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6.12.01 18:54
수정 : 2006.12.01 21:45
|
정치팀 이태희 기자
|
전북 익산이 지역구인 한병도 열린우리당 의원을 국회 의원회관에서 만났다. 조류 인플루엔자 탓에 닷새 동안 지역에 다녀왔다고 했다. 피곤한 얼굴이었다.
안부를 물으니 “감기 걸릴 틈도 없어요”라고 받는다. 대책회의, 현장 방문, 피해자 위로에 눈 붙일 시간이 없었다고 했다. 주말에 또다시 내려가야 한다고 했다. 한 의원은 당 지도부에 섭섭함을 털어놨다. 피해 농민들의 분노가 하늘을 찌르는데, 현장을 돌아보는 지도부는 한 사람도 없었기 때문이다.
열린우리당 의원들은 노무현 대통령이 민심 탐방을 하지 않는다고 비판한다. 싸늘한 민심을 직접 느껴봐야 한다고 그 당위성을 강조한다. 청와대에서는 “대통령은 그런 ‘이미지 정치’를 하지 않는다”고 답한다.
정작 그 말을 하는 여당 지도부도 현장 방문에 나서는 모습을 보이지 못했다. 김근태 의장은 당의장이 된 뒤 의욕적으로 추진했던, 재계와의 관계 회복을 위한 ‘뉴딜’ 행보가 물거품이 된 이후 서울 여의도 국회와 영등포 당사에만 머물고 있다. 김 의장과 강봉균 정책위의장은 1일 익산을 방문할 예정이었는데, 본회의 소집을 이유로 미뤘다.
조류 인플루엔자가 발생한 것은 지난달 중순이다. 보름이 넘어가고 있다. 민심의 목소리를 직접 들으려 했다면 벌써 다녀와야 했다. 이명박 전 서울시장은 대선 주자로는 가장 먼저 익산을 찾았다. 여당의 민심을 읽는 감각이 그만큼 둔하다는 얘기다. 민심을 모르는 건 청와대만이 아니다. 열린우리당은 청와대 탓만 하다가 자신도 모르게 청와대를 닮아가는 듯하다. 이태희 기자
hermes@hani.co.kr
광고
기사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