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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9.11.06 18:30 수정 : 2019.11.07 09:23

최현준ㅣ법조팀장

결국은 타이밍이다. 내가 일하고 있는 일터도, 내 옆에서 잠자는 사람도, 결국 타이밍이 결정했다. 오죽했으면 태어난 생년월일시로 사람의 운명을 예측할까.

한국 사회를 여러 동강 낸 ‘조국 사태’를 놓고 많은 사람이 물었다. 검찰은 왜 하필 8월27일, 수사를 착수했느냐고. 조국 전 장관이 인사청문회를 앞두고 있던 때, 정치권과 언론의 인사 검증이 한창이던 때, 조 전 장관이 스스로 물러날 수도 있었을 그때, 꼭 그렇게 대대적인 수사에 나섰어야 했느냐고. 정치권과 언론과 시민들이 나서서 조 전 장관의 장관 자격을 제대로 따져 물을 때까지 잠시 비켜서 있었으면 안 됐느냐고.

검찰의 대답은 이렇다. “우리는 좌고우면하지 않고, 법대로, 원칙대로, 수사했을 뿐이다.” 조 전 장관에게 범죄 혐의가 있어 원칙대로 수사했다는 것이다. 검찰 입장에서는 정답이겠지만, 쉽게 납득하기 어렵다. 꼭 그때여야 했느냐에 대한 대답이 빠져 있기 때문이다. “그때가 아니라, 그 전이었다면, 혹은 그 후였다면, 지금과 같은 비판이 나오지 않았을까요.” 한 검찰 관계자가 반문했다. 언제 수사를 시작했더라도 ‘맞을 매’였다면, 증거를 없애거나 도망가기 전에 조금이라도 빨리 수사를 시작하는 게 맞다고 판단했다는 것이다. 이 관계자는 끝에 한마디 덧붙였다. “우리가 정무적 판단을 했다면 더 나았을까요? 검찰은 그걸 하지 말라는 것 아닌가요?”

두고두고 아쉬움이 남는다. 검찰이 수사 개시 타이밍을 조금만 늦췄더라면, 조 전 장관이 수사에 앞서 인사청문회를 거칠 기회를 가졌더라면…. 설령 결과가 지금과 별로 다르지 않더라도, 최소한 검찰의 “법대로, 원칙대로” 수사 주장은 훨씬 설득력이 있었을 것이다. 그리고 지금 검찰에 대해 쏟아지는 비판의 목소리도 더 적었을 수 있다.

조국 수사 타이밍 논란이 채 가시기 전에, 또 하나의 검찰의 ‘타이밍’이 논란이 되고 있다. 검찰은 지난달 28일 렌터카 기반 차량공유 서비스인 ‘타다’와 이재웅 쏘카 대표를 불구속 기소했다. 타다가 렌터카라는 외양을 갖춘 채 사실상 택시 영업을 했고, 이는 법률 위반에 해당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를 놓고, 꼭 이 타이밍에 기소를 했어야 하느냐는 비판이 쏟아졌다. 타다 기소의 근거가 된 여객자동차운수사업법 개정이 국회에서 추진되고 있고, 택시 업계와 공유차 업계, 정부 당국 간 논의가 한창인 이때, 또 이렇게 검찰이 끼어들었어야 했느냐는 것이다. 공교롭게도 이날 문재인 대통령은 서울 코엑스에서 인공지능(AI) 국가 전략을 내놓을 것이라고 발표했다.

주무 장관인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과 김상조 청와대 정책실장,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한목소리로 검찰의 기소가 “성급했다” “당혹스럽다” “유감이다”라며 ‘검찰 비판’에 나섰다. 눈치 없고, 4차 산업혁명 따위는 관심도 없을, 검찰이 정치(조국)에 이어 정책(타다) 영역에까지, 막무가내로 끼어들어 판을 깨려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조국 사태’와 달리 이번 타이밍 지적은 검찰 탓으로만 돌리기엔 무리가 있다. 정치권과 산업계 등의 비판이 그치지 않자, 검찰은 지난 1일 “7월과 10월 정부 당국(법무부)에 타다 기소 방침을 알렸다”고 뒤늦게 털어놨다. 검찰은 앞서 5월에는 국토부에 의견 조회를 했고, 7월에는 법무부에 타다 기소 방침을 밝힌 뒤 기다려달라는 요구를 받고, 석달 동안 기다렸다고 했다. 검찰이 국가의 중요한 산업 정책에 미칠 영향을 고려해, 기소 전 정부 당국에 이를 알리고 의견을 구하는 등 상당한 노력을 기울였다는 것이다.

김현미 장관과 김상조 실장, 홍남기 부총리는 이런 상황을 알았을까. 이들은 검찰이 사전에 타다 기소 방침을 알렸다는 정부 당국의 주요 책임자들이다. 이런 사실을 몰랐다면, 정부 간 소통과 정책 결정 과정에 상당한 문제가 있다는 얘기가 된다. 법무부가 현재 장관 공석 상태여서 정부 당국 간 소통이 제대로 안 됐을 수 있는데, 이 역시 핑계가 되지는 못한다. 검찰의 타다 기소 타이밍 논란이 현 정부의 정책 논의가 제대로 작동하고 있는지에 대한 질문으로 옮겨가고 있다. 적절한 타이밍을 놓친 이는 과연 누구일까.

haojun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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