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6.12.29 18:30
수정 : 2006.12.29 1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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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형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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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일 오후 서울 목동 예술인회관 건립터 공사장. 한국예술인총연합회(예총) 사람들이 삭풍을 맞으며 송년 단합대회를 열었다. 예술인회관은 예총이 1996년부터 100억원대 이상의 국고 지원을 받아 지상 20층 규모로 짓다가 공사비 부족과 내부 비리 수사 등의 악재로 8년째 공사를 중단한 건물이다. 그 앞에서 추위에 떨며 소속 예술인들이 모였다. 목사를 데려와 회관 완공을 비는 예배도 올렸다.
무슨 단합대회이며, 무슨 건립 축원 예배일까? 단합대회는 기실 급조된 ‘땜질행사’였다. 예정했던 건물 재착공식을 이틀 전 취소했기 때문이다. 앞서 예총은 지난달 중순 한 건설사와 잔여 공사비 100억원을 부담하는 조건으로 29일부터 건물 재시공에 들어간다는 계약을 맺었다. 그러나 국고보조금 165억원을 댄 문화관광부는 26일 예총 사람들을 불러 왜 사업안의 문화부 검토 및 승인절차 없이 재착공을 강행하느냐고 이의를 제기했다. 혈세가 들어간 국고보조사업인데도 정부와 상의 없이 일방적으로 착공 날짜를 정해 추진했다가 탈이 난 것이다.
문화동네에서 예총은 ‘불량 시공자’로 평가된 지 오래다. 김종헌 예총 사무총장은 “회관 완공 뒤 임대 수익으로 공사비를 갚을 수 있다. 충분한 자문을 통해 검증된 계약인만큼 이번에는 완공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문화연대 등은 “재정이 부실한 예총이 임대 때 전세 반환금 조달 능력이 없어 결국 회관을 업자에게 넘겨줄 공산이 크다”며 정부가 건립사업을 전면 환수하라고 요구하는 중이다. 예총은 2004년 공사를 끌다가 50억원의 국고지원금을 환수당했고, 같은해 정부와 상의 없이 임대계획을 발표해 말썽을 빚은 바 있다. 이형호 문화부 예술진흥과장은 “예총 단합대회는 국고보조사업의 기본 절차를 무시한 결과”라며 “예술계의 장자라는 예총이 제발 어른스럽게 행동했으면 좋겠다”고 했다.
노형석 기자
nug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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