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3.07.18 20:29
수정 : 2013.07.18 22: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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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순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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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에서
지난 5월 초 미래창조과학부는 개방형 직위인 감사관, 우정사업본부장, 국립중앙과학관장을 공개모집한다는 내용의 채용공고를 냈다. 한 달여가 지난 6월27일, 교육과학기술부 원자력국장과 대변인을 거친 홍남표 부산대학교 사무국장이 감사관으로 발령났다. 이달 15일에는 김준호 전 방송통신위원회 방송통신융합정책실장이 우정사업본부장에, 17일에는 포항 출신으로 청와대 과학기술비서관을 지낸 최종배 전 교육과학기술부 전략기술개발관이 중앙과학관장에 임명됐다. 공모를 거쳤다는데 공교롭게도(?) 관료 출신들이 자리를 싹쓸이한 셈이다.
그뿐이 아니다. 미래부는 17일 저녁 “국립광주과학관 초대 관장에 최은철 전 국립과천과학관장을 임명한다”는 보도자료를 배포했다. “부산대 전기기계공학과를 졸업하고 영국 브리스톨 대학원에서 공업관리 박사를 취득”한 전문가라는 설명이었지만, 그 또한 1982년부터 30년 가까이 과학기술 쪽에서 잔뼈가 굵은 전직 관료다.
최 관장 임명은 한달 가량 앞서 이뤄진 대구과학관장 인사를 떠올리게 한다. 미래부는 지난달 11일 조청원 전 중앙과학관장을 대구과학관 초대 관장으로 임명했다. 그런데 불과 한 달 뒤인 이달 15일, 이상목 1차관은 브리핑을 열어 “조 관장 해임을 이사회에 요구하겠다”고 밝혔다. <한겨레> 보도로 세상에 알려진 대구과학관 직원 채용 비리 의혹과 관련해 조 관장이 관련 규정을 어긴 사실이 드러났다는 설명이었다.
결국, 미래부는 대구과학관에 전직 관료를 내려보냈다가 망신을 자초했는데, 바로 뒤이어 광주과학관에도 퇴직 관료를 내려보내는 ‘일관성’을 유지한 셈이다. 다만 저녁시간에 슬그머니 자료를 내고, 관료 경력이 아닌 외국 박사학위 등을 앞세워 적임자임을 강조한 게 다르다면 조금 다를 뿐이었다.
미래부는 박근혜 정부의 핵심 국정과제인 창조경제의 주무 부처다. ‘상상력과 창의력을 바탕으로, 정보통신과 과학기술을 이용해 전에 없던 융합’을 하려면, 그 어떤 조직보다도 민간 개방과 시민 참여가 중요하지 않을까? 하지만, 미래부 쪽 생각은 다른 것 같다. 출범 뒤 이뤄진 개방형 직위와 산하기관장 배치를 보면 ‘모피아’도 울고 갈 정도로 ‘끼리끼리 인사’이다.
‘창조경제 구현에 일조할 유능한 인재를 찾습니다.’ 미래부가 5월에 낸 채용 공고문의 제목이다. 창조경제 구현에 나설 유능한 인재가 퇴직 관료뿐인지, 미래부 스스로 곰곰이 생각해볼 일이다. 아울러 ‘업계 행사만 열심히 쫓아다닐 뿐 도대체 뭘 하는지 모르겠다. 과학기술과 정보통신 쪽 관료집단에 휩싸여 그런 것 아니냐’는 세간의 이야기를 최문기 장관이 듣고 있기는 한 것인지 궁금해진다.
이순혁 기자
hyu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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