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6.12.18 19:17
수정 : 2006.12.18 19: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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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남 장항산업단지 착공 지연에 대한 지역주민 반발이 18일 어린 학생들의 등교거부로 이어져, 장항초등학교 4학년 1반의 경우 7~8명만 교실을 지켰다. 학교 쪽은 이날 전체 480명 가운데 249명이 등교를 거부했다고 밝혔다. 서천/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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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일 충남 서천 장항초등학교는 전교생 480명 가운데 249명이 결석했다.
인근 중앙초교 역시 677명의 절반에 가까운 270명이 등교하지 않았다. 이날 서천군 관내 장항·마서지역 4개 초등학생 1200여명 가운데 절반 가까이 ‘등교거부’에 동참한 것이다.
등교거부 사태는 ‘장항산단 즉시착공 대정부투쟁 비상대책위원회’ 산하 학부모 모임이 등교거부를 결정했기 때문이다.
비대위는 지난 17일 장항초교와 중앙초교 자모회원 12명이 참석해 회의를 벌인 끝에 장항산단 즉시착공을 위한 투쟁의 한 방법으로 자녀 등교거부를 결의했다.
비대위는 18일 “맞벌이 가정 자녀들을 대상으로 사설학원과 체육관 등에서 강좌를 열고 등교거부가 장기화될 것에 대비해 교육 일정을 마련하고 있다”고 밝혔다.
비대위 쪽은 “어린 자녀들까지 극한 투쟁으로 내모는 현실이 안타깝지만 아이들에게 발전된 고향을 물려주려는 어쩔 수 없는 선택이며 모든 책임은 정부에 있다”고 주장했다.
서천교육청은 대책반을 꾸리고 설득에 나섰지만 “장항산단 건설이 바로 주민 생존권의 확보”라는 주민들 주장을 꺾지 못했다. 교육당국은 교사를 마을로 파견해 설득하고 겨울방학을 앞당겨 실시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문제 발단은 정부가 장항산단 착공을 17년째 미뤄오면서 시작됐다. 충남도와 대전시, 충북도 등 충청권 자치단체장과 충남 광역, 기초의회도 한목소리로 올해 안 착공을 촉구했으나 정부는 좀체 귀를 열지 않았다. 그 사이 주민들의 실망감은 마음의 상처가 됐다. 오죽하면 자녀들을 등교거부 투쟁에 내몰겠는가? 이해 안 가는 것도 아니다.
그렇다 해도 서천군민들 역시 이 방법밖에 동원할 수 없었을까 하는 생각을 떨칠 수 없다. 자녀들의 교육받을 권리를 희생시켜 물질적인 풍요를 얻은들 무슨 소용이 있을지 한번쯤 생각해 봤으면 한다. 현실적으로도 단식 등으로 어렵게 이뤄온 주민들 공감대를 자칫 잃지 않을까 걱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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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인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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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천교육청 김기오 초등담당 장학사는 “자녀를 ‘목적을 위한 수단’으로 삼는다면 산단보다 큰 지역의 미래를 잃을 수 있다”며 “지역의 발전을 위해 산단 착공을 쟁취해야 하는 것만큼 자녀들 학습권도 지역 발전을 위해 주민들이 지켜야 할 몫인데 안타깝다”고 했다.
서천/송인걸 기자
igso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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