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8.08.14 20:45
수정 : 2008.08.14 22:23
서울중앙지법 형사7단독 박재영 판사는 지난 11일 촛불집회 주도 혐의로 기소된 안진걸 광우병 국민대책회의 조직팀장에게 보석을 허가했다. 촛불집회 주도자들을 눈엣가시처럼 여기는 보수언론은 마뜩지 않았을 것이다.
아니나 다를까. <조선일보>는 13일치에서 “재판장이 피고인을 두둔하고 재범을 방조했다”고 비난했다. 박 판사가 공판에서 안 팀장에게 “야간집회금지 조항의 위헌성 논란이 있는 만큼 양심의 자유를 침해할 수도 있지만, ‘풀어주면 촛불집회에 다시 나가겠냐’는 질문을 할 수밖에 없다”고 말한 부분을 트집잡은 것이다. 다음날 사설에서는 “박 판사는 법복을 벗고 이제라도 시위대에 합류하는 게 나을 것”이라고 권고했다.
재범 의사를 묻는 것은 보석 결정에서 ‘재범 위험성’을 판단하기 위한 당연한 과정이다. 안 팀장은 “합법 집회와 야간 문화제 형식의 집회”에 “한 명의 시민”으로 참여하겠다고 답했다. 박 판사도 ‘불법집회’에 나가라고 허락하지는 않았다. 하지만 이 신문은 판사가 불법집회 참가를 부추겼다는 투의 논지를 펴며 재판부가 법관윤리강령에 어긋난 언행을 했다고도 지적했다.
하지만 법관윤리강령이 금지하는 ‘공개적 의견 표명’이란 판사가 법정 밖에서 공개적으로 특정 사건에 대해 유무죄를 예단할 수 있는 발언 등을 하는 것을 말한다. 박 판사는 법정에서 피고인에게 닥친 상황을 설명하고 그의 견해를 들었을 뿐이다.
서울고법의 한 판사는 “조선일보 주장대로라면 판사는 법정에서 아무 말도 말아야 한다”며 “피고인의 마음을 이해하면서도 유무죄 판단은 법과 원칙에 따라 하는 게 바람직한 자세”라고 말했다. 판사에게까지 ‘이념 공세’를 가한 기사에 대해 법원 내부전산망 게시판에는 “이제 조선일보는 사법부도 자신들의 발 아래 두려 하는가?”라는 의견이 올라왔다. 박현철 기자
fkcool@hani.co.kr
광고
기사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