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7.03.28 19:11
수정 : 2007.03.28 19: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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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박영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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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에서
지난해 7월 경상북도교육청이 운영하는 한 야영장에 초등학교 5학년생들을 인솔해 갔던 ㄱ 교사는 깜짝 놀랐다. 낡은 텐트 교체작업이 늦어져 학생 100여명이 교실 세 칸 크기의 강당에 한꺼번에 들어가 잠을 자게 된 것이다. 학생들이 4열로 매트리스를 깔고 누운 모습은 난민수용소를 방불케 했다.
프로그램도 유격훈련을 연상케 하는 것들이 많았고, 여러 학교 학생들이 뒤섞이다 보니 질서를 잡기 위한 군대식 경례와 ‘얼차려’도 뒤따랐다.
학생 야영활동의 효율성에 의문을 품게 된 ㄱ 교사는 최근 도교육청이 각 학교로 보낸 공문을 보고 더욱 기가 막혔다. 교육청은 “초·중·고별 한 차례씩 실시하는 야영은 야유회가 아니라 극기훈련을 통해 정신력, 나라사랑과 공동체 의식을 키우는 기회”라며 “학교에서 야영의 의미를 이해 못하고 도교육청의 허락 없이 다른 시설을 이용할 경우 행·재정적 조처를 할 예정”이라고 엄포를 놓았다.
교육청 홈페이지 게시판에는 열악한 시설과 도교육청의 구태의연한 자세를 비판하는 댓글이 넘쳐났다. 컨테이너 박스 숙소에서 모기향을 피워 우려되는 화재 위험, 구더기가 끓는 재래식 화장실, 군대식 훈련, 안전사고 위험, 일방적인 야영 시기와 장소 지정 등 교사와 학부모의 불만은 끝이 없었다.
교육청은 뒤늦게 내년부터 2010년까지 프로그램 개발, 시설 개·보수 및 통폐합을 하겠다고 밝혔지만, 얼마만큼 실효를 거둘지는 미지수다. 경산 옥곡초등학교 조미영 교사는 “교육청이 극기훈련을 내세우며 일선 학교를 윽박지를 게 아니라, 먼저 제대로 된 시설을 갖추고 친환경·생태적인 프로그램 개발, 야영 담당 전문 교사 양성, 우수한 사설 야영시설에 대한 인증제 도입, 학생 안전사고 대책 수립 등 학생 야영활동이 제구실을 다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꼬집었다.
대구/박영률 기자
ylpa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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