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귀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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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에서] 김재철이 망친 MBC…결과는 최장기 파업
“엠비시가 망가지든 말든 자리를 유지하겠단 사장을 두고 볼 수 없다.” 22일 오전 <문화방송>(MBC) 사장실 앞. 머리가 희끗한 20년차 이상의 고참사원 40여명이 ‘김재철 선배 사퇴하세요’ 손팻말을 들고 나흘째 연좌농성을 벌이고 있다. 한 25년차 피디는 “후배들은 공정방송을 요구하는데, 사장은 계약직 뽑는다, 외주사에 맡겨 방송 만든다 하면서 파업 더 하라고 부추기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 1월30일 공정보도 복원과 김 사장 퇴진을 내걸고 시작한 문화방송 노조 파업이 이날로 53일째를 맞았다. 노태우 정부 시절이던 1992년 공정보도와 최창봉 사장 퇴진을 요구하며 벌였던 ‘52일 파업’의 최장기 기록을 깼다. 파업 장기화로 문화방송은 반쪽짜리 방송이 지속되고 있다. 하지만 벼랑 끝 노사 대치를 풀 해법은 가시화되지 않고 있다. 김 사장은 해고와 무더기 손배소송, 노조원 개인재산 가압류라는 강수로 일관하고 있다. 노조가 제기한 법인카드 사적 유용 의혹엔 적극적인 소명을 하지 않고 있다. 방송문화진흥회도 엠비시 관리·감독기구라는 정체성에 걸맞은 책임 있는 자세를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9명 가운데 6명인 여당 쪽 이사들은 ‘파업 중단’만을 외치고 있다. 사장을 불러 파업 사태를 논의하자며 일정을 잡은 이사회에 김 사장이 두차례나 나가지 않았음에도 여당 이사들은 태연하다. 김재우 방문진 이사장은 22일 노조와 만난 자리에서 “김재철 사장 이후가 아니라 이전에 (문화방송 보도가) 더 편파적이었다”고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문화방송>(MBC) 김재철 사장이 지난 7일 오후 최대 주주인 방송문화진흥회 이사회에 참석하기 위해 서울 여의도 율촌빌딩 앞을 걸어가고 있다. 파업중인 노조원들이 이날 항의집회를 하며 내건 “김재철 퇴진” 글귀가 적힌 펼침막이 보인다. 김봉규 기자 bong9@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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