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6.05.17 19:11
수정 : 2006.06.09 15: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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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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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서울시 전직 고위 간부가 숨졌다. 그의 가족들은 검찰 조사 과정에서 폭언과 모욕적인 언사가 있었다고 주장한다. 대검찰청 중앙수사부의 조사를 받다가 15일 오전 팔당호에 투신해 스스로 목숨을 끊은 박석안 전 서울시 주택국장의 얘기다.
채동욱 대검 수사기획관은 같은 날 그의 죽음에 애도를 나타내면서도 “조사 과정에서 문제점은 전혀 없었다”고 말했다. 다음날 그는 “경위 조사 결과 별다른 문제가 발견되지 않아 감찰 계획은 없다”고 단호하게 말했다.
검찰의 이런 반응은 6개월 전, 이수일 전 국정원 차장이 자살했을 때와는 사뭇 다른 모습이다. 당시 검찰은 구체적인 강압수사 의혹이 제기되지 않았는데도, 이씨의 주검이 발견된 다음날 곧바로 대검 공안부장을 단장으로 하는 진상규명조사단을 꾸렸다. “국정원 도청 수사에 대해 부담을 느끼고 있는 검찰총장이 수사팀을 희생양 삼으려 한다”는 격한 반응이 수사팀 내부에서 나올 정도였다. 조사단은 열흘 뒤 “상관(국정원장)에게 불리한 진술을 한 자책과 심리적 부담을 이기지 못하고 자살한 것으로 추정되며, 강압수사는 없었다”는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그 뒤 그 누구도 강압수사 의혹을 제기하지 않았다.
하지만 이번에는 유족들이 강압수사 의혹을 강하게 제기하고 있는데도 검찰은 꿈쩍도 않고 있다. 채 기획관은 “유서는 주관적인 말을 쓰는 것이기 때문에 언급할 가치가 없다”며 “언론이 한쪽의 얘기만 듣고 기사를 써버리면 수사팀이 굉장히 어렵다”고 말했다.
대검 중수부는 검찰총장이 직접 지휘하는 우리나라 최고의 수사기관이다. 그만큼 수사가 더욱 투명하고 공정하게 진행돼야 한다. 강압수사 의혹 해소는 물론 유족들의 아픔을 달래주기 위해서라도 검찰은 성의를 다해야 한다. 김태규 기자
dokbu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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