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7.01.30 19:30
수정 : 2007.01.30 1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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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일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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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6일 열린 팝페라 그룹 ‘일 디보’의 내한공연장에는 두 시간 가까운 공연 내내 카메라 플래시가 번쩍였다. 비장한 노래가 나올 때는 정적을 아랑곳 않고 플래시가 터졌고, 흥겨운 음악이 나오는 대목에서는 좀더 대담하게 터졌다. 어디라고 콕 찍을 것도 없이 3500석 규모의 공연장 구석구석에서 플래시가 터져나왔다.
공연 진행요원들은 공연이 시작하기 전 사진촬영을 금한다고 알렸다. 공연 중에도 객석을 누비며 사진 찍는 사람들에게 사진을 찍지 말아 달라고 부탁했다. 함께 공연을 보는 사람들의 따가운 눈총도 합세했지만 소용이 없었다. 플래시 세례는 이어졌고, 클래식 냄새가 물씬 풍기는 팝페라 공연장은 마치 느리게 돌아가는 사이키델릭 조명을 켜놓은 듯 번쩍거렸다.
공연기획사에서는 ‘일 디보’ 쪽의 요청에 따라 일반 관객들의 사진촬영을 금했다. 보도사진 촬영은 지정 카메라 두 대가 첫 세 곡까지 플래시를 터뜨리지 않고 찍었다. 영미권에서 일반화된 ‘퍼스트 스리, 노 플래시’(first three, no flash) 관행을 따른 것이다. 대중음악 평론가 박은석씨는 “이런 관행은 사진촬영으로 가수들이 무대 위에서 공연하는 것을 방해하지 않고 관객들도 공연에 몰입할 수 있도록 하자는 모두의 공감에서 나온 것”이라며 “외국에서는 특히 거물급 가수의 이미지를 상업적으로 판매하는 것을 막기 위해 더욱 철저하게 촬영을 통제한다”고 설명했다. 심지어 공연장 들머리에서 금속탐지기를 동원해 카메라를 압수하는 경우도 있다.
우리나라에는 이처럼 사진을 ‘팔기 위해’ 찍는 사람은 별로 없고, 추억을 위해 ‘사진 한 방쯤이야’ 하며 플래시를 터뜨리는 사람이 대부분일 것이다. 하지만 그 ‘한 방쯤’에 얼굴 찌푸리는 다른 관객과 가수도 생각해 줘야 하지 않을까. 적어도 ‘플래시는 터뜨리지 않는 센스’ 정도는 잊지 말고 공연장에 챙겨가자. 김일주 기자
pear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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