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영록(58) 케이비(KB)금융 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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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에서] ‘모피아 논란’ 임영록 회장에게 제안한다
근대사회에서 관료는 이론적으로 공적 이해를 담보하는 존재로 인식돼 왔다. 국민으로부터 위임받은 정치권력의 이념과 정책을 보좌하고 집행하는 존재로서 관료의 역할은 구체화된다. 국내에선 부정적 의미를 내포하고 있는 ‘관치’는 외국에선 ‘도덕적 설득’으로 표현되는데, 여기에는 관료들이 공적 이해를 지켜내기 위해 사적 이해에 충실한 시장을 규제·감독한다는 의미가 담겨 있다. 최근 부각된 비에스(BS)금융지주 이장호 회장에 대한 금융당국의 사퇴 종용과 그에 대한 시민사회의 반발은 이러한 맥락에서 이해될 필요가 있다. 금융감독원은 이 회장의 사퇴 이유를 명확히 제시하지 못했다. 감독권 행사에 담긴 공적 이해를 뒷받침하지 못했기 때문에 거센 역풍을 만났다. 신제윤 금융위원장은 12일 국회 대정부질문에서 “금융위 차원에서 개입하지 않았다”고 밝혔지만, 여전히 시장에선 당국이 티케이(TK·대구경북) 출신 인사를 밀어넣기 위해 벌인 무리수라는 의혹이 가시지 않는 것도 이 회장에 대한 사퇴 종용이 공적 이해와는 무관하다는 인식 때문이다. 케이비(KB)금융 회장에 내정된 임영록 케이비금융 사장 등 전직 고위 금융관료가 민간 금융회사 수장으로 잇따라 선임되면서 불거진 ‘모피아 사태’는 이보다 좀더 복잡한 문제다. 금융관료에게 모피아란 딱지가 붙은 데는 공적 이해를 담보해야 할 그들이 때로는 그들만의 사적 이해에 충실했던 전력이 있기 때문이다. 현재도 일부 금융관료들은 사적 서열인 선후배를 따지며 ‘자기 사람’을 챙긴다. 모피아 논란의 본질은 공공적 가치의 확장이 아니라 새로운 사적 세력의 전면적 부상이라는 데 있다. 좀더 주목해야 할 부분은 모피아가 추구하는 사적 가치의 성격이다.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인 조지프 스티글리츠 미국 컬럼비아대 교수는 <불평등의 대가>란 저서에서 ‘인지 포획’(Cognitive capture)이란 개념을 내놓았다. 규제자의 사고방식이 규제 대상의 그것과 동일해지는 모습을 가리키는 개념인데, 신분만 민과 공으로 갈릴 뿐 정신세계는 한통속이라는 점을 꼬집고 있다. 이런 맥락에서 농협금융지주 회장에 취임한 임종룡씨가 13일 한 언론 인터뷰에서 “노조를 포함해 조직(농협)에서 거부하지 않았다”고 말한 것은 곱씹을 대목이 있다. 모피아의 민간 금융회사 진출은 금융업자들과 모피아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졌다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김경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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