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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7.01.04 21:40 수정 : 2007.01.04 21:40

워싱턴/류재훈 특파원

현장에서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이 공식 업무 첫날부터 사담 후세인 전 이라크 대통령의 사형을 옹호하는 듯한 발언을 해 호된 신고식을 치렀다.

미국 주요 언론들은 3일(현지시각) 반 총장의 발언을 인권에 기초해 사형제도를 반대해온 유엔의 입장에 반하는 것이라며 일제히 비판했다. 〈워싱턴포스트〉는 “사형 제도의 열렬한 반대론자였던 코피 아난 전 총장과 큰 차이를 보여준 것”이라고 지적했다. 〈뉴욕타임스〉는 “한국을 대표한 외교장관에서 유엔을 이끄는 사무총장으로의 전환을 끝내지 못한 것 같다”고 꼬집었다. 〈로스앤젤레스 타임스〉는 “유엔의 전통적 입장에서 벗어나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고 있음을 시사한 것”이라며 “보좌관들은 이를 해명하느라 하루종일 시간을 보냈다”고 전했다.

앞서 반 총장은 전날 후세인 사형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후세인은 흉악한 범죄에 책임이 있고 우리는 이런 범죄의 희생자들을 잊지 말아야 한다”며 “사형은 각국이 법에 따라 정하는 문제이며, 유엔 회원국은 국제 인권법을 존중해야 한다”고 대답했다.

반 총장의 발언은 선의로 해석해, 국제인권법의 존중을 강조하면서도 사형제도를 둘러싸고 회원국 사이에 견해차가 존재하는 현실을 고려한 답변으로 봐줄 수도 있다. 하지만 10년 이상 유엔본부에 상주하며 유엔의 돌아가는 일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유엔 기자단은 유엔과 세계적 흐름에 둔감한 듯한 반 총장의 발언을 그냥 지나치지 않았다.

반 사무총장은 총장으로서 입밖에 내는 단어 하나하나가 얼마나 중요하고 신중해야 하는지를 첫날부터 뼈저리게 느꼈을 것이다.

워싱턴/

류재훈 특파원

hoonie@

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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