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7.01.02 20:17
수정 : 2007.01.02 2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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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진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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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에서
문화재청은 지난 12월29일치 관보를 통해 문화재 34점을 보물로 지정하는 고시를 내보냈다. 이 가운데 ‘황현 초상 및 사진’(보물 1494호)이 보물로 지정되는 과정에 명백한 흠결이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문화재보호법 시행규칙은 “(보물 지정을) 문화재위원회가 심의하기 전에 그 심의할 내용을 관보에 30일 이상 예고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보물 지정을 예고한 지난해 9월1일치 공고에는 ‘황현 초상’만 포함됐을 뿐 ‘사진’은 들어 있지 않았다.
문화재청 쪽은 “지정 과정에서 절차를 빠뜨린 것에 대해 할 말이 없다”면서도 “한묶음으로 지정하면 관리가 편해 그렇게 했다”고 해명했다. 법률에서 규정한 지정 수순을 어겼어도 행정 편의를 위해서였다면 용서가 된다는 듯한 태도다.
애초 국보·보물 등 국가지정 문화재를 지정하기에 앞서 예고기간을 둔 것은 문화재청의 뼈아픈 실수 때문이었다. 지난 1992년 발견된 지 한달 만에 국보로 지정된 ‘거북선 총통’(귀함 별황자 총통)이 4년 뒤 조작된 것으로 드러나면서 국보 지정이 해제되는 우여곡절이 있었다. 이 일로 혼쭐이 난 문화재청(당시 문화재관리국)이 그해 12월 문화재보호법 시행규칙을 개정해, 광범위한 의견 수렴을 사전에 거치도록 예고기간 제도를 마련한 것이다. 그러나 이번 일을 보면 문화재청은 과거의 뼈아픈 실수를 이미 잊은 듯하다.
지난해 말엔 ‘윤증 초상’ 등 중요민속자료 4점을 보물로 승격시키기로 하고 중요민속자료에서 해제했으나, 정작 보물 지정은 한달 보름여 뒤에나 하는 실수도 저질렀다. 이 기간 귀중한 문화재를 아무 보호장치 없이 방치한 셈이 됐다. 문화재를 다루는 게 이렇게 허술해서야 조상들 뵐 낯이 없어진다.
전진식 기자
seek16@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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