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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9.07.03 16:36 수정 : 2019.07.04 09:35

이용인
국제뉴스팀장

홍콩의 ‘범죄인 인도 조례’ 반대 시위가 한국에서도 적잖이 관심을 끌었다. 홍콩 인구 약 740만명 가운데 지난달 9일 100만명, 16일 200만명이 거리로 나왔으니 규모가 놀랍다. 시위 현장에선 ‘임을 위한 행진곡’이 불렸고, 경찰의 폭력적인 시위 진압 행태가 광주항쟁과 겹쳐지면서 공분을 일으켰다.

홍콩 시위가 잦아들지, 이어질지는 모르겠다. 중국이 반나절 동안의 입법회 청사 점거를 빌미 삼아 시위대를 폭도로 몰아붙이고 이들의 위법행위를 끝까지 추적해 처벌하겠다고 엄포를 놓는 상황이어서 외양적으로는 수그러들지 모른다. 하지만 이번 시위가 중국 중앙정부 및 중국의 통제권에 있는 홍콩 행정부에 대한 쌓이고 쌓인 불만의 폭발이라는 점에서, 홍콩 문제는 언제든 다시 시한폭탄이 될 수 있다. 홍콩 정부의 조례 개정 추진은 중국 체제라는, 미래에 닥쳐올 삶의 환경에 대한 홍콩 시민들의 불안과 두려움에 기름을 부은 꼴이었다.

영국이 임명한 홍콩의 마지막 총독 크리스 패튼이 홍콩을 떠났을 때 환호작약했던 중국도 이제 독이 든 사과를 건네받은 모양새가 됐다. 홍콩에는 중국과 다른 ‘일국양제’(1국2체제) 시스템이 적용되고 있는데, ‘광둥성 사람’ 혹은 ‘중국인’이라는 정체성을 지녔던 홍콩 시민들은 이제 본토인들과는 다른 ‘홍콩인’이라는 고유의 정체성을 형성하고 있다고 한다. 이러한 정체성은 중국의 통제가 심할수록 비례해 더욱 강화될 것이고 반발과 통제라는 악순환의 고리가 형성될 수 있다.

‘홍콩 일국양제 실험’의 안착 여부는 적잖은 국제정치적 파장을 불러올 것이다. 즈비그뉴 브레진스키 같은 대학자들은 미-중 관계 갈등의 주요 근원 가운데 하나인 대만을 미국이 ‘포기’해야 하며, 중국이 홍콩과 대만 등을 포함하는 ‘일국다제’로 가는 것을 용인해야 한다고까지 말한 바 있다.

하지만 홍콩의 정치체제가 민주주의에서 벗어나고 주민들의 불만이 쌓일수록 브레진스키가 설파했던 이런 주장은 미국 안에서도 설득력을 잃어갈 것이다. 이미 트럼프 행정부는 물론 민주당까지 대중국 강경 기류로 채워져 있고, 홍콩 시위는 트럼프 행정부의 주요 먹잇감이 되고 있다. 미국뿐 아니라 영국도 이미 홍콩 문제에 가세하고 있다.

대만 안에서 ‘탈중국’을 외치는 민진당 중심의 독립 세력 목소리도 커질 것이다. 본토와의 화해와 교류 노선을 표방하는 국민당 세력의 기세는 힘을 잃을 수 있다. ‘중국에 의한 통일’에 대한 대만인들의 잠재적 경계심이 커지면서 내년 1월 총통선거를 앞두고 민진당 후보인 차이잉원 대만 총통의 지지율이 솟고 있다는 보도가 잇따르고 있다. 재선 전망이 불투명하던 차이 총통에게 반중 시위는 희소식이다. 내년 총통선거에서 차이잉원이 승리한다면 중국엔 이중의 악재가 될 것이다.

미국과의 무역협상에서도 홍콩과 대만 문제는 계속 중국의 아킬레스건으로 작용할 것이다. 미국은 무기 판매를 비롯해 대만과의 유착 행보를 가속화하고 있다. 차이 총통은 오는 11일부터 시작되는 카리브해 우방국 순방길에 미국 뉴욕을 경유한다. 대만을 국가로 인정하지 않아 대만 총통의 미국 땅 밟기를 반대해온 중국이 격렬하게 반응하리라 예상할 수 있다. 내년 11월 미국 대선이라는 시간표와 홍콩·대만 문제라는 양쪽의 약점에 대한 계산법이 미-중 무역협상 결과에도 영향을 끼칠 수 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지난달 말 방북도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때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의 ‘무역 담판’을 앞둔 지렛대 확보와 홍콩 시위에 대한 국제적 시선 돌리기 차원이라는 얘기가 적지 않았다. 그렇다면 시진핑 주석 방북의 주된 목적이 북-미 간 중재 구실이었는지 한번쯤 의문부호를 달아볼 필요가 있다. 이번 시 주석의 방북은 ‘중국의, 중국에 의한, 중국을 위한’ 방북이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중국은 북한보다 불리한 위치에 있었고, 되레 중국이 북한에 빚을 진 형국이다.

홍콩 시위에 대한 정서적 공감과 함께, 홍콩 시위가 국제정치적으로 어떤 나비효과를 불러올지 몸으로 느껴보고 싶다. 홍콩에 가고 싶다.

yy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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