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주요메뉴 바로가기

본문

광고

광고

기사본문

등록 : 2010.05.11 20:06 수정 : 2010.05.11 22:57

정남구 특파원





[현장에서]

요즘 일본 언론들은 거의 날마다 니가타현의 방생 따오기 소식을 다룬다. 과연 첫 자연부화에 성공할 것인가, 일본의 가슴이 두근거린다. 아직까지는 한 쌍도 부화에 성공하지 못했다. 11일 아침 일부 신문은 전날 까마귀 한 마리가 둥지를 덮쳐 알 하나를 훔쳐갔다는 소식을 실었다.

이날 아침 한국의 조간신문들은 ‘한일병합 100년 한일 지식인 공동선언’ 소식을 크게 실었다. <한겨레>를 비롯해 대부분이 1면에 다뤘다. 하지만 일본 유력지에서 이 소식은 따오기 소식만큼도 취급되지 못했다. <아사히신문>은 사회3면에 조금 긴 1단 기사로, <도쿄신문>은 3면에 1단 기사로 실었다. 그것뿐이었다.

예감은 하고 있었다. 10일 도쿄의 기자회견장은 한국 언론 특파원이 대부분 자리를 채웠다. 일본의 현직 언론인들이 ‘중립성’을 내세워 공동성명에 서명을 고사했다는 것도 전해듣고 있었다. 김영호 유한대 총장은 “‘어찌 중립성을 핑계삼느냐, 진실에 대한 용기의 문제가 아니냐’고 아는 일본 언론인에게 고함친 적도 있다”고 했다.

어쨌든 언론이 관심을 환기하지 않는 한, 일본에서 ‘한일병합 100년’ 문제가 진지한 논의의 대상이 되기는 어렵다. 그러나 일본 언론이 판단하기에 공동성명은 지금 그렇게 크게 다룰 사안이 못 됐던 셈이다.

일본의 원로 지식인들은 기자회견에서 일본 젊은이들이 너무 과거사를 모른다고 걱정했다. 물론 전쟁을 아는 세대의 책임을 강조한 말이었다. 그러나 그들은 최선을 다했다. 어쩌면 문제는 우리가 일본의 진보적 지식인들과의 속편한 논의에만 매달려온 탓일 수도 있다. 그들이 일본을 대표하지는 않는다.

기자회견장 가는 길에 올해 초 출판된 우익 만화가 고바야시 요시노리의 <쇼와천황론>을 읽어봤다. 어이없는 내용에 깜짝 놀라곤 했는데, 출판사는 16만부가 팔렸다고 광고한다. 정말이지 누군가에게 화를 내서 해결될 일은 아니다.

도쿄/정남구 특파원 jeje@hani.co.kr

광고

브랜드 링크

기획연재|[현장에서]

멀티미디어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한겨레 소개 및 약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