응하는 것이다. 비유하자면, 백신 주사 자체를 거부하거나 지나치게 많은 항체를 만들어내어 몸을 파괴하고 있는 건 아닌지. 비판적 보도에 대해 우린 그런 디엔에이가 없다고 알레르기적 반응을 보이거나 보수의 비판이 두려워 정책적으로 끌려다니는 것이 여기 해당하지 않을까. 소득주도성장론의 전면 후퇴나 용두사미가 된 재정개혁특위, 예타 면제 논란 같은 걸 보면 백신의 부작용이 이미 시작된 것 아닌가 싶을 정도다. 문재인 대통령이 신년사에서 강조한 “경제정책의 기조와 큰 틀을 바꾸는 일”과 실제 정책의 괴리가 너무 커서 혼란스럽다. 진짜 위기는 비판의 과잉이 아니라 개혁의 퇴보에서 온다. sa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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