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9.02.24 18:26
수정 : 2019.04.11 17:40
김규원
전국에디터
지난 1월21일 서울시가 내놓은 광화문광장 재구조화안이 여러 논란 끝에 잠잠해졌다. 서울시는 발표된 설계공모 당선작을 바탕으로 각계의 의견을 들어 올해 말까지 실시설계안을 확정할 계획이다. 아주 늦기 전에 몇가지 희망을 이야기하고 싶다.
첫째, 광화문광장 재구조화는 이번에 꼭 하면 좋겠다. 2009년 오세훈 시장 시절에 만든 광화문광장이 너무나 조악하기 때문이다. 광장 전체가 차도에 둘러싸여 있고, 특히 동서쪽 차도는 왕복 10차로에 이른다. 광장이 아니라 교통섬이다. 이 때문에 시민들이 접근하기 불편하고 위험하며, 늘 승용차 매연에 둘러싸여 있고, 자유롭고 평화로운 활동도 어렵다. 이탈리아 시에나의 캄포광장이나 벨기에 브뤼셀의 그랑 플라스에서 보듯 가장 좋은 광장은 차도가 아니라 건물에 둘러싸여 있다.
둘째, 처음에 승효상 국가건축정책위원장이 제안했고 현재 서울시에서 채택한 세종문화회관 쪽의 ‘편측(한쪽) 광장’으로는 만들지 않으면 좋겠다. 현재 세종로 동쪽엔 대한민국역사박물관과 케이티, 교보문고가 있고, 그 뒤는 상업·업무 지역이어서 유동 인구가 세종로 서쪽보다 훨씬 더 많다. 또 머잖아 동쪽의 의정부터와 미국대사관 건물도 모두 시민 품으로 돌아온다. 이런 사정을 고려하면 세종로 서쪽에만 광장을 만들고 동쪽으로는 차도만 내는 계획은 매우 불합리하다.
편측 광장보다는 한가운데 4~6차로 정도의 좁은 차도를 두고, 세종문화회관과 대한민국역사박물관 양쪽으로 너비 40m의 널찍한 두개의 광장을 조성하는 편이 더 낫다. 이렇게 하면 대한민국 제1의 길인 세종로가 좌우의 공간적 균형을 갖추고, 광장과 주변 건물·지역의 연결성을 극대화하며, 시민들이 광장에 가기 위해 굳이 차도를 건널 필요도 없다. 이를테면 프랑스 파리의 샹젤리제 거리와 같은 공간이 된다.
셋째, 논란이 된 이순신 장군 동상은 그냥 그 자리에 두면 좋겠다. 사실 이순신 동상은 문제점이 많아 이미 박정희 대통령 시절에 새로 만들기로 결정한 일도 있었다. 그러나 숱한 문제점이 있음에도 이제 이 동상을 다른 곳으로 옮기기는 어려울 것 같다. 너무 오랫동안 그 자리에 있었기 때문에 이미 광화문 앞의 랜드마크이자 수호신이 됐다. 이순신 동상이 없는 광화문 네거리는 넬슨 동상이 없는 트라팔가광장과 같을 것이다.
다만, 2009년 만들어진 세종대왕 동상은 다른 곳으로 완전히 옮기길 바란다. 가로, 세로, 높이 모두 10m가량인 이 거대한 동상은 그동안 많은 시민들에게 흉물로 인식됐다. 광화문과 경복궁, 백악(북악)의 풍경을 가리고, 광장을 남북으로 두 동강 내기 때문이다. 거대한 세종대왕 동상은 낮은 자세로 백성에게 다가간 세종의 이미지와도 맞지 않는다.
넷째, 광장을 조성하면서 세종로의 차량 통행을 과감히 줄여야 한다. 현재의 계획은 왕복 10차로를 6차로로 줄이는 것이라, 승용차의 통행을 대폭 제한하지 않으면 광화문 일대는 자동차 지옥이자 보행자 지옥이 될 것이다. 광화문 앞을 대중교통 전용 지구나 버스-승용차-자전거가 1차로씩 차지하는 친환경 도로로 바꾸는, 혁신적 조처가 필요하다. 그리고 광장의 통일성과 활용성, 시민들의 편리성과 안전성을 떨어뜨릴 지하나 성큰(파인) 공간은 되도록 만들지 않으면 좋겠다.
서울시가 광화문광장을 지속가능하게 만들려면 너무 튀게 만들어서는 안 된다. 그러면 지금처럼 다음 시장에 의한 재구조화의 운명을 피하기 어려울 것이다. 너무 많이 고치거나 새로 만들지도 말고, 너무 많은 비용을 들일 일도 아니다. 그것이 지속가능한 광화문광장을 만드는 길이다.
ch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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