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일반 |
[현장에서] 자유롭게 상상하라 급진적 시각은 빼고? |
1906년 명신학교로 출발한 동국대가 8일로 건학 100돌을 맞는다. 요즘 동국대는 기념우표 발행과 국보급 문화재 전시 등 각종 행사로 분주하다. 지난 한 세기 동안 학교가 걸어온 길을 되돌아보고 또다른 한 세기를 준비하자는 취지다.
하지만 동국대의 이런 노력의 이면에는 그늘진 모습이 도사리고 있다. 우연히도 8일은 이 학교 사회학과 강정구 교수가 직위해제된 지 꼭 석달째 되는 날이다. 강 교수는 지난해 9월 “한국전쟁은 북한 지도부가 일으킨 통일전쟁”이라는 내용의 글을 발표했다가 서울중앙지검 공안부에 의해 기소됐다. 동국대는 지난 2월8일 그를 직위해제하고 수업권을 박탈했다. 확정 판결도 아니고 검찰 기소단계에서 내려진 결정이었다. 강 교수는 여태껏 천막강의를 계속하고 있다.
홍기삼 동국대 총장은 최근 기자간담회에서 “사방에서 (강 교수 문제로) 동국대생들을 취업 안 시킨다고 하는데, 제자들의 이력서가 날아가게 할 수는 없었다”고 말했다. 직위해제 결정이 학생들의 취업문제 때문이었다는 해명인 셈이다. 하지만 대학 총장의 발언치고는 적절치 않아 보인다. 아무리 오늘의 한국 대학이 ‘취업의 전초기지’로 바뀌었다고 하더라도 대학의 생명은 역시 학문과 사상의 자유에 있기 때문이다. 동국대가 최근 “민족 분단 상황에서 지식인과 대학은 이를 해결하고 화해를 도모하는 담론을 내놓아야 한다”며 김일성종합대학과의 교류를 적극 추진하는 모습과도 배치된다.
동국대는 이번 100주년 행사에 ‘자유롭게 상상하라, 거침없이 도전하라, 세계를 선도하라’는 구호를 내놨다. 급진적 시각의 글을 썼다는 이유로 교수가 ‘가르칠 권리’를 박탈당하는 광경을 지켜본 학생들에게 ‘자유로운 상상과 거침없는 도전’이라는 구호가 어떻게 받아들여질지 궁금하다.
전종휘 기자 symbi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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