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7.01.17 19:37
수정 : 2007.01.17 19: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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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김광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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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싸움은 말리고 흥정은 붙이라고 했는데 언론이 갈등만 키워서야 되겠습니까?”
17일 오후 현대자동차 성과급 사태를 풀기 위한 노조쪽 실무교섭위원인 하영철(35) 사무국장은 이틀째 마라톤 실무회의를 벌인 탓인지 피곤한 표정이 역력했다.
그는 “사태를 이렇게 키운 것은 처음부터 노사 대결과 재계-노동계의 대리전으로 몰아간 언론이 아니냐”며 “전날 밤 노사 협상에서 합의를 하고 이날 예정됐던 파업을 끝내려고 했지만 언론의 눈치를 보느라 그러지 못했다”고 실토했다.
그는 벼랑 끝에서야 타결을 짓던 20년 동안의 관행을 깨려 노사가 노력한 것보다는 ‘회사로부터 금품을 받은 전직 노조위원장의 구속사태로 위기에 몰리자 노조가 서둘러 합의했다’는 식으로 보도될까봐 걱정했다고 말했다.
현장 조합원들의 언론에 대한 태도도 하 국장과 다르지 않았다. 낮 12시께 열린 결의대회에 참석한 한 노조원(승용3공장)은 “시무식 폭력사태가 터지자 언론이 노조 때리기에만 열 올렸지 왜 우리가 파업을 하는지에 대해선 귀를 귀울이지 않았다”고 했다.
회사쪽도 처음엔 시무식 폭력사태를 자초한 노조를 비난하는 언론의 지원포를 등에 업고 강공으로 나갔지만, 대화국면에 접어들면서는 오히려 노조 때리기에 앞장서는 언론 눈치 보기에 급급했다.
협상팀은 사태 악화를 막으려면 대화로 문제를 풀어야 한다고 결론 내렸으면서도 언론이 “원칙을 또 어겼다”고 뭇매를 때릴까봐 협상 내내 시커멓게 속을 태웠다.
한 회사 간부는 “솔직히 우리도 사태가 이렇게 커질 줄은 몰랐다”며 “한쪽의 일방적인 승리가 될 수 없는 전투에선 결과적으로 언론의 지나친 관심이 부담으로 작용한다”고 했다.
“현대자동차 노사도 잘못된 관행을 고쳐야겠지만 언론도 20년 계속해 온 갈등 키우기식 보도행태를 이제는 털어내기 바란다”는 한 노조 대의원의 말이 귓속을 계속 맴돌았다.
울산/김광수 기자
kski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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