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1.06.27 21:33
수정 : 2011.06.28 09: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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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진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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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일 밤 10시30분께, 서울 송파구 송파구민회관. 9시간 동안 팽팽한 긴장감 속에서 당대회를 치른 진보신당 당원들이 쏟아져 나왔다. 격앙된 일부 당원들이 고함을 쳤다. “내가 진보신당 당원이란 게 부끄럽다.” “미워하며 닮아간다고, 진보신당 안에도 패권주의가 심각하다.” 그 누구에게서도 만족스런 표정은 찾아볼 수 없었다. 다만, 파국을 피했다는 안도의 한숨만 들렸다.
진보진영의 기대와 달리 당대회 결과도 초라했다. ‘국민이 진보정당에 바라는 것’과는 거리가 멀었다. 올해 1월부터 진보진영 각계가 모여 ‘산고’ 끝에 마련한 ‘통합 합의문’은 “미흡하다”는 이유로 판단 자체가 유보됐다. 당의 진로에 대한 결정을 8월 말로 미뤄 시간을 벌었을 뿐이다. 이마저도 독자파와 통합파의 결별을 막으려는 임시방편 성격이 크다.
토론은 9시간 동안 줄기차게 이어졌지만, 내용은 제자리를 맴돌았다. 애초 당대회 안건이었던 ‘통합 합의문’ 승인 대신 ‘2차 협상을 통해 8월에 모든 것을 결정하자’는 내용의 특별결의안 채택을 놓고 설전이 벌어졌다. 당대회 의장의 특별결의안 직권상정을 두고 편향성 시비가 불거져 의장 불신임 투표도 진행됐다. 결의안의 의결정족수가 2분의 1인지, 3분의 2인지를 놓고도 논쟁이 벌어져 이마저도 표결로 결정했다. 당 내부 통합파와 독자파의 거리는 ‘표결’이 아니면 승복하기 어려운 수준으로 멀어진 듯했다. 진보신당의 한 당협위원장은 이런 갈등에 대해 “민주노동당에 비해 조직이 취약한 지방 당원들은 ‘흡수통합’을 매우 두려워하는데, 서울과 수도권 당원들은 이런 절박한 위기감이 없다”고 설명했다. 또다른 ‘독자파’ 당원은 “민노당과 다른 방식으로 진보정치를 하려는 내 자유가 왜 진보통합이라는 명분으로 제약돼야 하는지에 대한 설명이 없다”고 불만을 드러냈다.
당 외부에 대한 불신은 더 극단적인 형태로 표현됐다. 이날 행사에 참석한 이정희 민노당 대표는 ‘낮에는 진보대통합, 밤에는 참여당통합’, ‘민노당, 진보정당 아니잖아?’라는 손팻말을 든 이들을 바라보며 축사를 해야 했다. 유시민 국민참여당 대표 역시 ‘정당사냥꾼 유시민은 방랑정치를 그만두라’는 인신공격성 손팻말 앞에서 축사를 했다.
올해 초 두 진보정당 지도부는 ‘도로 민노당’이 아니라 ‘새로운 진보세력의 확장과 혁신’을 내세우며 통합을 결의했다. 그러나 이후의 과정을 보면 두 당은 여전히 미래의 비전보다는 과거의 앙금에 매여 있는 것처럼 보인다.
이제 남은 시간은 8월 말까지 두 달. 상대에 대한 이해나 관용이 허물어지고 믿음마저 사라져, 뼈만 앙상한 ‘진보’를 보는 일은 두렵다.
석진환 기자
soulfa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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